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소년중앙] 유학·자퇴·건축…'내가 원하는 나' 되기 위해 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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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기준 세계 인구는 약 82억 명이죠. 세상은 넓고 문화는 각양각색이지만, 많은 문화권에서 사람들은 비슷한 단계를 밟으며 삶을 살아갑니다. 초·중·고 등 정규교육 과정을 거친 뒤 직업을 갖고 안정적인 수입을 얻으며 사회생활을 하는 거예요. 많은 사람들은 다수가 택하는 경로에서 이탈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만약 내가 그때 다른 길을 택했으면 어땠을까' 하고 가슴 뛰는 삶에 대한 아쉬움을 담아 뒤돌아보기도 하죠.

올해 스물넷인 이아진씨는 어린 나이부터 '세상이 원하는 나'가 아닌 '내가 원하는 나'가 되기 위해 달려왔어요. 14세에 홀로 호주로 유학을 떠나 졸업을 1년여 앞두고 돌연 자퇴했으며, 18세가 되던 해에는 공사 현장에서 목수로 일하기 시작했죠. 현재 한국교통대학교 건축학과에 재학 중이며, 유튜브 채널 '전진소녀의 성장일기'에서 15만 구독자와 삶의 이모저모를 나누는 디지털 콘텐트 크리에이터이기도 해요. 김수민·서진하 학생기자가 이아진씨를 만나 '내가 원하는 나'가 되는 법과 그의 경험담이 담긴 책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었을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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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소녀' 이아진(가운데)씨가 시간관리 방법, 진로 탐색에 필요한 마음가짐 등 자신의 여러 경험을 소중 학생기자단과 공유했다.

수민: 디지털 콘텐트 창작자로서 '전진소녀'라는 이름을 선택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또 디지털 콘텐트 외에 책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도 궁금합니다.  

전진소녀라는 이름은 제가 졸업을 1년여 앞둔 18세에 자퇴를 선택했을 때 아버지가 꿈을 향해 전진하라는 의미로 지어주셨어요. 책을 발간한 이유는 글과 영상은 똑같은 메시지를 전해도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글로 전한 메시지가 자극적인 영상보다는 훨씬 유효기간이 긴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평소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함축해서 책『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었을까?』를 쓰게 됐죠.

수민: 졸업을 1년여 앞두고 자퇴를 선택하기까지 많은 용기가 필요했을 것 같은데, 어떻게 그런 결심을 하게 됐나요.

대학 입시가 점점 다가오면서 회의감이 들었어요. 당시 제가 재미있어하는 과목들과 학교 활동들이 많이 있었지만, 결국 그게 입시를 위한 스펙이자 포트폴리오라는 생각이 갈수록 커졌죠. '내가 대학 입시와 취직을 위해 학교에 다니는 건가?' 싶어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많이 했어요. 결국 1년 동안 고민하다가 '사회에서 꿈을 찾자'는 마음으로 자퇴를 선택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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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진씨는 7년째 목수로 활동하면서 자신만의 길을 개척 중이며, 자신의 경험을 담은 에세이를 출간했다.

진하: 그래서 목수일을 시작한 거군요. 좋아하는 일을 쫓아 남들과는 다른 일을 가면서 좌충우돌하고 편견에 시달린 경험도 많을 것 같아요.  

제가 목수일을 한 게 올해 기준 7년 차예요. 이 일을 시작하고 얼마 안 되었을 때는 제가 나이가 어려서 뭘 모르고, 일도 못 할 거라는 편견 때문에 힘들었어요.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제가 목수일을 좋아하는 마음까지 가볍게 취급받는 게 서럽더라고요.

진하: 만약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때와 똑같은 선택을 하실 건가요.  

지금의 기억을 가지고 돌아간다면 학교를 자퇴하진 않았을 거 같아요. 그동안 힘들게 도전하면서 여러 깨달음을 얻었거든요(웃음). 그런데 기억을 갖고 과거로 돌아갈 일은 없으니 아마 똑같은 선택을 다시 하지 않을까요. 사실 제 선택에 후회는 없지만 아쉬운 점은 있어요. 당시 저는 학교는 공부만 가르치는 곳이라고 단편적으로 생각했었는데, 돌이켜 보면 방과 후 활동이나 동아리 활동 등 진로 선택과 관련해 도움받을 수 있는 부분들이 분명히 있었거든요. 또 친구들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더 적극적으로 요청할 수도 있었겠죠.

진하: 7년 동안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나요.  

제가 처음 지붕을 재단했던 순간이요. 당시 제게 일을 가르쳐 주시던 사수 및 팀장님이 하시던 일이었죠.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물이 새는 등 하자가 생겨서 계산과 재단이 정밀해야 하거든요. 그게 정말 해보고 싶었죠. 그래서 여러 일을 도전해서 신뢰를 얻은 뒤 지붕 재단도 배워보고 싶다고 부탁드렸어요. 당시에는 긴장을 많이 했고 압박감도 심했지만, 그 일을 계기로 제가 많이 성장해서 기억에 많이 남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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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건축학과 3학년 1학기 마감 후 전시한 건축과제들과 함께한 이아진씨. ⓒ이아진 인스타그램

수민: 현재 한국교통대학교 건축학과에 재학 중인데요. 건축학도로서 꼭 한 번은 지어보고 싶은 형태의 건축물이 있나요.  

건축학과에 입학하고 건축을 좀 더 이론적으로 배우면서 제가 이상향으로 생각하게 된 건축물이 있어요. 피터 줌터(Peter Zumthor)라는 건축가의 발스 스파(Vals Spa), 우규승 건축가의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등이죠. 흔히 건축물 하면 도시에 자리 잡고 있는 사람을 압도하는 건물을 생각하는데, 저는 지형을 잘 활용하거나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관계의 매개가 되는 건축물을 짓고 싶어요.

수민: 목수나 건축학도로서의 삶은 체력관리가 중요할 것 같아요. 어떻게 체력을 관리하시나요.  

따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진 않는데 현장에서 장비와 자재를 들다 보니 생활형 근육이 생기더라고요(웃음). 그리고 집에서 맨몸 운동을 주로 하면서 관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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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프로젝트에서 데크를 시공하는 이아진씨. ⓒ이아진 인스타그램

진하: 책에서 아진님이 호주에서 영어를 배울 때 롤모델이 래퍼 에미넴이나 팝스타 리한나였다는 구절이 기억에 남아요. 요즘에는 어떤 사람이 롤모델인가요.

제가 영어를 배울 때는 에미넴이나 리한나의 강렬한 이미지를 좋게 봐서 롤모델로 삼았는데, 지금은 그런 이미지와 관련된 롤모델은 없어요. 다만 내실 있는 사람으로서의 롤모델은 있는데, 제가 지금 다니는 대학교 연구실의 지도교수님이에요. 교수님을 보면서 건축에 대한 지식이나 지혜를 누군가에게 전달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내실을 길러야 했을까 생각했고, 그분의 혜안을 존경하거든요. 저도 제가 가진 걸 누군가에게 전승해 줄 수 있을 때까지 건축을 오래 탐구하고 싶다는 마음에 교수님을 롤모델로 삼고 있어요.

수민: 건축학도이자 15만 구독자가 보는 유튜브 채널의 운영자며, 최근에는 책도 출간하셨는데요. 중학교에 다니는 입장에서 아진님의 시간 관리 비법이 궁금해요.  

솔직히 저는 제가 시간관리를 잘 못 한다고 생각해요(웃음). 할 일이 많으면 To do 리스트를 작성하고, 끝난 일을 하나씩 지워가면서 하려고 합니다만, 또 어떨 때는 시간에 쫓기면서 살 때도 있거든요. 그래도 가장 중요한 일과 덜 중요한 일을 구분해서 우선순위를 정한 뒤, 틈이 날 때마다 중요한 일부터 해치우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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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민(맨 왼쪽)·서진하(맨 오른쪽) 학생기자가 '전진소녀'로 알려진 디지털 콘텐트 크리에이터이자 목수 이아진씨와 함께 주도적인 삶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수민: 아진님처럼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려면 스스로를 잘 알아야 할 것 같아요. 그러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기 자신을 많이 써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휴대전화를 새로 사면 새로운 앱도 눌러보고, 알람 설정법도 알아보면서 그 휴대전화의 새 기능을 알게 되죠. 내게 필요한 앱인지 아닌지도 알 수 있고요. 그런 것처럼 많은 경험을 통해 실수도 하고, 실패도 해봐야 나를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써야 할지 터득할 수 있고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도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진하: 30대에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신가요.  

30대에는 똑똑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지금은 아직 20대라 좌충우돌 중이거든요. 30대 중후반이 되었을 때는 조금 더 현명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또 자신만의 화풍이 분명한 화가처럼 저 역시 나만의 스타일이 분명한 신념 있는 건축가 이아진으로서 살아가고 싶다는 꿈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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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진씨와 진로 고민 이야기를 나눈 소중 학생기자단.

진하: 어떤 독자에게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었을까?』를 건네고 싶은가요.  

나이에 상관없이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거나, 나만의 색을 찾고 싶은데 어떻게 찾아야 할지 모르겠거나, 이루고 싶은 꿈이 있는 모든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여러분과 같은 청소년은 물론 20대나 30대, 40대 그 이상에게도 이루고 싶은 꿈은 있으니까요.

동행취재=김수민(서울 원촌중 1)·서진하(경기도 홈스쿨링 중1) 학생기자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전진소녀'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이아진님을 만났어요. 유튜브 영상 등 휴대전화 안에서만 보던 분을 실제로 뵙게 돼 신기하고 좋은 경험이었죠. 취재를 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아진님이 자퇴를 한 뒤 목수·유튜버·작가 등 다양한 길을 걸어온 것입니다. 만약 제가 이런 상황이라면 실패의 두려움과 자퇴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 때문에 금방 그만둘 것 같은데, 아진님은 끊임없이 도전하고 꿈을 이루신 것이 정말 멋있었어요. 또 아진님과의 대화를 통해 제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어떤 일을 하면 포기를 안 하고 계속 도전을 할지 등 진로에 대해서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하게 되었어요. 이번 여름방학에 소중 독자 여러분도 아진님(전진소녀)의 이야기를 읽고 각자 진로와 꿈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김수민(서울 원촌중 1) 학생기자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었을까?』 출간을 기념해 이아진님과 만났어요. 이 책은 남들과는 조금 다르게 살아온 아진님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죠. 홈스쿨링을 하면서 남들과 조금 다른 교육을 받고 있는 저의 질문에도 아진님이 아주 자세하게 답변해 주셔서 감사했어요. 건축 관련 일이 많이 힘들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아진님의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사용하시는 장비들을 직접 만져봄으로써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힘들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아진님의 도전하고 자신을 찾아가는 삶을 계속 응원하겠습니다.
서진하(경기도 홈스쿨링 중1)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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