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국토부, 셀프조사 안된다”…제주항공 유족, 국회서 “독립기구 재조사”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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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단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참사 진상 규명과 독립적 기구의 재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 12·29제주항공참사유가족협의회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족들이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두고 기존 국토부가 아닌, 독립적 기구에 의한 참사 원인 규명 재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토부 소속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지난 19일 ‘(사고기) 엔진 분해 조사 결과’를 명확한 근거나 해설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해 유족과 국민의 기대를 저버렸다”고 말했다.

유족 측은 당시 사조위 발표에 대해 “추측성 발표”라며 “사조위의 통보는 곧 ‘사실’로 포장돼 언론에 보도됐다. 이는 항공기 사고 조사 매뉴얼에 어긋나는 행위일 뿐 아니라 유족에는 명백한 2차 가해였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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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4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수색대원들이 엔진인양 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유족들은 그동안 진행해온 국토부의 조사 방식을 전반적으로 비판하며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국토부가 스스로의 과오를 조사하는 ‘셀프 조사’ 방식은 국민의 신뢰를 저버린 비정상적 구조”라며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기구에 의한 철저한 재조사를 요구한다”고 했다.

앞서 유족 측은 상당수 전문가가 참사 피해를 키운 것으로 지목한 무안국제공항의 로컬라이저(Localizer·방위각 시설) 둔덕에 대한 사조위의 조사에도 의구심을 나타냈다. 김유진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지난 23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로컬라이저 콘크리트 둔덕을 무안공항 활주로 끝단에 세운 것이 국토부다. 그런데 본인들이 수의계약으로 용역을 준 사고 원인 조사가 객관적일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아울러 유족들은 “사조위가 ICAO(국제민간항공기구) 규정을 핑계로 조종실 음성기록(CVR), 비행기록장치(FDR), 관제 기록 등 핵심 자료를 비공개하고 있다”며 “ICAO에 따르면 조사기관은 수집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재량이 있다고 명시돼 있다. 모든 데이터와 기록의 투명한 공개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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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6일 무안국제공항에서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와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이 참사의 피해를 키운 것으로 지목된 로컬라이저 구조물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유족들은 김윤덕 후보자에게도 공개적인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유족들은 “과거 국토부가 반복했던 진실 은폐의 관행을 끊을 준비가 돼 있느냐.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 대책 수립에 책임 있게 나설 의지가 있느냐”고 물었다.

이어 “위급 상황에서 조종사의 판단에만 의존하는 보잉 737-800(사고기 기종)의 기체 설계 및 안전장치 부재 문제를 철저히 조사하고 운항 제한을 검토하라”며 “사고기의 구조적, 안전 장치 부재 문제를 외면한 채 표면적 발표로 참사를 마무리하려는 시도는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9일 사조위 측이 무안공항에서 진행할 예정이던 엔진 분해 조사 브리핑이 유족들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당시 사조위 측은 유족 대상 설명회에서 “사고 당시 조종사가 손상된 오른쪽 엔진이 아니라 정상이었던 왼쪽 엔진을 정지시켰다”는 내용의 중간 조사 결과를 비공식적으로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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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단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참사 진상 규명과 독립적 기구의 재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 12·29제주항공참사유가족협의회

이에 유족들은 “사조위의 중간 조사결과 발표는 조종사의 잘못으로만 몰아가는 식”이라며 “이번 엉터리 조사결과를 언론에 발표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유족들의 반발에 사조위 측은 “당초 언론에 브리핑하려던 엔진 정밀조사 결과 내용은 공개하지 않겠다”며 “추후 조사 내용은 유족과 협의 후에 발표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언론 브리핑을 취소했다.

한편,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는 지난해 12월 29일 오전 9시 3분쯤 사고 항공기가 무안공항 활주로에서 동체착륙을 시도하다 활주로 밖 로컬라이저(Localizer·방위각 시설) 둔덕을 충돌한 뒤 폭발한 사고다. 당시 참사로 탑승자 181명(승무원 6명·승객 175명) 중 179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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