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당선인 尹의 "김영선 좀 해줘라"…위력행사 해당할지 특검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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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두 번째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대기장소인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2022년 5월 9일 윤석열 당시 대통령 당선인이 “김영선이 좀 (공천) 해줘라”라는 발언을 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이 어떤 범죄 혐의를 적용할지를 놓고 고심 중이다.
특검팀은 지난 27일 소환한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에게서 2022년 5월 9일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김 전 의원 공천을 해줘라”는 취지의 전화를 받았고, 윤 전 대통령과 통화하기 며칠 전 장제원 당시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으로부터도 비슷한 취지의 연락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대통령이 같은 날 정치브로커 명태균씨에게 “김영선이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 상현이한테 한 번 더 이야기할게. 걔가 공관위원장이니까”라고 말한 통화 녹취록 내용을 그대로 이행했다는 내용이다.
30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의 전화가 위력인지, 당선인 신분을 공무원으로 볼 수 있는지, 명씨의 여론조사 무상 공급이 뇌물성인지 여부를 살피고 있다. 각각의 판단에 따라 적용 법률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공개한 2022년 5월 9일 당시 윤 대통령과 명태균 통화 녹취록. 강정현 기자
尹, ‘위력’ 사용했나
첫 쟁점은 윤 전 대통령의 ‘위력’이 당 공천관리위원회의 업무를 부당하게 방해했는가이다.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적용하려면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들이 공천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압력을 받았다는 증거가 필요하다. 또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이었던 윤 의원이 윤 전 대통령의 제안을 ‘부당한 압박’으로 느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윤 전 대통령의 전화가 위력으로 작용했는지에 대해 전문가 시각은 엇갈린다. 한 선거법 전문 변호사는 “위력은 있다고 봐야 한다. 대통령 당선인이 특정인의 공천을 제안한 것은 기본적으로 위력이 동반된 행위다”면서도 “다만 업무방해죄를 적용하려면 위력의 행사로 공관위의 업무가 방해받았다는 점이 규명돼야 한다”고 했다.
반면 공안검사 출신 변호사는 “위력으로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하게 해야 하고, 하지 않았을 때의 불이익이 내포돼야 하는데 그런 것이 없다”며 “지금까지 나온 윤 전 대통령의 발언은 협박이 아닌 의견 개진 수준이다.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로 처벌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특검팀 내부적으로도 윤 전 대통령의 위력 행사에 관해 판단을 확정하지 못하고 검토를 이어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천 개입 의혹을 받는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27일 서울 종로구에 마련된 김건희 특검팀 사무실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대통령 당선인, 공무원으로 처벌 가능한가
또 다른 논란은 통화 당시 윤 전 대통령의 ‘신분’이다. 윤 전 대통령의 공천개입을 처벌할 수 있는 공직선거법은 ‘공무원’을 규율 대상으로 한다. 그런데 윤 전 대통령이 명씨나 윤 의원과 통화한 2022년 5월 9일은 아직 대통령 취임 전으로, 당선인 신분일 때다.
현행 공직선거법과 대통령직인수법 등은 ‘대통령 등 공무원의 선거개입’은 명시적으로 금지하지만 ‘당선인의 선거개입’에 대해선 별도 조항이 없다. 지난 2022년 이성만 전 민주당 의원이 “대통령 당선인도 정치적 중립 의무 적용 대상에 넣어야 한다”며 선거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제21대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 공천에 개입한 혐의로 지난 2018년 징역 2년이 확정됐는데, 현직 대통령 신분일 때 범행이 이뤄졌다.
선거법을 전문으로 하는 한 변호사는 “형벌 규정은 명확성의 원칙을 지켜야 해 임의로 확대하면 안 된다. 공무원을 규율하는 법을 비공무원 신분에 적용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했다. “대통령 당선인도 공무원과 다름없이 봐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가 지난 4월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청사로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미소를 지으며 답하고 있다. 뉴스1
81회 여론조사, 뇌물인가
명씨가 제20대 대선 당시 윤 전 대통령 측에 무상으로 전달한 81회의 여론조사(3억 7000만원 상당)가 뇌물인지도 따져봐야 한다. 뇌물죄는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직무에 관해 뇌물을 받거나 요구한 경우’에 처벌할 수 있다.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이 입증돼야 하는데, 정당의 공천은 대통령의 직무범위가 아니라는 판단이 우세하다. 뇌물죄 적용이 어려울 수도 있는 셈이다.
여론조사 무상제공이 뇌물죄가 되지 못하더라도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기소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 법조계 중론이다. “무상으로 여론조사를 제공받은만큼 윤 전 대통령 측이 재산상의 이익을 봤기 때문(선거법 전문 변호사)”이다. 공안검사 출신 변호사는 “만약 김건희 여사가 윤 전 대통령이 무상으로 여론조사를 제공받는 것을 알고 있고, 본인도 함께 여론조사를 부탁해왔다면 공범으로 볼 여지도 있다”고 했다.
소환 불응한 尹에 체포영장
윤 전 대통령이 김 전 의원의 공천을 직접 언급했다는 진술이 나오며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윤 전 대통령은 특검팀 소환에 불응하며 30일까지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고 있다. 특검팀은 이날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특검팀은 체포영장이 발부되면 특검보와 검사를 1명씩 구치소에 투입해 교도관들과 함께 집행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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