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저출산고령위 초대 사무처장이 ‘초등학교 전일제’ 외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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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숙 초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사무처장. 장 전 처장은 “저출생 대책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70년간 이어진 초등 공교육의 구조부터 바꾸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포토

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 때 ‘엄마, 1년만 회사 안 다니고 나 좀 도와주면 안되냐’고 하더라고요. 저도 워킹맘이라 결국 아들의 바람을 이뤄주지 못한 게 아직도 마음에 남아요. 20여년이 지나 이 아이들이 이제 부모가 될 나이가 됐고 사회는 무수히 많은 변화를 겪었는데, 공교육 시스템은 여전히 가정에서 아이를 돌볼 수 있다는 전제로 설계돼 있어요.

지난달 책『초등 전일제가 답이다』를 펴낸 장윤숙 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사무처장은 29일 “저출생 대책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선 교육 시스템의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장 전 처장은 보건복지부 장관 정책보좌관과 저출산고령사위 초대 사무처장 등을 지내며 교육 정책에 관심을 갖게 됐다.

책 제목과 같이 장 전 처장이 주장하는 공교육 혁신의 핵심은 ‘초등 전일제’다. 초등학생의 하루를 온전히 공교육에서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나라 초등 공교육은 오랫동안 오전 수업 중심 구조에 머물러 있고, 이때문에 그 이후 시간은 아이와 부모가 알아서 책임져야 하는 ‘돌봄 공백’이 나타나고 있다”며 “많은 가정이 어쩔 수 없이 사교육에 아이들을 맡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초등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은 87.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도 44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11% 넘게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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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숙 초대 저출산고령사위 사무처장이 지난달 출간한『초등 전일제가 답이다』 책 표지(왼쪽). 장 전 처장은 보건복지부 장관 정책 보좌관 등으로 일하며 공교육 구조를 바꾸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초등 전일제 도입을 주장했다. 중앙포토

“초등 반일제는 OECD 중 남아공과 한국에만”

장 전 처장은 현행 방과 후 돌봄 정책인 ‘늘봄학교’에 대해선 “사기”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교육보다는 돌봄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부실한 제도”라며 “정식 교원 자격증 없는 강사들이 단편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수준이고 지역이나 학교 간 수준 편차도 큰 상황”이라는 것이다.

자신이 주장하는 전일제는 늘봄학교와는 체질적으로 다르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장 전 처장은 “정규 교사의 지도 아래 오전과 오후 정규수업부터 예체능이나 외국어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운영하는 몇몇 사립학교의 전일제 시스템을 참고할 만 하다”며 “이후 자율학습이나 독서 등 다양한 학습 관련 활동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학교가 등교에서 귀가까지 학생들에게 일관된 학습 환경을 만들어 준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장 전 처장은 학생 수 감소에 따라 각 학교에 배치되고 남은 교사, 즉 ‘과원교사’를 활용하면 예산이나 인력 문제도 해결 가능하다고 봤다. 그는 “교사 1인당 학생수를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유지할 경우 2026학년도에는 약 1만6000명의 과원교사가 발생할 것”이라며 “이들 과원교사를 전략적으로 재배치하면 추가적인 재원 투입 없이도 전일제 실현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세계적 흐름에도 부합한다고 장 전 처장은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 초등학교 연간 수업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꼴찌 수준이고, 반일제 수업을 유지하는 나라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우리나라 단 두 곳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초등학교를 전일제로 전환하면 사교육 문제도 상당 부분 해결될 것”이라며 “이는 결국 공교육의 본질을 회복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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