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한·미 국방장관, 첫 통화서 “동맹 현대화” 약속… '주한미군 조정&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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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31일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과 통화했다고 국방부가 밝혔다.
한·미 국방부 장관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이뤄진 첫 통화에서 “한·미동맹을 상호 호혜적으로 현대화하기 위한 협의”를 하기로 했다고 국방부가 밝혔다. ‘동맹의 현대화’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주한미군의 역할·규모 조정 등 이른바 ‘전략적 유연성’ 개념을 설명할 때 쓰는 용어인데, 한국 정부도 이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한국 국방 수장이 이런 미 측의 개념을 수용하거나 양국 국방 당국이 향후 협의를 진행하겠다는 취지로 읽힐 여지가 있어 주목된다.
국방부는 31일 “이날 오전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과 취임 이후 첫 공조 통화를 갖고 역내 안보 상황을 점검하는 한편 한·미동맹과 연합 방위 태세의 굳건함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두 장관은 이어 “변화하는 역내 안보 환경 속에서 한·미 동맹을 상호 호혜적으로 현대화하기 위한 협의를 지속하기로” 하고, “조선·MRO(유지·보수·정비), 첨단과학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동맹 협력을 더욱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와 관련,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동맹 현대화(modernizing the Alliance)’를 미국이 반복적으로 주장해도 한국은 그간 직접적인 언급을 피해왔다. ‘현대화’엔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 견제 목표에 맞춰 주한미군의 역할과 규모를 조정한다는 함의가 있는 만큼 이를 한국 정부 차원에서 그대로 수용할 순 없다는 취지였다.
이에 정부는 '미래형 포괄적 전략 동맹'이란 용어를 대신 써왔다. 안 장관 역시 “한·미 동맹을 ‘미래형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더욱 심화·발전시켜 나가기를 희망한다”고도 말했다.
다만 안 장관이 첫 통화에서 동맹 현대화를 공식 보도 자료에 언급한 건 자칫 미 측의 논리에 말려들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지난 5월 미 워싱턴DC에서 이뤄진 제26차 한·미통합국방협의체(KIDD) 회의 때는 결과 자료에 양측이 “한·미 동맹 강화 방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고만 담긴 것과도 비교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전세계에 주둔하는 미군의 소요 비용 등을 토대로 주둔 규모와 임무 등을 조정하기 위한 전반적 재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한국 정부의 대응에 따라 동맹 현대화가 양국 국방 당국 간 본격적 의제가 될 수도 있는 셈이다.
한편으로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논의 등도 고려한 것일 수 있다. 이재명 정부도 역대 정부처럼 전작권 전환을 방침으로 삼고 있다. 이런 양측 정부의 관심사를 두루 반영하기 위해 “상호 호혜적 현대화”란 용어를 썼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번 공조 통화는 안 장관이 지난 25일 취임한지 엿새 만에 이뤄진 것이다. 지난해 12.3 비상 계엄 사태로 사실상 끊어졌던 한·미 국방수장 간 대화가 정상 궤도에 다시 올랐다는 의미가 있었다. 앞서 올해 1월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 겸 차관이 헤그세스 장관 취임 직후 통화를 했으나, 헤그세스 장관은 이후 첫 동아시아 순방에서 한국을 건너 뛰었다. 5월 말 싱가포르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땐 한국이 대선 기간 등을 이유로 실무자만 파견했다.
안 장관은 통화에서 “국민 주권정부의 첫 번째 국방 장관으로서 지난 70여 년 간의 한미동맹 성과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책임감이 크다”며 “한·미동맹은 피로 맺어진 동맹으로, 바퀴의 양 축과 같이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라고도 말했다. 이에 헤그세스 장관은 “대한민국의 방위에 대한 미국의 철통 같은 공약을 재확인”한다고 화답했다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두 장관이 대북 억제력과 관련 “북·러 간 불법 군사협력을 포함한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로 했다고 한 부분도 눈에 띈다. 통상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거론했는데, ‘핵·미사일’이 빠진 셈이다. 확장 억제와 관련한 대목도 한·미 핵협의그룹(NCG)에 대한 언급 없이 “협력을 심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했다.
두 장관은 또 “가능한 이른 시기” 만나자고도 합의했다. 이와 관련, 한·미 국방 당국은 올해 서울에서 열릴 예정인 한·미안보협의회의(SCM)의 개최 시기 등을 조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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