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그때 그 맛·감성’…식품업계 불붙은 ‘추억 마케팅’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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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업계의 재출시 바람이 거세다. '레트로(복고) 열풍'과 불황에 따른 업계의 비용 절감 필요성이 만난 결과란 분석이다. 4일 식품 업계 관계자는 "올해 유독 추억의 식품들이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 년 전 단종된 제품들의 부활이 눈에 띈다. 1980~90년대 동그란 과일 모양의 용기에 담긴 과일 맛 셔벗으로 인기를 끈 '대롱대롱'. 롯데웰푸드는 롯데삼강 시절인 1987년 나왔다가 2010년 사라진 이 아이스크림을 최근 15년 만에 재출시했다. 업체 측은 "맛도, 용기 모양도 옛날 그대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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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웰푸드가 지난 6월 15년 만에 재출시한 아이스크림 대롱대롱. 사진 롯데웰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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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웰푸드가 30년 만에 재출시한 '치토스 돌아온 체스터쿵'. 사진 롯데웰푸드

롯데웰푸드는 치타 캐릭터의 발바닥 모양을 본뜬 과자 '치토스 돌아온 체스터쿵'도 30년 만에 다시 내놨다. 지난 5월 재출시 후 이 제품은 약 80만 개(55g 제품 기준) 팔렸다.

1975년 탄생한 '농심라면'은 1990년 단종된 지 35년 만에 재출시됐다. 농심 관계자는 "농심라면의 레시피가 자료로 남아있지 않아 당시의 맛을 떠올리며 레시피를 구현하고, 패키지 디자인을 재현했다"고 말했다. 홍보엔 '형님 먼저 아우 먼저'란 문구로 유명한 50년 전 흑백 광고를 활용하고 있다. 지난 1월 재출시 후 약 1400만 개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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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만에 돌아온 '농심라면'. 사진 농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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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만에 돌아온 농심의 과자 B29. 사진 농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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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 만에 재출시된 감자칩 '크레오파트라'. 사진 농심

또 농심은 창립 60주년을 맞아 81년생 카레 맛 과자 'B29'를 13년 만에, 80년생 감자칩 '크레오파트라'를 20여 년 만에 재출시했다. 오리온은 과자 '초코송이 딸기'와 츄잉캔디 '비틀즈'를 각각 단종 3년, 1년 만에 다시 내놨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의 '미노스 바나나우유'는 13년 만에, 매일유업의 음료 '피크닉 천도복숭아'는 9년 만에 재등장했다.

업계는 이런 재출시 제품이 중·장년층에겐 추억을, 2030세대엔 호기심을 자극한다고 보고 있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해 8월 전국 만 13∼5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8.3%가 "옛날 패키지 그대로인 제품을 사보고 싶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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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출시된 오리온의 '초코송이 딸기'. 사진 오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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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출시된 오리온의 츄잉캔디 '비틀즈'. 사진 오리온

이런 경향은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요구에서도 엿볼 수 있다. 롯데웰푸드에 따르면 '치토스 돌아온 체스터쿵'에 대한 재출시 요구는 최근 2년간 200건이 넘었다. 또 '대롱대롱'은 80~90년대 시대극 소품으로 등장할 때마다 소셜미디어(SNS) 중심으로 "다시 만들어 달라"는 요구가 급증했다.

농심의 B29는 재생산을 촉구하는 온라인 커뮤니티까지 등장했다. SPC 배스킨라빈스의 '사랑에 빠진 딸기(사빠딸)'는 판매 종료 몇 달 만에 소비자들의 빗발치는 요구로 재출시됐다. 오리온 관계자는 "'비틀즈'는 고객들의 요청을 반영해 재출시 일정을 당초 올 하반기에서 2월로 앞당겼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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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재출시된 SPC 배스킨라빈스의 '사랑에 빠진 딸기'(오른쪽 아래) 등. 사진 SPC

재출시는 식품 업계로서도 고객 충성도를 높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소비자들의 요청으로 재출시되면 수요가 어느 정도 보장돼 흥행 부담을 덜 수 있다. 또 제품 개발·생산부터 홍보까지 전 단계에서 비용을 아낄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재생산을 요구하는 제품은 '흥행보증수표'"라며 "추억의 제품 생산은 업계의 주요 마케팅 전략이 됐다"고 말했다.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 교수(유통연구소장)는 "소비자의 달라지는 입맛을 고려할 때 추억 마케팅은 단기간 흥행은 가능하지만 장기적 인기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식품 업계는 신제품 개발도 꾸준히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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