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알려진 건 카톡 프사 뿐…강선우에 李 뜻 전한 '만사현통'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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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회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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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로 본 이재명 대통령 용인술
“나도 안봉근이 연결해줘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연락이 가능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사석에서 했던 말이다. 박 전 대통령을 ‘누님’이라 불렀을 만큼 ‘진박’으로 통했던 그조차도 이재만(당시 총무비서관)·정호성(당시 제1부속비서관)·안봉근 (당시 제2부속비서관·국정홍보비서관) 등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을 거쳐야 통화가 가능했다는 이야기다. 박 전 대통령의 사례가 극단적이긴 하지만, 대통령 주변 자리는 늘 ‘그림자 권력’으로 불려왔다. 대통령에의 접근을 좌우할 수 있고 접근을 좌우한다는 건 대통령의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여서다.
이재명 정부에서 ‘문고리’를 움켜쥔 것은 오랜 기간 이 대통령과 손발을 맞춰온 ‘성남 라인’이다. 김현지 총무비서관, 김남준 제1부속실장, 윤기천 제2부속실장 등은 성남시장 시절부터 이 대통령을 보좌했던 인사들이다.
이들 중에서도 대선 전부터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김현지 총무비서관이다. 총무비서관은 통상 대통령실의 재무·행정·인사 업무 등을 담당한다. 때문에 누구보다 대통령과 독대 기회도 많고, 청와대 안팎의 분위기를 대통령에게 전달하기도 한다. 최근엔 강선우 의원의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사퇴 과정에서는 김 비서관이 강 의원에게 직접 전화해 ‘사퇴해야 할 것 같다’는 이 대통령의 뜻을 전했다고 해 주목을 받았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비서실장, 정무수석, 인사비서관을 두고도 총무비서관이 연락하는 건 흔치 않다. 실세 중 실세”라고 평했다. 정치권에선 이명박 정부 당시 이 전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 ‘만사형통’으로 불렸던 것이 빗대어 ‘만사현통’이라는 조어도 회자한다.
김남준 제1부속실장은 성남시 출입기자 시절 발탁돼 성남시청 공보실 대변인을 시작으로 이 대통령과 함께했다. 부속실은 대통령 대면·통화·일정을 실무 총괄해, 역대 정권에서도 실세로 불리곤 했다. 여권에선 김현지 비서관과 김남준 실장 간 역학에 주목하는 이들이 있다.
김혜경 여사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윤 실장은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 재직 시 비서실장을 맡았고, 이후 수정구청장·분당구청장·성남FC 대표이사 등을 거치며 이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김현지 비서관·김남준 실장과 함께 ‘3김’으로 불리는 김용채 인사비서관은 성남시민모임을 통해 성남시장 비서관·이재명 의원실 선임비서관 등을 거쳤다.
‘3김’과 관련해선 학력이나 정계 이전 경력이 거의 알려진 게 없다. 김현지 비서관은 나이도 공개되지 않았으며, 언론에도 모습을 비추지 않는다. 카카오톡 소개 사진도 이른바 ‘지브리풍’ 그림 이미지다.
현 정권에선 이례적으로 비서관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다. 알음알음 알려질 뿐인데, 관련 질문을 해도 “이재명 정부의 인사 방식”이란 취지로만 답한다. 여권에선 “‘성남 라인’ 출신 비서관들과 대통령의 변호사 출신 민정수석실 비서관들부터 먼저 임명되다 보니 명단 공개 시 이런 면이 부각될까 봐 공개를 꺼린 것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 이 대통령 변호인 출신들도 요로(要路)를 장악하고 있다. 민정비서관은 이태형 변호사로 대장동 사건을 비롯해 이 대통령의 친형 강제입원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혜경궁 김씨 사건 등의 변호인을 맡아 ‘법률 호위무사’라고 불렸던 인사다. 대통령실 법무비서관·공직기강비서관으로 임명된 이장형·전치영 변호사는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행정관 조상호 변호사는 대장동 사건을 각각 변호했다.
법제처장으로 낙점된 조원철 변호사는 이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대장동과 위증교사 사건의 변호인이었다.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변호인을 맡았던 김희수 변호사는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에 임명됐다. 앞서 ‘대장동 5인방’으로 불리는 김기표, 김동아, 박균택, 양부남, 이건태 변호사는 22대 총선에서 상대적으로 수월한 지역구를 공천받아 국회 입성했다.
박동원 폴리컴 대표는 “박 전 대통령도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만 곁에 두고 국정을 운영하다가 결국 ‘인의 장막’에 갇히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등을 향해 선 넘는 발언을 해온 최동석 인사혁신처장도 이 대통령에 대해선 강한 충성심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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