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111억 챙긴 후 필리핀 황제도피…거기서도 사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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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책 하모씨의 필리핀 은신처 내부. [사진 서울 종로경찰서]

필리핀 문틴루파는 수도 마닐라에서 19㎞ 떨어져 있다. 필리핀의 고급 주거단지로 연예계 유명 인사들이 많이 거주한다. 2023년 7월 경찰의 체포영장을 피해 도주한 리딩사기 조직 총책 하모(26)씨는 이곳에 숨어 있었다.

하씨의 은신처는 주차장이 있는 2층 현대식 건물로 내부에는 널찍한 거실이 있고 안쪽에는 별채도 있었다. 2층에는 개인 헬스장까지 만들고 사설 경비업체가 주택단지를 지키게 했다. 인터폴에 적색수배된 처지에도  호화롭게 살았다.

그냥 있었던 게 아니다. 집 내부에 컴퓨터 여러 대를 설치했다. 하씨와 함께 필리핀으로 도주한 조직원 6명 중 일부가 하씨 집에 거주했고 이들과 함께 필리핀에서도 리딩사기 범죄 행각을 이어갔다. 그가 체포된 건 도피 1년4개월 만인 2024년 11월이었다. 위치를 확인한 경찰이 집 근처 식당에 들어갔다 담배를 피우러 나온 순간 덮쳤다. 하씨는 지난 6월 말 한국에 송환됐다. 본지는 하씨를 만나기 위해 서울구치소를 찾아갔으나 그는 면담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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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도 여러 대의 컴퓨터를 설치해 리딩사기 행각을 이어갔다. [사진 서울 종로경찰서]

경찰 조사 결과 하씨는 중학교 때 가까웠던 친구, 친한 형·동생들과 범죄조직을 결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출책과 대포통장 공급책 등을 제외한 조직원 20여 명 대부분이 그의 지인이었다. 그는 2022년 이전 다른 ‘리딩사기’ 단체 조직원으로 활동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조직 구성, 사기 사이트 운용, 텔레그램 개설 등 수법을 배운 뒤 새로운 조직을 만든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하씨는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원격지 컴퓨터’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이 조직의 숙소를 압수수색했을 때 발견된 컴퓨터에서 이들이 사용한 원자료는 남아 있지 않았다. 범죄 현장이 아닌 다른 곳에 있는 컴퓨터에 원격으로 접속한 뒤 파일을 저장하고 불러오는 방식으로 사이트를 운용하고 사기 행각을 벌였다.

자금 세탁은 상품권 환전을 통해 이뤄졌다. 경찰에 따르면 하씨는 매번 수수료 15%가량을 수수료로 주고 입금받은 돈을 현금으로 돌려받았다. 이 과정에서 조직화된 상품권 업자들이 있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임혜성 서울 종로서 수사5팀장은 “기존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은 인출책 등을 고용해 ATM 기기에서 인출한 현금 등을 윗선에 전달하는 방법을 사용했으나 최근에는 피해자들로부터 입금받은 돈을 전문적으로 세탁해 현금화하는 조직들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조직의 숙소에서는 이들이 찾은 현금 다발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편취한 범죄 수익 중 절반은 자판(상담 영업 조직원)과 팀장이 가져가고 자금 세탁에 약 15%, 문자메시지 대량 발송에 8%가량 사용한 뒤 총책인 하씨는 30%가량 빼돌린 것으로 경찰은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하씨를 지난달 25일 구속기소했다.

2025년 대한민국 '리딩사기'의 실체-더 자세한 내용은 더중앙플러스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8000만원 뜯고 “시X 거지들” 이게 리딩사기, 악마의 단톡방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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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 뜯고 쩜오나 가야지?” 26세 ‘교수’와 역겨운 그 대화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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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딩사기 그놈 필리핀 튄 후…고급주택 내부서 ‘충격 행각’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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