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코스피 5000’ 국세청도 나섰다…허위공시로 주가 띄운 탈세범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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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 공시로 주가를 조작하거나, 건실한 기업을 인수한 뒤 알짜 자산을 팔아 치우는 방식으로 이익을 취한 이들을 상대로 과세 당국이 고강도 세무조사에 나선다. 새 정부의 첫 세무조사 발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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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원 국세청 조사국장이 29일 정부세종청사 국세청 기자실에서 소액주주 등 투자자에게 손해를 끼치는 '주식시장 불공정 탈세자'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국세청은 29일 소액주주 등 투자자에게 손해를 끼친 ‘주식시장 불공정 탈세자’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주가조작 목적 허위 공시 관련 9곳, ‘먹튀’ 전문 기업사냥꾼 관련 8곳, 권한을 남용해 사익을 편취한 지배주주 관련 10곳 등 모두 27개 기업과 관련자가 대상이다. 이들 기업 중 24곳은 코스닥·코스피 상장사이며, 매출액이 1500억원을 넘는 중견기업 이상도 5곳 포함됐다.

국세청이 밝힌 이들의 탈세 수법은 다양했다. 시세조종 혐의를 받는 김모씨는 본인이 대주주인 A사를 통해 전기차 부품 상장사 B사를 인수하고, 신사업을 추진할 것처럼 허위로 홍보했다. A사와 B사의 주가는 이내 급등했다. 그러나 A사가 실제로 사들인 B사의 지분은 5%에 불과했고, 실질적인 인수 의사도 없었다.

민주원 국세청 조사국장은 “A사는 B사의 주가가 3배 이상 급등하자 보유 지분을 전량 매도했고, 수십억원의 양도 차익을 얻었지만 신고를 하지 않았다”며 “이 과정에서 기대감으로 상승했던 B사의 주가는 반 토막이 났고, 소액주주는 큰 손실을 봤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 관련자들의 탈루 혐의 금액을 1조원 정도로 추정했다. 국세청은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주식시장 불공정 행위를 정조준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주식시장에서 장난치다가는 패가망신한다는 걸 확실하게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불공정 행위를 끊어야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코스피 5000’이란 목표에 다가갈 수 있다는 취지다.

소액주주의 권리를 침해한 일부 상장사 지배주주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의약품 제조 상장사인 C사의 사주 이모씨는 실적 발표를 앞두고 주가 상승이 예상되자 전환사채를 싸게 사들였다. 그런 뒤 이를 자녀 소유의 D사가 투자하는 사모펀드에 취득 금액 그대로 양도했다. 이후 주가는 60% 이상 뛰었고, 사모펀드는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수백억원의 이익을 얻었다. 이 가운데 수십억원은 D사의 투자 수익으로 분배됐으나 이들은 신고하지 않았다. 경영권 승계를 위해 불공정 합병, 일감 몰아주기 등 수법으로 자녀에게 세금 없이 자산을 이전한 사례도 적발됐다.

사채를 동원해 건실한 기업을 인수한 뒤 횡령 등의 방법으로 회사의 가치를 떨어뜨린 기업사냥꾼도 덜미를 잡혔다. 이들 기업사냥꾼의 공격 이후 대부분 기업은 주식 거래가 정지되거나 상장 폐지됐고, 거래가 재개됐더라도 주가는 인수 전 대비 평균 86% 하락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이 상당한 돈을 빼돌렸지만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게 국세청의 판단이다.

민 국장은 “금융계좌 추적, 디지털 포렌식과 함께 수사기관 정보를 활용해 자금의 원천과 거래 흐름 전반을 꼼꼼히 확인할 것”이라며 “타인 명의로 재산을 숨겨 놓은 채 사치 생활을 누리면서 납세 의무는 회피하는 최종 귀속자까지 찾아내 세금을 추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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