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글로벌IB "한국 투자 비중 줄여라"…李정부 주식양도세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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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마감 시황이 나오고 있다.이날 코스피는 기관 순매수에 0.91% 오른 3147.75, 코스닥은 1.46% 오른 784.06에 마감했다. 뉴스1
주식 양도소득세를 매기는 대주주 기준을 낮추고, 증권거래세율과 배당소득세 최고세율을 인상하는 세제개편안 발표로 국내외 증권사들이 한국 증시에 대한 우려를 내놓고 있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IB) 시티그룹은 지난 1일(현지시간) 발간한 ‘글로벌 거시 전략-관점과 투자 아이디어’ 보고서에서 아시아 신흥국에 대한 투자 의견을 ‘부분 비중 확대’에서 ‘중립’으로 하향했다. 시티그룹은 “아시아 신흥국 비중 축소의 핵심 이유는 한국”이라고 강조했다.
시티그룹은 보고서에서 세제개편안을 거론하며 “일반적으로 세제 개편이 시장에 영향을 오래 미치지는 않는다고 보지만, 우리는 이번 조치가 기업 가치 제고를 목표로 한 ‘코리아 업(Korea Up)’ 프로그램의 취지와 180도 반대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판단한다”고 지적했다. 시티그룹은 “해당 프로그램이 최근 코스피 상승의 핵심 배경이기도 한 만큼, 추가 하락 여지가 있다”고 봤다.
국내 증권사들도 비관적 전망에 동참했다. 지난달 하나증권은 코스피가 올해 말 ▶낙관적 시나리오 하에서 3710 ▶기본 시나리오 하에서 3240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을 했었는데, 4일 보고서에서 이재만 하나증권 글로벌투자분석실장은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원안(25%) 수준으로 되돌리지 못할 경우 코스피 상단은 (기본 시나리오인) 3240”이라고 지적했다. “낙관적 시나리오는 (기업들의) 추가적인 이익 증가가 아닌, 주가 수준(밸류에이션) 상승에 기반을 둔다”면서다.
김종영 NH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세제개편안은 국내 증시를 단기적으로 끌어내리는 압력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개편안이 그대로 입법될 경우, 연말까지 가치·배당주에 대한 투자 매력도가 약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배당소득 분리과세 제도는 도입 취지에도 불구하고 적용 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하고 세율도 높아, 기업과 투자자에게 실질적인 유인책이 되기 어렵다”며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 강화는 연말 개인 투자자의 매도 압력을 자극할 수 있어, 수급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세제개편안이 증시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FICC 리서치부장은 “단기적으로는 (세제개편안이) 연말 매도 및 수급 악화, 일시적 주가 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거시경제, 기업 실적, 글로벌 유동성 등 기초 체력(펀더먼털) 요인보다 뒷순위”라며 “기초 체력이 뒷받침되는 종목에 대해서는 오히려 중장기 매수 기회로 전환될 여지가 있다”고 했다.
‘대주주 요건 강화’ 청원 12만명 돌파
한편 대주주 요건 강화에 반대하는 국회전자청원은 이날 오후 기준, 청원 시작 6일 만에 12만4800명의 동의를 받았다. 청원인은 “양도소득세는 대주주가 회피하기 위해 연말에 팔면 그만인 회피 가능한 법안이다. 세금 회피용 물량이 나오게 되면 (주가가) 하락할 수밖에 없다”며 “엔비디아를 사고팔 때와 ‘국장(국내 주식시장)’에서 세금을 똑같이 낸다면, 누가 국장을 하겠냐”고 했다. 현재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한 회사 주식을 10억원 이상 보유하면 ‘대주주’에 해당하게 된다. 대주주는 해당 종목을 거래할 때 기본공제 250만원을 제외한 연 순차익이 3억원 이하면 22%(지방세 포함), 초과 시 27.5%의 세금을 내야 한다. 해외주식의 경우 연 순차익이 250만원을 초과하면 단일세율 22%가 적용된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선 대주주 요건 완화를 비롯한 세제개편안을 두고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이날 정청래 신임 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동료 의원들에게 공개 발언 금지령을 내리고, 한정애 신임 정책위의장에게 대책을 보고해달라고 지시했다. 세제개편안 발표 후 투자자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김병기 원내대표는 지난 1일 페이스북에 “10억원 대주주 기준의 상향 가능성 검토 등을 살피겠다”고 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91% 오른 3147.75에, 코스닥 지수는 1.46% 오른 784.06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가 과도하게 하락한 데 따른 저가 매수 수요가 유입됐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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