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대전에서 발생한 교제 살인 사건 피의자 검거에 시민 제보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30일 오전 11시45분쯤 대전 중구 산성동의 지하차도 근처에서 전 연인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A씨(20대)가 도주 약 24시간 만에 긴급체포 됐다. 연합뉴스

31일 대전경찰청과 대전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30일 오전 10시39분 대전 서구의 한 대학병원 장례식장에서 자신을 “(피해자의) 남자친구”라는 남성이 나타났다. 이 남성은 빈소를 확인한 뒤 곧바로 사라졌다. 빈소 주변에서 이를 목격한 시민이 112에 신고했고 경찰은 주요 교차로 등에서 A씨의 이동 경로를 확인했다.

A씨를 추격하던 경찰은 오전 11시45분쯤 “한 남성이 토하고 있다”는 신고를 추가로 받았다. 대전시 중구 산성동의 한 상가 앞 도로였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남성이 A씨의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 가용 인력을 현장으로 보내 음독을 시도하던 A씨를 긴급 체포했다. 충북의 한 병원으로 옮겨진 A씨는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지난 29일 낮 12시 8분께 대전 서구 괴정동 주택가에서 한 남성이 30대 여성을 흉기로 찌르고 도주했다. 사진은 현장에 쳐놨던 폴리스라인이 쓰레기봉투에 버려져 있는 모습. 연합뉴스

대전경찰청 관계자는 “사건 발생 하루 만에 피의자를 검거한 데는 시민의 결정적인 제보가 큰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병원에서 치료 중인 피의자를 상대로 범행 동기를 규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A씨는 후송 과정에서 자신의 범행을 시인한 뒤 “피해자(B씨·30대 여성)가 죽은 줄 몰랐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은 뒤에는 “(나도) 죽으려고 (음독을) 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다만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뚜렷하게 진술하지는 않았다. 경찰은 A씨의 치료 과정을 지켜보며 구체적 범행 동기 등을 추가로 확보할 방침이다.

지난 30일 오전 11시45분쯤 대전 중구 산성동의 지하차도 근처에서 전 연인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A씨(20대)가 도주 약 24시간 만에 긴급체포 됐다. 연합뉴스

경찰은 이번 사건을 ‘계획적인 범죄’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A씨는 지난 29일 낮 12시8분쯤 대전시 서구 괴정동 주택가 골목에서 전 여자친구를 흉기로 찌른 뒤 자신의 휴대전화와 흉기를 버리고 도주했다. 그는 인근이 미리 주차했던 자동차를 타고 달아났다가 몇시간 뒤에 오토바이로 갈아탔다. 경찰은 A씨가 추적을 피하고 혼돈을 주기 위해 이동수단을 교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A씨는 대전의 대학병원 장례식장을 찾았을 때와 검거 당시 오토바이가 아닌 렌터카(검정색 K5)를 타고 있었다.

한편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차장)은 31일 오후 대전서부경찰서를 찾아 사건 개요와 검거 과정, 수사 과정 등을 보고받은 뒤 교제폭력 사건과 관련한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