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감독·코치·동료·트레이너에게 물었다…‘괴력의 교타자’ 안현민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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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몬’ 캐릭터를 앞세워 새로운 돌풍을 불러일으킨 KT 외야수 안현민. 만만치 않은 무게의 기구도 거뜬히 들어 올리는 괴력으로 팬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사진 KT 위즈
근력과 탄력 모두 따라갈 자가 없다. 그런데 정확도와 선구안은 누구보다 섬세하다. 스스로를 다스릴 줄도 알아 욕심을 낼만 한 상황에서 평균 이상의 절제력이 나온다.
올 시즌 프로야구의 강력한 신인왕 후보를 넘어 MVP 후보로도 꼽히는 안현민(22·KT 위즈)이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신예의 돌풍 정도로 평가됐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성장세가 두드러지면서 이제는 모든 구단이 경계하는 핵심 타자로 자리매김했다.
‘괴력의 교타자’ 안현민의 존재감은 성적이 증명하고 있다. 규정타석 진입이 임박한 안현민은 30일 기준으로 타율(0.364)과 출루율(0.472), 장타율(0.648) 모두 장외 1위를 기록 중이다. 곧 규정타석을 채우면 타격 주요 지표 상위권을 갈아치우게 된다.
불과 4월까지만 하더라도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선수가 몇 달 사이 MVP 후보로 격상한 초유의 신드롬. 파워와 정확성을 겸비한 방망이로 상대 투수를 떨게 만드는 안현민을 고교 시절 은사와 KT 코칭스태프, 동료, 트레이너의 평가를 통해 다각도로 분석했다. 포수에서 외야수로의 전향 과정부터 근육질 체구의 비결, 남다른 야구 센스, 차세대 거포로서의 성장 가능성까지 안현민의 모든 것을 파헤쳐봤다.

안현민. 사진 KT 위즈
◆포수에서 외야수로
마산고 고윤성(43) 감독은 2018년의 포수 안현민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부산의 개성중을 졸업하는 시기가 왔는데도 송구 문제가 있는 안현민을 데려가려는 지역 고등학교가 확정되지 않던 시점. 고 감독은 “(안)현민이는 경남 김해에서 야구를 시작하면서부터 유망주로 이름이 알려지기는 했다. 그런데 중학교에서 소위 송구 입스가 왔다. 2루 송구는 되는데 투수에게 공을 잘 던지지 못하더라. 그러면서 평가가 많이 절하됐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다행히 마산고로 와서는 그런 문제가 조금 나아졌다. 같이 생활해보니 자신의 약점은 어떻게든 노력해서 고쳐야 직성이 풀리는 선수더라. 그렇게 주전 포수가 됐고, 2021년 마산고의 사상 첫 전국대회 우승을 이끈 안방마님이 됐다”고 덧붙였다.
안현민은 2022년도 KBO 신인 드래프트 2차 지명에서 4라운드 38순위로 호명됐다. 당시 포지션은 포수. 그러나 프로 입문 후에도 송구 문제가 나아지지 않으면서 KT 구단 차원에서 포지션 전환이 고려됐다. 안현민의 타격 장점을 살리기 위해선 수비 부담이 그나마 적은 외야수가 낫겠다는 결론이 나와 곧바로 수비 위치를 바꿨다.
‘괴력의 교타자’ 안현민
배트 : 길이 34.5인치(87.63㎝), 무게 890g
신발 : 290㎜ 허리둘레 : 34인치
체격 : 신장 1m83㎝, 체중 90㎏
체력 : 스쿼트 230㎏, 데드리프트 230㎏, 벤치프레스 140㎏
홈런 비거리 : 평균 130.3m(전체 1위)
올해 성적 : 71경기 타율 0.364 18홈런 60타점 49득점 출루율 0.472 장타율 0.648
(30일 기준)
◆‘3대 600㎏’ 괴력의 탄생
입단 이듬해 입대를 택한 안현민은 강원도 양구군의 21사단에서 취사병으로 복무하며 탄탄하게 몸을 키웠다. 프로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탄탄한 체격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이렇게 소위 ’3대 운동‘이라고 불리는 스쿼트와 데드리프트, 벤치프레스를 합쳐 600㎏ 이상 드는 ‘근육몬’ 캐릭터가 탄생했다.
그렇다면 안현민의 근육은 다른 선수들과 어떤 차이를 보일까. 이를 가장 정확히 파악하는 KT 구자국(45) 트레이닝코치다. 구 코치는 “안현민의 근육량은 최상급이라고 보면 된다. 군대에서 홀로 운동하면서 그런 몸을 만들기가 쉽지 않은데 본인 의지가 참 대단하다”면서 “이제 중요한 부분은 유연성이다. 근육은 더 키워도 되지 않지만, 오랫동안 선수로 뛰려면 몸을 원활하게 쓰게 하는 유연성을 길러야 한다. 다행히 유연성과 탄력 모두 기본값이 좋아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안현민의 체구만큼이나 특출한 부위가 있다. 바로 눈이다. 안현민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지난해부터 기회를 주기 시작한 KT 이강철(59) 감독은 “거포들은 삼진으로 세금을 내지만, 안현민은 다르다. 불리한 볼카운트에서도 그냥 죽는 법이 없다. 어떻게든 공을 맞혀 의미 있는 결과를 낸다”면서 “비결은 역시 뛰어난 선구안이다. 쉽게 속을 만한 볼도 확실하게 골라낸다. 가끔은 스윙을 너무나 아껴서 문제이긴 하지만, 그래도 방망이 정확도가 높아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어낸다. 근래 보기 힘든 교타자형 거포”라고 설명했다.

‘3대 600㎏’ 안현민 그래픽 이미지.
◆차세대 거포로 성장하려면
안현민은 팬들 사이에서 ‘터미네이터’ 혹은 ‘고릴라’와 같은 별명으로 불린다. 오랜 기간 KBO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KT 외야수 멜 로하스 주니어(36·도미니카공화국)에게도 안현민은 특별한 선수로 느껴진다. 로하스는 “안현민과 함께 있으면 내가 평범한 선수처럼 보일 때가 있다. 나보다 더 남미 선수 같다”면서 “한국에서 보기 힘든 근육량의 타자다. 재질이 좋은데 노력도 열심히 하는 선수라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지 내가 더 기대가 된다”고 했다.
일단 안현민은 타자로서의 잠재력은 충분히 입증됐다. 이제 국가대표급 선수로 성장하려면 외야수로서의 기본기를 갖춰야 한다. 안현민에게 주어진 최대 과제다. KT 박경수(41) 수비코치는 “처음 외야수를 맡았을 때보다는 안정감이 높아졌다. 아직 좌우로 오는 타구 판단에서 가끔 실수가 있어도 큰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다”고 했다.
박 코치는 이어 “겉으로 보는 안현민은 힘만 앞세우는 선수 같다. 그러나 야구 센스가 뛰어나고, 흐름을 읽을 줄 아는 야수다. 계속해서 경험을 쌓으면 수비까지 믿고 맡길 수 있는 선수로 성장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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