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8년전 눈물 삼킨 안경 에이스 “올해는 가을야구 에이스”

본문

17537161034372.jpg

박세웅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마지막 가을야구는 2017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올스타전 휴식기 직전까지 7위였다가 후반기 높은 승률(0.662)을 앞세워 정규 시즌 3위로 준플레이오프(PO) 직행 티켓을 따냈다. ‘낙동강 라이벌’ NC 다이노스와의 준PO는 치열했다. 1·3차전은 NC가, 2·4차전은 롯데가 가져가며 승부는 마지막 5차전까지 이어졌다. 운명을 건 최종전에서 롯데 선발투수는 당시 22살의 오른손 투수 박세웅(30)이었다. 그해 12승을 거둔 박세웅은 준PO 5차전에서 기대에 못 미친 투구로 눈물을 삼켰다. 4이닝 6피안타 2탈삼진 2볼넷 3실점. 결국 롯데는 0-9로 지면서 가을야구를 마감했고, 입단 3년 차 투수는 패전의 멍에를 썼다.

그로부터 7년의 암흑기를 지난 롯데는 올 시즌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전반기를 3위로 마쳤고, 후반기에도 상위권을 지키며 8년 만의 가을야구 희망을 키우고 있다. 그 중심에는 ‘안경 에이스’ 박세웅이 있다. 전반기 한때 무패(8승)행진으로 롯데의 상승세를 이끌었던 그는 지난 23일 고척키움 히어로즈전에서 시즌 10승 고지를 밟았다. 개인 통산 네 번째 두 자릿수 승수 시즌이다.

박세웅은 “얼마 전 호텔에서 마주친 김태형 감독님이 ‘9승까지 했는데 (염려 말고) 그냥 던지라’고 하셨다. 그런 한 마디가 큰 자신감을 심어줬다”며 “8승 이후 경기에서 원하는 코스로 공을 던지지 못한 날이 많았다. 그게 많은 실점의 원인이었다. 포수들과 그런 부분을 상의하면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커리어 하이는 2017년의 12승이다. 그런 박세웅이 올 시즌에는 벌써 10승을 올리며 8년 전의 자신을 넘어서려고 한다. 그를 달라지게 만든 원동력이 뭘까. 스스로가 꼽은 비결은 ‘수직 무브먼트’다. 투수가 던진 공은 중력의 영향 때문에 자연스레 위에서 아래로 떨어진다. 그런데 공에 위력이 있을 경우 떨어지는 폭이 줄어들면서 타자는 공이 솟아오르는 느낌을 받는다. 흔히 “직구가 살아서 온다”고 표현하는 구위를 수치화한 지표가 수직 무브먼트다. 이 값이 크다는 건 골이 덜 떨어진다는 거고, 타자로서는 위압감을 느낀다.

박세웅은 “올해는 수직 무브먼트가 10㎝ 정도 향상됐다”며 “지난해 만족스럽지 않았던 성적(6승11패)을 내며 겨우내 많이 고민했다. 코치님들 그리고 데이터 팀과 논의한 결과, 수직 무브먼트가 문제라는 결론이 나왔고 이를 높이기 위해 공을 던지는 타점도 조금 높이고 운동도 더욱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홈플레이트에서 40㎝ 높이였던 공이 떨어지는 지점이 현재는 50㎝로 올라갔다.

12승을 올린 2017년이 박세웅에게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가을야구를 했던 시즌이다. 가을야구가 길게 가지는 못했지만, 자신만의 공을 던지며 롯데의 차세대 에이스로 발돋움한 시점이다. 그는 “사실 그때를 생각하면 기쁨보다 아쉬움이 더 많다. 미리 준PO 진출을 확정하고 기다리는 입장이었는데 5차전에서 그런 결과(패배)가 나왔다”며 “얻은 점도 많았다. 가을야구의 분위기도 잘 느꼈고 ‘야구에는 중요하지 않은 경기가 없다’는 사실도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다.

8년 전 영건에서 이제는 에이스로 발돋움한 박세웅은 2025년의 가을을 기다린다. 시즌의 3분의 2 지점을 지나는 현재, 롯데는 3위를 지키며 가을야구의 희망을 키운다. 박세웅은 “롯데에서 뛴 지도 어느덧 10년이 넘었다. 실제 고향은 아니지만, 이제는 고향만큼 푸근한 느낌이 든다”며 “기회가 다시 왔다. 8년 사이 롯데는 더 강해졌고, 나 역시 경험을 더 많이 쌓았다. 팬들에게 짜릿한 가을야구 승리를 안겨드릴 수 있도록 있는 힘껏 던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4,174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