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美 "쌀도 역사적 개방", 韓 "추가 개방 없다&#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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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타결된 한ㆍ미 관세 협상의 내용을 놓고 양국간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한국 측에 민감한 이슈인 쌀 시장 개방을 놓고 이견이 나오는 모습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한ㆍ미 관세협상을 설명하며 “자동차와 쌀(autos and rice) 등 미국산 상품에 대한 역사적인 시장 접근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협상 직후 쌀과 소고기 등 농축산물 시장의 추가 개방 없이 관세를 낮춘 것을 주요 성과로 내세웠는데 미국 측에서 다른 말이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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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국 정부 무역 협상단이 30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관세 협상에 타결한 뒤 단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백악관 엑스(X)

레빗 대변인의 발언이 전해지자 쌀 시장 개방 등에 논란이 커졌다. 그러자 정부가 적극 진화에 나섰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1일 브리핑에서 “쌀이나 농축산물 시장에 대해서는 (추가) 개방이 안 된 건 확실히 맞다”며 “미국 측에서 오해가 있엇던거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강 대변인은 “(농축산물) 상세 품목에서 검수, 검역 과정을 더 쉽게 하는 부분에 대해서 변화는 있을지도 모른다”면서도 고 덧붙였다. 정부도 같은 날 관계부처합동으로 설명 자료를 내 “한미 통상 협의에서 쌀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쌀, 소고기 등을 둘러싼 논란은 협상 타결 직후부터 예견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타결 소식을 전하며 “한국이 미국산 자동차ㆍ트럭ㆍ농산물 등에 대해 시장을 완전히 개방(completely OPEN)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 측은 이에 대해 ‘정치적 수사’라는 입장이다.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로 농산물 시장의 99.7%가 개방돼 있는 등 이미 완전히 개방된 점 등을 재차 확인한 발언이라는 게 정부 측의 설명이다.

다만 정부의 설명대로 쌀과 소고기 등 농산물 시장 추가 개방은 없더라도, 미국산 과일 등에 대한 검역 기간 단축 등을 통해 미국산 농산물의 한국 시장 접근이 빨라질 가능성은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30일(현지시간) 한국 협상단을 만난 자리 초반부터 과일과 채소 등에 대한 검역 문제를 강하게 지적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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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무역합의 관련 양측 입장 차이 그래픽 이미지.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공개한 2025년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에서는 한국의 미국산 블루베리·감자·체리·사과 등의 검역 절차 등을 언급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 측은 한국의 과일과 채소의 검역에 대한 불만을 여전히 갖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 협상에서는 방어를 잘했지만, 미국이 이를 다시 문제 삼을 경우 또다시 이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검역 개선이라는 표현은 소통을 강화한다는 것이고, 8단계 검역 절차의 과학적인 역량 제고를 강조한다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3500억 달러 규모로 조성될 대미 투자 펀드에 수익금 배분 등에 대한 이견도 계속되고 있다.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수익의 90%는 미국 정부에 돌아가 국가 부채 상환 및 대통령이 선택하는 기타 용도로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한국 정부는 수익금의 90%를 미국이 가지는 부분에 대해 ‘재투자’ 개념으로 설명해 왔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달 31일 “정상적 문명 국가에서 돈을 댄 국가가 아닌 미국이 이익의 90%를 가져가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내부적으로는 재투자 개념일 거 같다”고 말했다.

관세 협상 체결 후 이견이 표출된 건 한국만의 일은 아니다. 일본 역시 대미펀드의 구조와 수익 배분 등을 놓고 미국 측과 이견을 보이고 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이번 관세협상은 협정문이나 합의문을 만들지 않고 메모 형식의 비망록으로 합의가 돼 큰 원칙만 정해진 상황”이라며 “한ㆍ미 정상회담과 실무진들의 문서화 작업 등을 거쳐 협상 내용이 뚜렷해지더라도 펀드의 경우 투자처 등을 놓고 줄다리기가 계속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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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유럽연합 관세협상 비교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각국 정부, 주요 외신보도]

2주 내에 열기로 한 한ㆍ미 정상회담에서 미국 측의 추가 청구서가 날아올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대한민국 자체적인 투자 목적을 위한 대규모 투자도 별도로 약속했다”며 “이 투자 금액은 향후 2주 내에 한ㆍ미 정상 회담을 가질 때 발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와 앤디 림 부국장은 31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정상회담을 단순히 무역 협정 축하의 장이 아니라 한국을 상대로 투자, 비관세 장벽, 환율 문제에 있어 추가적인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한 지렛대로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번 협상으로 한ㆍ미 FTA는 사실상 형해화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 측은 미국에 수출할 때 15%를 내는 반면, 미국 측은 한국에 수출할 때 종전과 같이 0%의 관세만 물게 돼 반쪽짜리 FTA 협상이 됐다. 다만 정부 등은 한ㆍ미 FTA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관세 외에도 서비스나 한국 기업의 미국 현지 투자 등과 관련된 내용이 많은 만큼 FTA는 여전히 유효한 협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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