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히말라야 등반 1세대, 탐험가 허영호 대장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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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에베레스트 북면(초마랑마)을 등정한 허영호 대장. 중앙DB

히말라야 등반 1세대이자 땅과 하늘에서 다양한 탐험의 세계를 추구한 허영호 대장이 담도암 투병 끝에 별세했다. 71세.

유족 측은 지난해 12월 담도암 판정을 받은 후 치료를 이어오고 있었으나, 최근 건강이 악화했다고 전했다. 산악계는 허 대장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에 애도를 표했다.

허영호 대장은 충북 제천 출신의 등반가이자 탐험가다. 산악계에서도 알아주는 체력을 바탕으로 1982년 마칼루(8485m)를 등정했으며, 1987년 12월 한국인으로선 두 번째로 에베레스트(8848m)에 올랐다. 또 국내 최초 동계 등정이었다. 당시 산악계는 1977년 고(故) 고상돈(1979년 매킨리에서 별세)의 에베레스트 초등 이후 히말라야에서 고전하고 있었지만, 그의 동계 초등으로 탄력을 받아 이듬해 8000m 산을 연달아 등정했다.

허 대장은 야심만만한 탐험가이기도 했다. 후배인 엄홍길, 고(故) 박영석(2011년 안나푸르나에서 별세) 대장이 히말라야 8000m 완등에 열중하던 시절 그는 극지와 하늘로 탐험의 세계를 넓혔다. 1991년 북극점에 도달했으며, 1993년 남극점까지 밟았다. 당시 에베레스트와 남·북극 도달은 세계 두 번째였다. 이후 1995년 말엔 남극 대륙 최고봉인 빈슨 메시프(5140m)에 올라 세계 최초로 7대륙 최고봉 등정을 완수했다.

그는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를 6번이나 오른 철인이다. 마지막으로 에베레스트를 등정한 때 2017년엔 국내 최고령(63) 등정자로 기록되기도 했다. ‘상업원정대(돈을 받고 산 정상까지 안내하는 원정대)’의 가이드로서 고산에 오르는 네팔의 셰르파(Sherpa)를 빼고 그처럼 에베레스트 정상을 수차례 밟은 등반가는 많지 않다. 1993년에 한국 최초로 중국쪽(초모랑마) 북동릉을 통해 등정했으며, 2010년엔 아들 허재석(41) 씨와 함께 올라 세계 두 번째로 ‘부자 등정’에 성공했다. 그해 그는 아내를 먼저 떠나보냈다. 아들 허재석 씨는 지병으로 투병하다 떠나보낸 어머니를 추모하기 위해, 또 아버지 혼자 산에 보내기 어려워 따라나섰다고 한다. 허 대장은 1990년 처음 히말라야에 가족을 데리고 간 후 종종 아들과 등반을 하기도 했다. 아들은 현재 회사원이다.

산악인 후배 서기석(60) 씨는 “대부분의 산악인이 산 정상에 오르는 데만 집중했지만, 허 대장은 원정 시작부터 끝을 스스로 완수하는 행정가였다. 등반은 물론 현지 자료 수집과 현지인과의 유대, 행정 처리 등이 철두철미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런 성격 탓에 주변에 사람이 많지 않았다고 한다. 더러 오해를 산 적도 있었다. 그가 히말라야 8000m 14좌 완등이 아닌 다른 길을 택한 것도 그런 점이 작용했을 거라는 게 산악계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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