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세제개편이 폭탄 됐다…잘나가던 코스피, 李정부 최대 낙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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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최기웅 기자

역대 최고점을 넘보던 국내 증시에 제동이 걸렸다. 코스피는 4% 가까이 떨어졌고 코스닥도 800선이 무너졌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최대 낙폭이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날보다 3.88%(126.03포인트) 하락한 3119.41로 장을 마쳤다. 미국발(發) 글로벌 무역 갈등이 고조됐던 지난 4월 7일(-5.57%) 이후 3개월여 만에 하락폭이 가장 크다. 외국인과 기관의 순매도 영향이 크다.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지난달 23일부터 7거래일 동안 3조6060억원을 순매수했다가 이달 1일에만 6524억원을 순매도했다. 기관도 1조720억원을 팔았다. 개인은 1조6283억원 순매수에 나섰지만, 하락세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코스닥 지수는 낙폭이 더 컸다. 전날보다 4.03% 떨어진 772.79에 마감했다.

증시가 흔들린 가장 큰 요인은 정부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세제 개편안에 따른 투자 심리 위축이다. 배당 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지방소득세 포함)은 38.5%로 시장 예상치보다 높고,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이 50억원에서 10억원 이상으로 강화됐다. 증권거래세율 인상(코스피 0→0.05%, 코스닥 0.15→0.2%), 법인세율 인상(최고세율 24→25%)도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꼽힌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한국 주식시장 상승을 이끈 동력 중 한 축은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 등 정책이었다”며 “그러나 이번 세제 개편안에 대한 실망감으로 정책이라는 동력 축이 무너지면서 주가가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같은 날 미국과의 관세 협상도 주가 하락의 이유로 꼽힌다. 상호관세율은 15%로 ‘선방’했지만, 한국산 철강·알루미늄·구리 등 일부 품목의 관세율은 최대 50%인 데다 3500억 달러(약 491조7150억원) 대미 투자 부담도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자동차 등 과거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수혜를 본 업종은 관세율이 0%에서 15% 올라간 셈이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율도 요동쳤다. 미국 달러 대비 원화값이 두 달 반 만에 1400원대로 추락했다. 1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달러당 원화값은 주간 거래에서 전날 종가(1387원)보다 14.4원 급락한(환율은 상승) 1401.4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원화가치가 1400원 선을 뚫고 하락한 건 지난 5월 14일(1420원) 이후 처음이다. 연고점을 기록한 6월 말(1350원)과 비교하면 한 달 새 50원 넘게 떨어진 것이다.

1일 외국인 투자자 순매도에 달러 수요가 커져서 원화값이 떨어진 데다 되살아난 강달러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유로·엔 등 주요 6개 통화대비 달러가치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장중 100선을 넘어섰다. 장중 100을 넘어선 것은 지난 5월 29일(100.54) 이후 두 달여 만이다.

글로벌 관세 협상이 미국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시장의 평가가 달러 강세에 불을 지폈다. 또 당분간 미국이 고금리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도 달러 몸값을 높이는 요인이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주요국 간의 관세 협상이 마무리됨에 따라 과열됐던 달러가치는 진정되겠지만, 원화값은 투자심리 위축 등에 따른 외국인의 순매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코스피 급락이 어떤 식의 선후 관계가 있는지 모르지만, 인과 관계 분석이 면밀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단순히 코스피 등락은 세제 개편 이후이뤄졌다고 보긴 어렵고 인과관계를 나중에 분석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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