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NYT, 韓·日·EU 협상 거론하며 "트럼프의 글로벌 갈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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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레히 밸리 국제공항에서 대통령 전용기(에어포스 원)에 탑승하기 전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협상 방식을 두고 강압적이라는 비판이 미국 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경제력을 활용해 교역 상대국에 대규모 투자를 압박하면서 관세 정책이 냉정한 수금 활동으로 변모했다고 보도했다. 교역 상대국에게 투자 약속이라는 형태로 돈을 보여달라고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천문학적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는 방식이라면서다.

NYT는 최근 미국 정부와 통상 합의를 본 한국ㆍ일본 ㆍ유럽연합(EU)의 협상 사례를 들었다. 가령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소셜미디어 글을 통해 한국 정부 협상단과의 면담 예정 사실을 알리면서 “한국은 25%의 관세가 예정돼 있지만 이를 낮추는 제안을 해왔다. 저는 그 제안에 관심이 있다”고 했다. 하루 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에 3500억 달러를 투자하고 1000억 달러의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를 구매하는 조건으로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율을 15%로 낮췄다고 발표했다.

“교역 인질과의 협상인지 의문”

일본도 5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를 조건으로 상호관세율을 기존 25%에서 15%로 낮췄고, EU 역시 6000억 달러 투자에 합의하고 상호관세율 15%에 합의했다. 이런 방식을 두고 통상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교역 파트너와 협상하는 것인지, 아니면 교역 인질과 협상하는 것인지 의문이라는 반응이 나온다고 NYT는 전했다.

보수 성향 카토연구소의 스콧 린시컴 부소장은 “이것은 의심할 여지 없이 글로벌 갈취(global shakedown)”라며 “트럼프가 이런 조건을 원치 않는 국가들에 관세 정책을 이용해 강요하고 있다는 것은 팩트”라고 NYT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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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유럽연합 관세협상 비교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각국 정부, 주요 외신보도]

“창의적 방식으로 관세 피해갈 수 있어”

협상 대상국들이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과시욕을 채워주기 위해 실행 가능성이 확실치 않은 대규모 투자를 안겨주는 것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NYT는 협상 합의안이라고 발표되고 있지만 공식 문서가 존재하지 않고 모호한 대목이 있어 다른 국가들이 ‘창의적인 방식’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에서 피해나갈 수 있다고 짚었다. 관세는 집행이 쉽지만 투자나 구매 약속은 감시가 상대적으로 더 어렵다는 점에서다. EU는 미국에 약속한 투자를 기업에 명령할 권한이 없으며, 일본이 약속한 투자의 대부분은 대출 형태로 이뤄져 있다.

통상 협상에서 향후 있을 수 있는 분쟁을 피하기 위해 수반되는 세부사항도 부족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이 약속한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로 인한 수익 발생 시 90%가 미국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했지만, 한국 정부는 “일종의 재투자가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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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국 정부 무역 협상단이 관세 협상을 벌이고 있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 엑스(X) 캡처

“협상국들도 합의 내용 의문 클 것”

각국이 발표한 대미 투자 규모가 너무나 커 비현실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 상무부 경제분석국 통계에 따르면, 2024년 외국의 대미 투자 총액은 1510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이번 관세 협상에서 발표된 대미 투자 수치의 일부에 불과하다고 NYT는 짚었다. 이를테면 한국과 일본, EU가 미국에 약속한 대미 투자 총액(1조5000억 달러)의 10분의 1 규모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지낸 마이클 프로먼 미국외교협회(CFR) 회장은 “합의 내용이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합의를 발표한 국가들조차 여전히 의문이 클 것”이라며 “그것은 집행 가능한 것인가, 일정 기간 내 일정 수준의 투자를 이행하지 않으면 관세가 다시 부과되는 것인가”라고 NYT에 되물었다.

대니얼 에임스 컬럼비아 경영대학원 교수(협상 전략)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협상 방식이 부동산 개발업자이자 기업인 시절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극히 낮은 가격으로 입찰하고, 화려한 판매 전략과 약점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협상 상대를 흔드는 것으로 악명높았다. 에임스 교수는 “일본이나 한국, EU 등이 결국 지키지 못할 수 있는 대규모 투자 약속을 발표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허영심을 자극하기 위한 전략일 수 있다”며 “나르시시스트와 협상할 때는 그 사람이 이겼다고 생각하게 만들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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