[경제] 일∙잠∙밥 시간 다 준 한국인…유튜브 보는 시간만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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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간 한국인의 수면·일·식사 시간은 줄어든 반면 영상 시청 시간은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비율도 모든 연령대에서 상승해 처음 10%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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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의 한 푸드코트에서 한 시민이 혼자 밥을 먹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생활시간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국민이 수면과 식사 등을 위해 쓴 '필수시간'은 일평균 11시간 32분(하루의 48.1%)으로 나타났다. 일∙학습 등을 하는 '의무시간'은 7시간 20분(30.6%), '여가시간'은 5시간 8분(21.4%)이었다. 5년 단위로 공표하는 생활시간조사는 국민의 삶의 질을 측정하기 위해 하루 24시간의 활용 실태를 파악하는 조사다. 이번 조사는 전국 1만2750가구에 속한 10세 이상 가구원 2만5000명을 대상으로 했다.

필수시간 중 수면 시간은 8시간 4분으로 5년 전보다 8분 줄었다. 수면시간은 1999년 첫 조사(7시간 47분) 이후 매번 증가하다 처음 감소로 돌아섰다. 김지은 통계청 사회통계기획과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넷플릭스나 유튜브 등을 보는 사람이 늘어났는데 그런 부분이 (수면시간 감소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밤에 잠을 못 이룬 사람 비율도 11.9%로 5년 전(7.3%)보다 4.6%포인트 늘었다. 모든 연령층에서 상승했는데 특히 60세 이상(6.1%포인트)에서 두드러졌다. 통계청은 이 역시 5년 새 미디어 이용 시간이 큰 폭으로 증가한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봤다.

일하거나 공부하는 시간도 줄었다. 5년 전과 비교하면 일하는 시간은 6분 줄어든 3시간 7분, 학습 시간은 5분 감소한 49분이었다. 첫 조사 때인 1999년과 비교하면 일하는 시간과 학습 시간은 각각 36분, 47분 감소했다. 25년 전보다 여유시간이 한 시간 이상 늘어난 셈인데 이 시간은 주로 개인 건강∙외모 관리, 운동을 위해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보다 자기 관리에 투자하는 욕구가 강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평일 아침 식사를 한 사람의 비율은 63.7%로 5년 전보다 4.0%포인트 하락했다. 연령별로는 20대가 36.9%로 가장 낮았는데 20대는 평균 식사 시간도 1시간 18분으로 가장 짧았다. 저녁 식사 중 4분의 1은 혼자 밥을 먹은(혼밥) 것으로 나타났다. 혼밥은 아침∙점심∙저녁 모두 상승하는 추세였는데 통계청은 ‘1인 가구가 늘어난 영향’으로 봤다.

책·방송·동영상·인터넷 등 미디어를 이용하는 시간은 2019년 2시간 26분에서 지난해 2시간 43분으로 17분 증가했다. 하루 10분 이상 책을 읽는 사람의 비율은 큰 변화가 없거나 줄어든 반면 영상물을 보는 시간은 늘었다. 양상도 달라졌다. 5년 전과 비교할 때보다 실시간 방송(TV)을 시청한 비율은 평일(-7.0%포인트)∙토요일(-8.8%포인트)∙일요일(-9.1%포인트) 모두 큰 폭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유튜브나 넷플릭스 같은 동영상 시청자 비율은 평일(24.6%포인트)∙토요일(24.8%포인트)∙일요일(24.2%포인트) 등으로 확 늘었다.

같이 사는 부부의 경우 남편은 일 관련 시간이 아내보다 1시간 56분 더 길었고, 가사노동 시간은 아내가 2시간 40분 더 많았다. 대체로 남편의 가사노동 시간은 증가하는 추세다. 18세 미만 자녀가 있는 맞벌이 가구의 경우 아내의 가사노동 시간이 여전히 2시간 8분 더 길지만 최근 5년 사이 남편의 노동시간은 13분 증가하고, 아내는 17분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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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초등학교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뉴스1

초등학생의 공부 시간이 늘어난 반면 놀거나, 잠자는 시간이 줄어든 점도 눈에 띈다. 지난해 하루 평균 학습 시간은 고등학생이 6시간 37분, 중학생이 5시간 45분, 초등학생이 5시간 5분이었다. 5년 전과 비교하면 초등학생만 학습 시간이 19분 늘었다. 최근 ‘7세 고시’와 ‘초등 의대반’ 등으로 대표되는 유·초등 대상 사교육 열풍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평일 ‘학교활동 외 학습’을 하는 초등학생은 전체의 94.8%였다. 소위 학원에 다니는 비율이다. 중학생은 87.3%, 고등학생은 78.0%였다. 고등학생이 3시간 6분으로 학교 밖에서 가장 긴 시간을 보냈고, 중학생(2시간 55분)과 초등학생(2시간 38분)이 뒤를 이었다. 초등학생은 5년 전보다 22분, 중학생은 4분, 고등학생은 26분 늘었다. 조사대상 학생의 61.4%는 평소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으며, 73.2%는 일과가 끝난 후 피곤함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자신의 삶에 대한 만족도는 55.7%로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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