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화약만 팔다 록히드마틴 꿈꾼다…‘육해공 무력’ 진격의 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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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록히드마틴 꿈꾸는 방산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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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9자주포, 장갑차 등 지상무기체계와 가스터빈, 항공엔진 등 우주항공 체계, 여기에 구축함과 잠수함 등 해양방산 체계까지. 육해공을 두루 갖춘 방산 기업의 출발은 미약했다. 군용 화약을 판매하던 한화는 삼성테크윈(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등을 잇따라 인수했다. 꾸준한 투자와 육성을 통해 성장을 거듭한 한화는 세계 최고의 종합 방산 기업이 되길 꿈꾸고 있다. 한화의 도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중앙일보 ‘The Company’에서 짚어봤다.
#장면1 2014년 11월 25일 삼성그룹의 방산기업 삼성테크윈에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그룹 수뇌부로부터 “한화에 회사를 매각한다”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삼성테크윈 사외이사였던 조명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테크윈은 자금 흐름이 견조하던 회사였다. 반도체 산업에 집중하려는 것이 매각 이유였지만 아쉬움이 컸다”고 술회했다. 회사 내부에서는 “삼성 직원이 더는 아니다”는 낙담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장면2 “그때 DSME(대우조선해양)를 인수했다면 우리는 망했을 거예요. 2022년 인수한 직후 거제조선소에 들어가 보니… 회사 재무상태하며 도크 상태가 처참했거든요.” 익명을 원한 한화오션(대우조선해양 후신) 임원은 이런 말을 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2008년 한화는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써낸 금액은 6조3000억원. 금융위기 탓에 자금조달이 어려워지자 인수를 접었다. 전화위복이랄까. 한화는 14년 후 3분의 1 가격인 2조원을 내고 인수에 성공한다.

지난해 4월 수도포병 여단 K9 자주포가 강원도 철원군 문혜리사격장에서 열린 '수도군단 합동 포탄사격훈련'에서 실사격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뽑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후 가장 주가가 많이 상승한 글로벌 50대 기업’에 선정된 두 기업 얘기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옛 삼성테크윈)는 3위(시가총액 310억 달러, 164% 증가)를,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은 32위(시가총액 170억 달러, 57% 증가)를 각각 기록했다.
군용 화약 중심의 부품과 소재 방산 포트폴리오를 지녔던 한화는 2025년 현재 육·해·공을 아우르는 종합방산그룹으로 거듭났다. 2014년 당시 주력 방산기업이던 ㈜한화의 영업이익(연결기준)은 5158억원이었지만, 2024년 그룹의 종합방산 핵심 기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영업이익은 1조7319억원으로 3배가 넘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영업이익을 3조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화의 성장은 지속할 수 있을까.
◆‘굿 페어런츠’ 이론=삼성 미래전략실은 2014년 당시 삼성테크윈 지분 32.4%(8400억원), 삼성종합화학 지분 57.6%(1조600억원)를 한화에 넘겼다. 한화엔 자주포, 항공기·함정용 엔진, 레이더 등을 제작할 수 있는 삼성테크윈·삼성탈레스의 기술력이 절실했다. 1952년 한국화약으로 시작해 1974년 정부에서 방위산업체 지정을 받았지만, 여전히 글로벌 100위권 밖이었다. 하지만 빅딜 직후인 2015년 50위로 도약한 데 이어 2023년에는 30위로 성장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2022년 한화그룹은 방산 사업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통합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7월 유상증자(2조9188억원)를 통해 해외 생산능력 구축(1조3000억원) 등 미래를 위한 투자금도 마련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했고, 올해부터는 미국에 조선소 2곳을 둔 호주 오스탈 지분 확보전에도 나섰다. 조명현 고려대 교수는 “굿 페어런츠, 즉 어떤 부모를 만나느냐에 따라 자식의 상황이 달라지듯이 한화그룹에서 방산기업이 적장자 대우를 받았기에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육·해·공’ 컬렉션=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9자주포, 천무 다연장로켓, L-SAM, 레드백 장갑차 등 지상무기체계와 가스터빈, 항공엔진 등 우주항공 체계를 생산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KSS-I(1200t), KSS-II(1800t), KSS-III(3000t) 잠수함과 이순신급(4400t), 세종대왕급(7600t) 구축함 등 해양 방산 생산체계를 갖췄다. 한화시스템은 전자광학장비, 전투지휘체계, 레이더 등 육·해·공에 모두 쓰이는 무기체계를 생산한다.

정근영 디자이너
이 같은 종합 포트폴리오는 해외 수출 시 ‘패키지 수출’을 가능하게 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2년 폴란드와 3조4000억원 규모의 K9자주포 212대(추가 460대 예정) 수출 계약 체결 당시 K10 탄약운반차, 천무 다연장로켓 등도 함께 묶어 팔았다. 2021년 호주와의 1조원대 K9자주포 30대 현지생산 계약은 2023년 3조1500억원의 레드백 장갑차 129대 수출로 이어졌다. 김기원 대경대 군사학과 교수는 “육상 화력체계에 탄약 제공, 정비, 교육까지 통합해 제공하는 ‘턴키 디펜스 솔루션’이 한화의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한화엔 없는 세 가지=1995년 설립된 미국 록히드마틴(Lockheed Martin)은 세계 최대의 방산기업으로 한화의 워너비 기업이다. 2024년 영업이익은 70억 달러(9조8000억원)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5.8배에 달한다. 그렇다면 록히드마틴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아직은 아니다”는 평가가 많다.
우선 엔진이나 관성항법장치(INS) 등 핵심 기술력이 부족하다. 점차 중시되는 항공 무기체계도 부족하며, 특히 완제기 생산능력이 없다. 글로벌 군사외교 네트워크와 로비력도 록히드마틴에 미치지 못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미국 법인 한화디펜스USA에 해군 출신이자 록히드마틴 해양시스템 부사장을 역임한 마이클 스미스 대표를 지난해 8월 영입하며 미국 정가에 접촉하고 있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3세 경영의 미래는=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은 1983년생(만 41세)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유학파(세인트폴스쿨-하버드대 정치학사)로 글로벌 정세에 밝고 영어에 유창하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왼쪽 세 번째)이 5월 29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 2025'에서 관계자들과 대한항공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2022년 그가 한화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경영 전면에 선 이후 한화는 대우조선해양 인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중심으로 방산사업 재편, 한화시스템의 우주 투자 확대, 미국 조선소 인수 등 공격적인 경영을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과감한 투자를 위한 유상증자 계획이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금융감독원의 수차례 제동 끝에 규모가 축소(3조6000억→2조9188억원)되는 등 논란이 중심에 있기도 했다.
이종천(경영학) 숭실대 명예교수는 “재벌 경영의 장점은 빠른 결단을 통해 시장의 변화를 빠르게 준비할 수 있기에 리더의 혜안만 있다면 효율적인 경영이 가능하다”면서도 “반면에 공격적인 경영 방식이 리스크를 키워 그룹 전체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향후 5년이 김 부회장에겐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류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는 ‘기업’입니다. 기업은 시장과 정부의 한계에 도전하고 기술을 혁신하며 인류 역사와 함께 진화해 왔습니다. ‘기업’을 움직이는 진정한 힘이 무엇인지, 더중플이 더 깊게 캐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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