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성과급 1700%+α' 거부한 하이닉스 노조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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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연합뉴스

인공지능(AI) 반도체 훈풍에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 중인 SK하이닉스가 올해 임금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성과급 지급 방식을 둘러싼 노사 간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어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전임직(생산직) 노조는 전날 사측과 이천캠퍼스에서 ‘2025년 10차 임금교섭’을 진행했지만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임금협상 갈등의 핵심은 성과급에 해당하는 초과이익분배금(PS) 지급 규모다. PS는 연간 실적에 따라 1년에 한 번 연봉의 최대 50%(기본급 1000%)까지 지급되는 인센티브다. 지난해 실적을 기준으로 올해 초 지급된 성과급을 보면 PS 1000%에 특별성과급 500%가 더해져 총 기본급의 1500%(평균 연봉의 75% 수준)가 지급됐다. 단순 계산하면 사측은 약 2조원을 성과급으로 지급한 셈이다. 그럼에도 일부 직원 사이에서 불만이 나오자 SK하이닉스는 여기에 직원 1인당 자사주 30주(약 600만원 수준)를 추가로 지급했다.

노조 “영업이익의 10% 성과급으로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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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홍 기자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PS 재원으로 산정된 금액 전체를 성과급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21년부터 영업이익의 10%를 PS 재원으로 삼고 있다. 올해 증권가에서 추정하는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추정치 37조원 가량이다. 이 기준으로 보면 3조7000억원이 PS 재원이 되는데 노조 측은 이 금액 전체를 다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사측은 PS 상한선 기준을 올리면서 설득에 나섰다. 지난달 진행된 8차 교섭에서 사측은 기존 1000%까지 지급되던 PS의 상한선 기준을 1700%로 상향하고, 1700%를 지급하고 남은 재원 중 절반을 다시 적금·연금 형식으로 구성원들에게 돌려주겠다고 제시했다. 앞선 예시에 적용하면 단순 계산으로 1700%(연봉 85% 수준)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경우 약 2조5000억원이 소요된다. 사측은 3조7000억원에서 2조5000억원을 지급하고 남은 약 1조2000억원의 재원 중 절반을 구성원들에게 다시 돌려주고 남은 절반은 회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미래 투자에 사용하겠단 입장이다. 노조가 이 협상안을 거부하자 사측은 9~10차 교섭에서 PS 상한선을 1700% 이상으로 제시했지만 이마저도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성명문을 통해 “회사는 기존에 제시했던 낮은 임금 인상안과 성과급 기준안에서 단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고수했다”며 “10차 본교섭을 끝으로 2025년 임금교섭의 결렬을 공식 선언한다. 지금부터 우리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한 강경 투쟁의 최종 국면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2021년에도 성과급 두고 내홍

SK하이닉스는 지난 2021년에도 성과급 지급 기준을 둘러싸고 한 차례 내홍을 겪은 바 있다. 당시 SK하이닉스는 '경제적 부가가치(EVA, Economic Value Added)'에 기초해 성과급을 결정했는데 EVA는 영업이익에서 법인세와 향후 투자금액 등을 제외한 금액이라 지급 기준이 불투명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당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연봉 반납을 선언했음에도 논란이 이어지면서 결국 PS 기준을 EVA 대신 영업이익으로 변경하고 영업이익의 10%를 PS 재원으로 활용하기로 노사가 합의했다. 당시엔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폭발하기 전이라 연간 영업이익이 5조원 수준에 그쳤지만, 현재 HBM 수요 폭발로 영업이익이 대폭 늘자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 간 줄다리기가 다시 팽팽해지고 있는 것이다.

전임직 노조와는 협의가 결렬됐지만 사측은 오는 30일 기술·사무직 노조와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다. 복수 노조 체제인 SK하이닉스는 민주노총 산하 기술사무직 노조와 한국노총 소속의 이천·청주공장 전임직 노조가 각각 따로 임금 협상을 한다. 다만 기술사무직 노조도 “합리적 수준의 보상”을 요구하고 있어 난항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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