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불쑥 '현장' 찾는 대통령에…"사이다 본능&#…

본문

17538202574132.jpg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중대재해 근절을 위한 방안을 놓고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불시 단속에 저도 같이 가면 좋겠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국무회의에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산업재해 단속 강화를 지시하며 한 말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대통령실 참모들과 티타임에서도 “현장 방문 일정을 만들어 달라”는 지시를 자주 한다고 한다. 자신이 직접 현장을 찾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시화공장 방문이다. 이 대통령은 이달 중순부터 티타임에서 “내가 산업재해 현장을 갈 테니 일정을 만들어 달라”고 거듭 요청했다고 한다. 참모들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컨베이어 벨트에 상반신이 끼어 숨진 SPC 삼립 공장과 지난 14일 추락 사망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 광양제철소 등 2곳을 후보군으로 올렸고, 2022년 10월에 이어 비슷한 사고가 재발한 SPC가 최종 낙점됐다.

SPC 공장에서 이 대통령은 김범수 SPC삼립 대표이사의 안전 대책 발표가 끝나자마자 근무 형태와 휴게 시간을 구체적으로 물었다. 김 대표가 “잠깐 설비를 중단시켜 놓고 그다음에 쉬는 경우도 있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부품을 바꿔 끼든지 반죽을 바꾸든지. 그거야 작업의 일부 아니냐”고 했다. 불확실한 답변이 반복되자, 이 대통령은 “왜 그렇게 이야기하세요? 알지도 못하면서”라고 지적했다.

17538202576408.jpg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5일 경기도 시흥시 SPC 삼립 시화공장에서 열린 산업재해 근절 현장 노사간담회에서 허영인 SPC그룹 회장(왼쪽)과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대통령은 이어 “12시간씩 일하면 8시간을 초과하는 4시간에 대해서는 150%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며 “150%씩 주고 12시간을 시키느니, 8시간씩 3교대를 시키는 게 임금 지급에서 더 효율적이지 않으냐.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SPC그룹은 27일 생산직 야근을 8시간 이내로 제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스리랑카 국적 노동자에 대한 ‘지게차 가혹 행위’도 이 대통령이 해결의 실마리를 만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티타임에서 참모들에게 “메시지를 준비하라”고 지시해, 1시간 뒤 SNS에 관련 기사와 함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야만적 인권침해, 철저히 엄단하겠다”고 적었다. 이틀 뒤인 26일 김영록 전남지사는 피해 노동자를 직접 만나 위로한 뒤 “안정적인 새 직장을 알아봐 주겠다”고 약속했다.

재해 사고 원인을 직접 확인하거나 지역 현안의 물꼬를 틀 때도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집중 호우 대처 상황 점검회의에서 경기 오산 옹벽 붕괴 사고를 거론하며 지자체와 경찰에 “옹벽 위쪽 도로는 통제하고 아래 도로는 통제 안 한 것에 특별한 이유가 있느냐”고 물었다. 지난달 25일 광주·전남 타운홀 미팅에선 ‘광주 군(軍) 공항 이전’을 다룰 대통령실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즉석에서 지시했고, 지난 25일 부산 타운홀 미팅에선 “저는 한다면 한다”며 해양수산부의 연내 부산 이전을 재차 공언했다.

1753820257863.jpg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발생한 경남 산청읍 부리마을에서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해결사를 자처하는 이 대통령의 행보를 두고 여권에선 “사이다 본능이 되살아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9년 경기도지사 시절 ‘계곡 불법 시설물 정비’처럼 이 대통령이 현장을 찾아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는 것이다. 취임 한 달 이후 서서히 현장 일정을 줄여나가는 역대 대통령과 달리, 이 대통령의 현장 행보는 7월 둘째 주부터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국민 삶의 문제를 해결해서 그 성과로 입증받고 싶어 한다”고 밝혔다.

1753820258086.jpg

박경민 기자

하지만 진영 외부의 시선은 썩 곱지만은 않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학)는 “집권 초기 상징적인 행보는 필요하겠지만, 민간 영역까지 일일이 나서면 자칫 대통령이 나설 때만 부처가 움직이게 될 수도 있다”며 “대통령은 관세 문제 해결이나 미래의 국부(國富) 창출 같은 거시적인 과제에 무게 중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법인세 인상, 상법 개정도 모자라 대통령이 사기업체를 기습적으로 찾아가 꾸짖으며 기업을 옥죄고 있다”며 “포퓰리즘에 매달리지 말고 야당과 타협해 제도와 조직을 움직일 생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4,698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