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국회에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수련 연속성 확보 방안 모색’을 주제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남수현 기자

1년 6개월 전 수련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의 복귀를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전공의도 육아·병역 휴직 등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4일 국회에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수련 연속성 확보 방안 모색’을 주제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이같은 내용이 논의됐다. 이날 토론회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과 국민의힘 정책위원회가 공동주최하고, 대한의사협회·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주관했다.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김은식 세브란스병원 전공의 대표는 “전공의가 출산·육아나 병역 등의 사유로 수련을 중단해야 할 때, 적합한 휴직 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다”며 “이 때문에 휴직이 아니라 사직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전공의는 의사면허 취득 후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수련 중인 인턴·레지던트를 일컫는다. 이들은 통상적인 근로기준법이 아닌 2015년 국회를 통과한 이른바 ‘전공의 특별법’을 적용받아, 주 최대 80시간(연속근무시간 최대 36시간) 근무해왔다.

긴 노동시간뿐 아니라, 각종 휴직제도가 미비한 점도 수련을 안정적으로 이어가는 데 걸림돌이 된다는 게 전공의들이 이야기다. 전공의 특별법에 따라 마련된 ‘수련규칙 표준안’에 따르면, 전공의가 휴직할 수 있는 사유는 질병·부상을 입은 경우, 구속기소된 경우 등 5가지로 제한돼있다. 임신한 경우 출산 전후 90일까지만 휴가를 쓸 수 있도록 규정돼있다. 대전협이 최근 여성 전공의 18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임신·출산·육아로 인한 6개월 이상의 수련 중단 후 수련 재개에 대한 제도적 보호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94.1%에 달했다.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전공의 하반기 복귀 방안 등을 논의하는 수련협의체 2차 회의가 열렸다. 연합뉴스

남성 전공의 중 군미필들은 의무사관후보생으로 편입돼 수련을 마친 뒤 군의관·공중보건의사(공보의)로 복무하게 되는데, 수련 도중 사직할 경우 자동으로 입영 대상이 된다. 다시 수련을 재개하더라도 영장이 나오면 언제든 입영해야 해, 병역휴직이 가능한 공무원 등의 직군에 비해 불리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은식 대표는 “전문의 1인 양성에 투입되는 사회적 비용은 최소 4억원, 최대 9억원으로 추산된다. 전공의가 수련을 중간에 그만둘 경우, 그간 투입된 막대한 비용이 소실되는 것”이라며 “임신·출산, 군입대 등의 사유로 수련을 중단하더라도 해당 사유가 해소됐을 때 수련을 이어갈 수 있도록 타 직역의 육아·병역휴직 사례를 참고해 제도를 마련해달라”고 말했다.

전공의 휴직으로 생기는 인력 공백을 채울 입원전담전문의 등이 확충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토론자로 참석한 서울아산병원 사직 전공의 정소연씨는 “임신한 전공의를 대체할 인력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 동기·선후배가 업무를 대신해야 한다”며 “이는 자연스럽게 심적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어 (여성 전공의가) 임신을 결심하기까지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사직 후 출산했다는 정씨는 “수련을 재개할지 고민이 많다. 일주일의 대부분을 아기와 함께 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라며 “일과 육아 모두 지킬 수 있도록 입원전담 전문의 확대 등이 제도적으로 뒷받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이같은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에 국가 재정이 투입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서명옥 의원은 “타 직종에는 국가가 육아휴직 관련 재정 지원을 많이 해주고 있지만, 병원에 한해서는 아직 미진하다”며 “질 좋은 수련환경과 의료서비스도 결국 재정에서 나온다. 받는 혜택에 비해 적은 돈을 내는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를 손봐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