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성폭행범 혀 자른 18세 소녀…말자씨가 61년간 숨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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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년. 가해자라는 누명을 쓴 억울한 피해자가 자신의 무죄를 증명한 데 걸린 시간입니다. 1964년 5월 6일 경남 김해군(지금의 김해시), 당시 18세였던 최말자는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 노모씨(당시 21살)에게 저항하다 그의 혀를 깨물어 절단했습니다. 성폭력 범죄 피해자로서 자신을 지키는 과정에서 이뤄진 행위지만, 이 일로 할머니는 옥고를 치르고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부당한 검찰의 기소와 법원의 판결 탓에 최말자는 평생을 ‘죄 없는 죄인’으로 살아야 했습니다. 그러나 자신을 비운의 인물로 가둬 두지 않았습니다. 승산이 없는 도전, 아픈 상처에 더 큰 생채기만 낸다는 주위의 우려와 싸웠고 죄인의 꼬리표를 스스로 떼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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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재심 첫 공판에서 검찰이 무죄를 구형한 후 사흘 뒤 부산 사상구 최말자 할머니를 자택에서 만났다. 예정에 없었지만 최 할머니는 ″내가 뭐라꼬 여(부산) 까지 왔나″며 기자를 당신의 사는 곳으로 초대했다. 김민정 기자

18세 소녀 말자는 79세 할머니가 됐습니다. 지난달 26일 부산 사상구에 있는 자택에서 최말자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할머니의 굴곡진 삶은 동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기록이자 역사입니다. 그의 애틋한 사연과 험난한 투쟁의 시간을 옮겨봅니다. 할머니의 요즘 사는 이야기, 여생을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한 ‘여든 말자 할머니의 꿈’도 전합니다.

기사 전문은 중앙일보의 프리미엄 서비스 ‘더중앙플러스’ 구독 후 ‘이것이 팩트다’ 시리즈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내가 뭘 잘못했는교! 난 죄 없습니다.

1964년 7월의 장맛비가 쏟아지던 어느 아침. 18세 소녀 최말자는 고무신을 신고 아버지와 함께 집을 나섰다.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20대 남성의 혀를 본능적으로 깨물어 방어한 혐의를 소명하기 위해 검찰에 불려 나가던 차였다. 경찰 조사에서 ‘정당방위’를 인정받은 터라 큰 탈이 없으리라 안심했다.

그런데 검찰이 이상했다. '피해자' 최말자를 성폭행범에 중상해죄를 가한 가해자로 돌변시켰다. 졸지에 구속되고 철창에 갇히는 영어(囹圄)의 신세로 떨어졌다.

나는 어딘지도 모르고 들어갔어. 갑자기 철컹 쇳소리가 나는 기라. 이게 뭐지 싶어, 선 채로 한 바퀴를 돌아보니 창살로 둘러싸인 한 평이나 되는 방 안에 나 혼자 있었지. 얼마 있다 수갑을 탁 채우더니 버스에 타고 간 곳이 부산구치소였던 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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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시절 최말자 할머니(오른쪽)와 친구의 '젊은날의 한 컷'이 담긴 빛바랜 사진이 할머니의 자택 한 켠에 자리하고 있다. 김민정 기자

영문도 모른 채 감옥에 갇힌 어린 딸을 구치소에 남겨두고 아버지는 홀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딸을 그리 내버리고 돌아서 갈 수밖에 없었을 때 아비의 그 심정이 어땠겠어. 내가 죽을 것 같으면 백 번 천 번도 더 죽었을 깁니다. 그래도 내(나)라는 존재가 있어야 만이 ‘억울함을 풀고 마무리 지을 수 있다’는 집념 하나를 붙들고 살았습니다.

“엄마 이제 다 잊어뿌고 가세요”

말자, 1남4녀 중 셋째 딸은 엄마에게 있어서도 누구보다 아픈 손가락이었다. 혼자 살겠다 발버둥치며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것이 안쓰러웠던지 언니나 동생이 가끔 쥐여 주는 용돈을 차곡차곡 모아뒀다 말자에게 건넸다고 한다. 그랬던 어머니는 끝내 딸의 ‘무죄’를 듣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20여 년 전 세상을 등지는 마지막 날까지 편히 눈을 감지 못했다고 한다.

부모 마음이야 어찌 말을 다 하겠어요. 엄마 임종 때… (말을 잠시 멈추고 눈물을 삼켰다) 내가 엄마 머리맡에 있는데 엄마 양쪽 눈꺼풀이 살짝 벌어졌더라고. 그래서 얘기했지. ‘엄마 이제 다 잊어뿌고 편히 가세요’ 그러면서 내가 눈을 감겨 드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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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말자 할머니 댁 한켠에 놓인 빛바랜 가족 사진. 1남 4녀 중 셋째인 최 할머니(상단 오른쪽)와 그의 어머니(하단 왼쪽). 김민정 기자

‘말자(末子)’의 기구한 운명

그 시절엔 다 그랬지.  

최말자 할머니도 다를 바 없었다. 딸만 연달아 셋이 나오자 '딸은 이제 그만 나오라'는 뜻에서 ‘말자(末子)’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할머니가 태어난 1946년과 유년 시절을 보낸 1950년대, 당시는 가부장적 사회 구조 속에 여성이 희생양이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아들은 가문을 잇고 부모를 봉양할 존재, 여성은 집안일에 투입하는 노동력에 불과했다. 초등학교를 겨우 졸업한 최말자 할머니도 이런 숙명을 피하지 못했다.

우리 형제가 1남 4녀라. 내가 셋째, 내 밑에 남동생이 하나고. 옛날에는 집에 일이 있고 그라믄 2~3년 만에 한 번씩 안택(安宅)이라는 걸 했어요. 그때 ‘남동생 앞길이 좋아지려면 누나가 결혼해야 한다’고 했대. 그래서 맏언니를 17살에 시집을 보냈어. 아들의 장래를 위해 딸을 시집보낸 거지. (※안택은 집안에 탈이 없도록 무당이나 맹인을 불러 가신(家神)들을 위로하는 일을 일컬음)  

최말자 할머니는 어린 시절 공부를 좋아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언니 두 명과 마찬가지로 초등학교까지만 다니고 중학교는 진학하지 못했다. 방문을 걸어 잠그고 1주일 동안 무언의 시위에 나섰지만, 아버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할머니는 씁쓸한 운명에 수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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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범 혀 자른 18세 소녀…말자씨가 61년 숨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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