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4년만에 무관, 그래도 ‘물감’은 마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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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만에 경기에 나선 싱가포르 세계수영선수권 200m 결선 후 숨을 몰아쉬는 황선우. 한국 선수 최초로 세계선수권 4회 연속 입상에 도전했지만, 아쉽게 4위에 머물렀다. [AP=뉴시스]

한국 수영 단거리의 ‘간판’ 황선우(22·강원도청)가 1년 만에 나선 세계 무대에서 희망과 과제를 동시에 확인했다.

황선우는 지난 29일 싱가포르 세계수영선수권 아레나에서 열린 2025 세계수영연맹(WA) 세계선수권 경영 남자 자유형 200m 결선에서 1분44초72에 터치패드를 찍어 4위를 차지했다. 그는 2022년 부다페스트 대회 은메달, 2023년 후쿠오카 대회 동메달에 이어 지난해 도하 대회에선 금메달을 목에 건 ‘디펜딩 챔피언’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세계선수권 4회 연속 입상에 도전했지만, 0.18초 차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황선우는 “아쉬움도 남지만, 개인 최고 기록에 근접한 성적이 나와 나쁘게만 보진 않는다”며 “남은 경기도 최선을 다해 임하겠다”고 다짐했다.

실제로 황선우는 다소 불안한 마음으로 싱가포르행 비행기에 올랐다. 지난 3월 남자 자유형 200m 국가대표 선발전 기록이 1분45초40으로 저조했던 탓이다. 한국 수영대표팀 김효열 총감독은 “황선우와 김우민이 지난해 12월 기초군사훈련을 다녀오느라 한 달 넘게 물에 들어가지 못했다”며 “그 후 ‘물감’이 많이 떨어져 있다. 메달도 중요하지만,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는 게 이번 대회 첫 번째 목표”라고 말했다.

막상 대회가 시작되자 황선우는 녹슬지 않은 기량을 뽐냈다. 지난 28일 준결선을 2위로 통과했다. 결선이 아닌데도 올 시즌 그의 베스트 기록인 1분44초84를 찍었다. 하루 뒤 결선에서는 이 기록을 다시 0.12초 단축했다. 포디움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수년간 국제무대를 누비며 쌓은 경험이 실전에서 빛을 발했다.

황선우에게 이번 대회는 명예 회복의 기회이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7월 파리올림픽에서 강력한 메달 후보였지만, 준결선을 9위로 마쳐 8명이 겨루는 결선에 오르지 못했다. 페이스 조절에 실패해 3년간 벼린 칼을 휘둘러 보지도 못하고 돌아왔다. 이번 대회는 황선우가 여전히 국제 경쟁력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더 중요한 건 미래, 즉 앞으로다. 황선우가 톱 클래스 위상을 유지하려면, 2년 가까이 제자리걸음 중인 자유형 200m 최고기록을 단축하는 게 급선무다. 그의 개인 최고 기록은 2023년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금메달)에서 작성한 1분44초40. 그는 그간 ‘1분43초대 진입’을 목표로 훈련했지만, 아직 뜻을 이루지 못했다. 반면 다른 나라의 메달권 선수들은 꾸준히 1분43초대 기록을 내며 황선우와의 거리를 벌렸다. 이번에도 다비드 포포비치(루마니아)가 1분43초53로 금메달, 루크 홉슨(미국)이 1분43초84로 은메달을 각각 땄다.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일본의 18세 ‘신성’ 무라사다쓰야(동메달·1분44초54)도 위협적인 경쟁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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