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효녀의 아이콘' 걷어낸 새로운 '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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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아이 콤플렉스를 가진 아이가 아니었을까”(김우정)

요나김 연출이 30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뜰아래연습장에서 열린 국립창극단 신작 '심청' 연습실 공개 및 라운드 인터뷰에서 연습 과정을 지휘하고 있다. 연합뉴스
‘효녀’라는 막을 걷어낸, 우리가 그간 몰랐던 새로운 ‘심청’이 21세기 한국 관객을 찾는다. 국립창극단은 오는 9월 3일~6일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신작 ‘심청’을 초연한다고 30일 밝혔다. ‘심청’은 19세기에 완성된 판소리 ‘심청가’를 재해석한 작품. ‘효심’에 초점을 맞춘 원전과 달리 심청을 억압당한 사회적 약자의 대변자로 그렸다.
국립창극단이 이날 오후 공개한 연습 현장에서 배우들은 원전에서 심청이 아버지 ‘심봉사’를 찾기 위해 벌이는 맹인 잔치를 모티브로 한 장면을 연기했다. 유은선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은 이 작품에 대해 “고전 해석을 이렇게까지 할 수 있다니, 라고 느낄 수 있는 전무후무한 작품”이라며 “우리가 알고 있는 전통적인 소리에 새로운 해석을 더했다”라고 소개했다.

국립창극단 배우 김준수가 30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뜰아래연습장에서 열린 극립창극단 신작 '심청' 연습실 공개 및 라운드 인터뷰에서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립창극단 전 단원을 포함해 총 157명이 출연하는 대작 창극인 이 작품의 극본과 연출은 독일 등 유럽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요나 김이 맡았다. 그는 2017년 오페라 전문지 오펀벨트가 선정하는 ‘올해의 연출가’로 이름을 올리고 2020년 독일의 권위 있는 예술상인 파우스트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판소리 기반 작품 연출은 그에게 첫 도전이다.
요나 김은 “심청이라는 이야기가 가진 깊이와 너비를 탐구해보고 싶었다”며 “시공을 초월하고 모든 사람이 언어의 한계를 넘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려했다”고 말했다. 이 작품에 한복은 단 한 장면에만 등장한다고 요나 김은 부연했다.
‘변강쇠 점 찍고 옹녀’에서 ‘옹녀’역, ‘춘향’에서 ‘춘향’역을 맡았던 국립창극단 소속 김우정과 지난 4월 공개 오디션을 통해 발탁된 소리꾼 김율희가 ‘심청’을 연기한다.
김율희는 “기존 심청가에서 심청은 모든 걸 수용하고 아빠를 위해 죽는 착한, 1차원적 캐릭터”라며 “기존 심청가를 배울 때 ‘왜 이렇게까지 해야하나’라고 들었던 의구심, 또는 불편함을 표출할 수 있어서 여러 감정이 드는 작품”이라고 전했다.
‘심봉사’역은 국립창극단 간판스타로 ‘국악계 아이돌’로 꼽히는 김준수와 유태평양이 맡는다. ‘심봉사’ 역시 원전과는 다르게 그려졌다. 김준수는 ‘업보’라는 키워드로 설명했다. 그는 “심봉사뿐 아니라 작품 속 인물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저마다의 업보를 지고 살아가는 건 아닐까 싶다”라며 “심봉사는 눈을 뜨지만,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바뀌었을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공개 오디션을 통해 국립창극단 '심청'역에 선발된 김율희가 30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뜰아래연습장에서 열린 국립창극단 신작 '심청' 연습실 공개 및 라운드 인터뷰에서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태평양은 “원전의 심봉사는 딸만 생각하는 철부지이면서 어린아이같이 행복하고 순수한 캐릭터라면 이번 극에선 딸을 잘 돌보지 못하는 무기력한 인물”이라며 “전개되는 스토리가 원전과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국립창극단 소속 이소연 배우가 ‘뺑덕어멈’을 맡는다. ‘뺑덕어멈’은 ‘심청’과 대척점에 선 인물로 이번 작품에선 원전에 비해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심청의 다층적인 면을 보여주기 위해 ‘어린 심청’, ‘노파 심청’ 등의 인물도 등장한다.

요나김 연출이 30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뜰아래연습장에서 열린 국립창극단 신작 '심청' 연습실 공개 및 라운드 인터뷰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작진은 아직까지 이 작품의 결말을 마무리짓지 않았다면서도 원작과는 다른 결말이 될 것이라 강조했다. 요나 김은 “원전 결말의 판타지는 어린 소녀를 희생한 데 대한 죄책감을 덮기 위한 장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번 작품엔) 동화적인 얘기, 적어도 용궁 로맨스 같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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