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한국인 성공회 성직자 딸, 미국 법원 출석했다 이민당국에 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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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뉴욕 맨해튼 이민관세단속국(ICE) 앞에서 이민 단속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침묵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에서 성공회 사제의 자녀로 체류 중인 20세 한국인 대학생 고연수 씨가 비자 문제로 법원에 출석했다가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의해 체포돼 구금 중이다.

고 씨는 여성 사제로서는 최초로 대한성공회 서울교구에서 사제서품을 받은 김기리 신부의 딸로, 2021년 3월 어머니를 따라 종교비자(R-1)의 동반가족비자(R-2)를 통해 미국에 입국했다. 이후 뉴욕주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퍼듀대에 재학 중이다. 고 씨는 2023년 체류 신분 연장을 승인받아 2025년 말까지 합법적인 체류 자격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ICE는 고 씨의 체류 신분이 종료됐다는 판단을 내리고 지난 7월 31일 뉴욕 이민법원 출석을 마치고 나오던 고 씨를 현장에서 전격 체포했다. 고 씨는 현재 맨해튼 ICE 청사에 임시 구금돼 있으며 조만간 다른 이민자 구금시설로 이송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성공회 뉴욕 교구와 뉴욕이민연대 등 이민자 권리 보호단체들은 2일(현지시간) ICE 뉴욕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 씨의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했다.

매슈 헤이드 뉴욕 교구 주교는 "현재의 이민자 정책은 혼란스럽고 잔혹함을 내포하고 있다"며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마리사 시폰테스 신부도 “법정 출석을 마친 이민자들이 적법 절차 없이 구금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기리 신부는 이날 연합뉴스와 만나 “면회를 신청했으나 이루어지지 않았고, 딸이 언제 어디로 이송될지도 통보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민자보호교회 네트워크에서 활동했지만 내 가족이 단속 대상이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은 ICE의 법정 내 체포 관행에 대해 "적법 절차를 위반한 불법 행위"라며 뉴욕 남부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ACLU의 마이클 탄 부국장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의 기습적 체포 전술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인 사회도 이번 사태에 우려를 표명했다. 이명석 뉴욕한인회장은 “미국 정부의 이 같은 행태는 인권 유린에 다름 아니다”라며 “고 씨의 석방을 요구하는 공문을 당국에 발송하고 다른 한인 단체와 함께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에는 라임병 백신 연구 중인 텍사스 A&M대학 박사과정 유학생 김태흥 씨가 한국 방문 후 미국 재입국 시 공항에서 체포돼 억류되기도 했다. 잇따른 사례에 따라 미국 내 한인 사회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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