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워싱턴→스코틀랜드→워싱턴…美러트닉 좇는 韓 '통상 투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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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가운데)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 청사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산업통상자원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향후 교역 상대국에 부과할 상호 관세의 최저 세율을 15%로 거듭 못박았다. 8월 1일로 예고된 협상 마감 시한을 앞두고 합의점 도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한국 정부가 받아낼 수 있는 최선의 마지노선이 15%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의 회담 중 가진 취재진과의 대화에서 “상호 관세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다”며 “나머지 국가들은 15%에서 20% 사이가 될 것이다. 아마 그 둘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했다. 200개가 넘는 개별 교역국과의 협상을 모두 성사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니 일률적으로 15~20%의 관세를 부과하게 될 거란 의미다.

15%면 ‘선방’…25%면 워스트

이날까지 미국이 무역 협상을 타결한 6곳 중 영국만 상호 관세율 10%일 뿐 나머지 5곳은 ▶일본ㆍ유럽연합(EU) 15% ▶필리핀ㆍ인도네시아 19% ▶베트남 20% 등으로 15~20% 범위 내에서 결정됐다. 한국이 현실적으로 받아들게 될 관세율은 크게 나눠 볼 때 두 가지 경우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먼저 합의 최종 불발 시 지난 7일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한 ‘관세 서한’ 대로 25%의 관세가 적용되는 것이 한국으로선 가장 원치 않는 시나리오다. 반면 협상을 통해 절충점을 찾아내고 15%를 받아낼 경우 가장 ‘선방’ 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으며, 협상 상황에 따라 15%를 넘거나 20% 아래 사이에서 최종 수치가 나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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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일본과 EU의 사례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무역 협상과는 별도”라고 선을 그었던 품목별 관세도 조정의 여지가 없지 않다. 일본은 자동차 관세 25%를 절반으로 줄인 12.5%에 기존 관세 2.5%를 더한 15%를 적용받았고, EU의 경우 자동차ㆍ의약품ㆍ반도체에 모두 15%의 관세를 적용받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 50% 관세를 그대로 유지한다”고 한 철강ㆍ알루미늄도 고정불변인 것은 아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27일 미ㆍEU 무역협정 합의 소식을 전하면서 쿼터제 도입을 통한 관세 인하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만큼 향후 협상에 따라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투톱, 러트닉 면담 위해 스코틀랜드행

8월 1일 이전 협상 타결에 최우선적 목표를 둔 한국 정부는 협상의 키를 쥔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이 머문 스코틀랜드를 찾아가 면담하는 등 가용 역량을 총동원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스코틀랜드를 방문 중인 러트닉 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나 협상을 이어갔다. 김 장관과 여 본부장은 지난 24일 워싱턴 DC의 상무부 청사에서, 25일 뉴욕 사저에서 러트닉 장관을 만나 협상을 벌인 바 있다.

김 장관과 여 본부장은 28일 다시 워싱턴 DC로 돌아온 러트닉 동선에 맞춰 미국으로 복귀했다고 한다. 러트닉 장관의 행보 하나하나에 맞춰 가며 그만큼 전력을 쏟고 있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정부 한 관계자는 “어찌 됐든 러트닉 장관이 이번 무역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키맨인 것은 분명하다”며 “다각도로 접촉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성의를 다해서 보일 때 그만큼 타결 가능성도 커지지 않겠느냐”고 중앙일보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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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28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한국과의 무역 협상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폭스뉴스 홈페이지 캡처

“운전석 트럼프, 모든 카드 쥐고 있다”

러트닉 장관도 한국의 절박한 상황을 잘 아는 듯했다. 그는 28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한국 인사들이 저녁 식사 후 나와 그리어를 만나기 위해 스코틀랜드로 비행기를 타고 왔다. 그들이 얼마나 협상 타결을 정말로 원하는지 생각해 보라”고 말했다. 미소를 띤 모습의 러트닉 장관은 “지금은 (트럼프) 대통령이 운전석에 앉아 있다. 모든 카드를 손에 쥐고 있으며, 그가 관세율을 결정하고, 각국이 시장을 얼마나 개방할지를 결정한다”며 “이번 주 내에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31일 스콧 베센트 미 재무부 장관과 1대1로 면담하는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구 부총리는 “한국이 준비 중인 프로그램, 그리고 한국의 상황을 잘 설명하고 조선업과 한ㆍ미 간 중장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분야도 잘 협의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구 부총리와 베센트 장관의 회담은 트럼프 대통령 ‘재가’에 이르기 직전 단계의 최종 조율 과정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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