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지하철서 농산물 팔아 올해만 27억 매출…이 기적 가능했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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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통공사가 지하철 역사에 제공하는 지역장터는 올해 ‘서울Pick’이라는 이름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사진 서울교통공사]

“잘 만든 식품을 선보이고 싶어도 판로가 여의치 않았는데, 서울메트로 덕분에 고급스러운 장소에서 많은 손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경남 하동군에서 평생 산나물을 캐온 진병리(68) 씨가 서울교통공사에 보낸 편지 내용이다. 그는 자신이 직접 캔 식재료를 활용해 전통 방식으로 된장 등 다양한 식품을 제조했지만 판매할 곳을 찾지 못했다. 마침 서울교통공사가 ‘S-메트로컬’이라는 명칭으로 공간을 제공하는 사업에 참여했다. 덕분에 지난해 지하철 역사에서 400만원어치의 제품을 판매했다.

서울 지하철 역사에 등장한 지역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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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 특별전에 참여한 55개 청년마을·마을기업이 서울Pick에 동참했다. [사진 서울교통공사]

서울교통공사가 지하철 역사에서 지역 특산물을 판매하기 시작한 건 2023년부터다. ‘지역에 단비가 되어주자’는 의미로 ‘단비장터’로 출발했다. 지하철 역사 내 공실 상가나 유휴공간에서 직거래 장터를 열었다. 상가 담당 직원 한 명이 기획부터 운영까지 도맡는 소형 이벤트성 행사였다. 9개 지방자치단체(지자체)가 참여했고 연간 매출액은 2200만원 수준이었다.

가능성을 확인한 서울교통공사는 지난해 행사명을 ‘S-메트로컬마켓’으로 변경하고 규모를 키웠다. 서울 지하철 중에서도 하루 유동인구가 수십만명에 달하는 잠실·합정·압구정 역사에 공간을 마련했다. 상가도 리모델링해 쾌적한 특산물 판매 환경을 조성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백화점으로 치면 1층 명품관에 지역 농산물 직거래 장터를 여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지역소멸 위기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규모를 키우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덕분에 지난해 81일 동안 운영한 S-메트로컬마켓엔 24개 지자체가 참여해 2억38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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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도별 서울교통공사 지역상생마켓 성과. 그래픽=김영옥 기자

잠실·합정·압구정역서 운영…전국적 플랫폼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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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통공사는 2023년 단비마켓이라는 이름으로 지역 특산물을 지하철 역사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사진 서울교통공사]

서울교통공사가 지하철 역사에 제공하는 지역 장터는 올해 ‘서울픽(Pick)’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진화한다. 행정안전부와 협력체계를 구축하면서다. 행안부가 선정한 55개 청년마을·마을기업이 서울Pick에 동참한다.

콘텐트도 확장했다. 농산물 직거래 장터를 넘어서서 지역 여행을 홍보하는 장소로 발돋움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서울Pick엔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경남이 산불 피해지역 관광홍보전을 진행하기도 했다. 서울Pick은 올해 상반기에 27억5622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행정안전부와 서울동행상회 특별전을 개최하고 2026년엔 문화체육관광부 등과 협력도 확대하는 등 서울Pick을 지속가능한 지역 상생 플랫폼으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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