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오늘은 꼭"…쏟아지는 땀도 못막은 가평 실종자 수색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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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꼭 찾아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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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오후 5시쯤 경기 가평군 상면 덕현리 조종천계곡서 경기북부청 기동대원이 실종자 수색을 하던 도중 목 뒤의 땀을 훔치고 있다. 오소영 기자

경기 가평군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 8일 차인 지난 27일, 가평군 상면 덕현리 조종천 계곡을 수색하던 한 경찰이 땀에 젖은 머리를 쓸어 넘기며 한숨 섞인 혼잣말을 내뱉었다. 이날 수색 현장엔 현장 기온 최고 39도까지 오르는 폭염 속에서도 경찰 300여 명·소방 800여 명이 투입됐다. 지난 20일 가평군 마일리 캠핑장에서 실종된 40대 여성과, 덕현리에서 급류에 휩쓸린 것으로 추정되는 50대 남성 등 실종자 2명을 찾기 위해서다.

이날 오후 4시30분쯤 조종천 계곡 대보교~신청평대교 구간을 찾아가 보니 경기북부청 기동대원 20여 명이 도보로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었다. 이들은 그늘도 없는 천변에서 쓰러진 나무와 마른 수풀 사이를 누비고, 탐침봉으로 물살에 밀려온 쓰레기와 자갈을 꼼꼼히 들췄다. 천변의 시원함이 더위를 달래긴커녕 햇빛으로 달궈진 자갈에서 지열이 올라와 현장의 공기는 한층 더 후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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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5시쯤 가평군 상면 덕현리 조종천 계곡에서 경기북부경찰청 기동대원들이 나뭇가지와 쓰레기 등으로 난장판이 된 사구를 수색하며 집중호우 실종자를 찾고 있다. 오소영 기자

오후 4시40분 수색을 시작한 교대조의 제복 등판엔 10분도 안 돼 땀이 배기 시작했다. 구슬땀이 고이다 못해 굵게 흘러 수색대의 시야를 가렸다. 이들은 연신 눈을 깜빡이며 땀을 훔치면서도 “한 번만 더 다녀오겠다”며 앞다퉈 천변을 몇 번씩 반복해 수색했다. 부러진 나뭇가지와 파란 지붕 조각 등으로 난장판이 된 사구를 뒤지느라 무릎께까지 온통 흙투성이가 됐다.

특히 강줄기가 꺾어지는 모퉁이는 부유물이 쌓여 꼭 짚고 넘어가야 하는 수색 장소다. 하지만 수해의 영향으로 나무와 전신주 등이 무너져 천변에 내려가는 길이 막힌 경우도 다분했다. 그런 경우엔 돌아가느라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아스팔트 도로 위를 10분 넘게 땀 흘리며 걸어야 했다. 새까맣게 탄 수색대의 팔이 20일부터 이어진 고생의 흔적을 보여줬다. 팔과 뒷목 등 햇빛에 조금이라도 노출된 신체는 불그무레하게 익고 땀으로 젖어 햇빛이 번쩍번쩍 되비쳤다. 양산 대용으로 검은 경찰 우산을 펴봤지만 더위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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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경기도 가평군 조종면 마일리에서 소방관들이 실종자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연합뉴스

이처럼 수색이 장기화하며 투입 인원들의 건강도 위협받고 있다. 27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40도에 가까운 무더위로 올해 누적 온열질환 사망자가 11명을 기록했다. 이에 가평 지역 실종자 수색을 맡은 경기북부청 기동대는 1시간에 1번 교대 원칙을 세웠다. 다만 27일엔 역대급 더위로 대원들의 체력 고갈 우려에 교대 간격을 40분으로 당겼다. 소방·경찰 모두 실종자 가족에게 양해를 구하고 오후 2~3시는 휴식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날 수색이 한창이던 오후 4시에도 가평군 기온은 36도로 습도 높은 무더위가 이어졌다.

한편 소방도 실종자가 더 아래까지 떠내려갔을 상황을 고려해 팔당댐과 하남 등 북한강 인근에도 800여 명의 수색 인원을 투입했다. 보트 수상 수색, 부유물 수거 도보 인원 등이 포함된 숫자다. 실종자 수색 체계 전반을 지휘하고 있는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내 가족이라 생각하고 수색 중”이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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