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Health&] 단일공 로봇수술로 그레이브스병 치료···성장기 환자 흉터 없이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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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병원 메디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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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민 인하대병원 외과 교수가 갑상샘암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인하대병원

15세 여중생 김아린(가명)양은 최근까지도 목이 드러나는 옷을 입지 않았다. 티셔츠를 입으면 부풀어 오른 목이 눈에 띄었고, 친구들의 시선도 불편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원인은 갑상샘 기능이 지나치게 활발해지는 그레이브스병(갑상샘기능항진증)을 앓고 있다는 것이었다. 병원에서는 5년 전부터 수술을 권했지만, 김양과 가족은 약물치료로 조절하길 원했다. 하지만 증상은 점차 악화했고, 갑상샘 크기도 계속 커졌다.

그레이브스병은 자가면역 질환의 일종이다. 갑상샘에 대한 항체가 과도하게 작용해 호르몬 분비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하는 질환이다. 심장이 빠르게 뛰고, 손떨림, 설사, 다한증, 안구 돌출 등 전신에 걸쳐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그레이브스병은 대부분 약물치료로 조절이 가능하다. 다만 장기간 치료에도 호전되지 않거나 갑상샘이 지나치게 클 경우 수술이 필요하다.

중학생이 된 김양은 결국 수술을 결심했다. 그런데 또 다른 문제가 있었다. 여러 병원을 방문했지만, 대부분 갑상샘이 너무 커 수술이 어렵다고 말했다. 한 병원에선 수술 후 목에 10㎝ 이상의 흉터가 남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던 중 김양은 인하대병원 외과 이선민 교수를 찾았다.

이 교수는 진료 후 로봇 수술을 제안했다. 다빈치 SP 로봇을 활용해 겨드랑이 한쪽을 3㎝가량 절개한 뒤 단일공(하나의 구멍)으로 수술 기구를 삽입해 갑상샘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목 피부를 직접 절개하지 않아 흉터를 최소화할 수 있다.

김양의 갑상샘 지름은 10㎝를 초과했다. 정상 크기는 4~5㎝ 정도다. 일반 수술의 경우 절개 범위가 넓어지고, 출혈이나 후두 신경 손상 위험이 커진다. 후두 신경은 갑상샘 뒤편을 지나는데, 손상되면 쉰 목소리 등 영구적인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갑상샘 전절제술이 고난도 수술로 분류되는 이유다.

이 교수는 단일공 로봇 수술을 통해 약 3㎝의 절개만으로 갑상샘 전체를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절개 부위는 겨드랑이 안쪽으로 흉터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수술 후 출혈과 통증도 적었다. 수술 후 호르몬 수치는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으며, 회복 경과도 양호하다. 로봇 수술은 아직 일부 병원에서 제한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병변의 크기와 위치, 환자의 해부학적 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용 여부를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이번 사례는 수술이 필요한 고난도 그레이브스병 환자에게 로봇 수술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단순히 흉터를 줄이기 위한 미용 수술이 아니라 환자의 삶의 질까지 고려한 치료라는 점에서 의료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이 교수는 “흉터가 남는 수술보다 기억에 남지 않는 수술을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환자들의 삶과 심리를 함께 고려한 수술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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