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뇌졸중 치료도 유전자형 따라 달라져...재발률 최대 57%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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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과 이경열(좌), 정요한(우) 교수

뇌졸중 환자에게 재발 방지를 위해 쓰는 대표적인 약물인 ‘클로피도그렐’의 효과가 환자 유전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30일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에 따르면 이 병원 신경과 이경열·정요한 교수 연구팀은 뇌졸중 초기 환자 2925명을 대상으로 유전자형을 분석하고 약물 반응을 1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특정 유전자를 가진 환자에서 약물 효과가 크게 떨어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클로피도그렐은 혈전(피떡) 생성을 막아 뇌졸중 재발을 예방하는 데 널리 사용되는 약이다. 이 약이 몸속에서 효과를 내기 위해선 ‘활성형’으로 바뀌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때 CYP2C19라는 효소가 작용한다.

연구팀은 이 효소의 활성이 유전자에 따라 달라진다는데 초점을 맞췄다. 연구팀은 뇌졸중 발병 후 1주 이내 병원을 찾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CYP2C19 유전자형을 검사했다. 그 결과, 전체 환자 중 약 61%는 효소의 기능이 떨어지는 유전형(기능 상실 대립유전자)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클로피도그렐을 활성형으로 충분히 전환하지 못해 약물 효과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었다.

연구 결과 기능 상실 대립 유전자를 가진 환자군에서 심장마비나 재발성 뇌졸중 등 주요 심뇌혈관 문제가 발생한 비율은 2.78%로, 유전형이 정상인 집단의 1.6%보다 57.5% 높았다. 반면, 출혈이나 전체 사망률은 두 집단 간 큰 차이가 없었다. 약물의 부작용은 비슷하지만, 재발 예방 효과는 유전자에 따라 확연히 달랐다는 뜻이다.

이번 연구는 뇌졸중 치료에서도 환자의 유전 정보를 고려한 ‘맞춤형 치료’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특히 기능이 떨어지는 유전형을 가진 환자에게는 클로피도그렐 대신 다른 항혈소판제를 사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진료 가이드라인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경열 교수는 “이번 연구는 유전자형과 약물 반응의 관계를 실제 임상 데이터로 확인한 결과”라며 “뇌졸중은 재발률이 높은 만큼, 앞으로는 개인별 유전자 정보를 바탕으로 치료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최근 미국 의학 학술지 ‘JAMA Network Open’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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