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종료 앞둔 미·중 '관세 휴전'…트럼프, 어려운 中 앞서 쉬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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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과의 관세 협상을 마무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 문제를 들어 인도를 압박하고 있다. 인도는 러시아의 최대 원유 수입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러시아 원유 수입국에 대한 100% 이상의 ‘2차 관세’가 시행되면 막대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에서 주말을 보낸 뒤 백악관으로 복귀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일각에선 인도에 대한 압박은 중국과의 무역 전쟁과 러시아와의 종전 담판 등을 앞둔 노림수란 해석도 나온다. 원유에 대한 2차 관세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치르는 러시아의 ‘돈줄’을 차단할 카드인 동시에 인도에 이은 2위 수입국인 중국에도 직접적 압박 수단이 될 수 있다.
관세 ‘치킨게임’ 재개 앞두고 꺼낸 ‘2차 관세’
전쟁의 즉각적 종식과 중국과의 패권경쟁 승리를 공약했던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번주는 중대 결정이 필요한 시기다. 오는 8일은 러시아에 통보한 ‘10일 종전’에 따른 2차 관세 도입의 결정 시한이고, 이어 11일엔 중국과의 관세 휴전이 종료되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지난 2월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은 당초 중국에 145%의 관세를 부과하며 압박했지만, 중국은 대미 관세를 125%로 올려 맞대응하는 한편 희토류 등 광물자원을 무기로 미국에 대항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중국과 서로 90일간 관세를 115%포인트씩 낮추는 내용의 ‘휴전안’에 합의하면서 ‘언제나 도망간다’는 의미의 타코(TACO·Trump Always Chickens Out) 논란을 빚었다.
오는 11일 휴전 시한 만료를 앞두고 양국은 지난달 28~29일 스웨덴 스톡홀름 협상에서 휴전 연장 방안을 논의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결론을 내지 않고 있다. 대신 인도의 러시아 원유 수입 문제를 강하게 문제삼기 시작했다. 형식상 인도를 겨냥하고 있지만, 2위 수입국인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일 가능성이 있다.
억울한 인도…“인도 타깃 삼는 것은 불합리”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2차 관세를 ‘벌칙’으로 통보받은 인도는 이날 외무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인도를 타깃으로 삼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인도는 우크라이나전 이후 (원유의)전통적 공급 물량이 유럽으로 가면서 러시아 원유를 수입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지난 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항에서 컨테이너를 가득 실은 화물선이 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대변인은 이어 “미국은 계속 러시아로부터 원자력 산업을 위한 육불화우라늄과 전기차 산업을 위한 팔라듐, 비료와 화학물질을 수입한다”며 “다른 주요 경제국과 마찬가지로 인도는 국익과 경제안보를 지키기 위해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물밑에선 미국 눈치를 보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인도 최대 정유회사인 인도석유공사(IOC)는 최근 9월 인도분 원유 총 700만 배럴을 사들였는데 이중 미국산 비중이 450만 배럴로 가장 컸다. 아랍에미리트(UAE·200만 배럴), 캐나다(50만 배럴)가 뒤를 이었다. 로이터는 “구매량이 평소보다 늘어났다” 며 “부분적으로 러시아산 원유를 대체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 후 IOC, 바라트석유공사(BPCL), 힌두스탄석유공사(HPCL) 등 인도 국영 정유사는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 휴전 중단이나 원유에 대한 2차 관세 모두 중국과의 관세 전쟁의 재개로 이어질 민감한 사안이다. 이에 대해 외교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부진한 고용지표를 조작이라고 주장하며 통계국장을 경질하는 등 시장 동향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관세로 인한 경제부담과 ‘타코’와 관련한 정치부담을 동시에 계산해야 할 상황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트럼프 압박에…中, ‘브릭스’와 공동전선 모색
이런 가운데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포화를 받은 인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러시아 등 브릭스(BRICS) 핵심 국가들과 밀착하며 관세 전쟁에 대비하고 있다.
당장 인도의 고위 당국자들은 뉴욕타임스(NYT)에 러시아산 원유를 계속 구입하는 방침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5월 13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마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날 주브라질 중국 대사관은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의 쿠데타 혐의 재판 등으로 이유로 50%의 관세를 통보받은 브라질의 커피 수출업체 183개와 30개 참깨 유통업체의 대중국 수출을 긴급 허용하는 등 미국의 압박을 받은 국가들과 밀착 행보를 본격화했다.
이밖에 30% 관세가 책정된 남아공은 미국 의존에서 탈피해 중국을 중심으로 한 수출선 다변화를 예고했고, 100% 관세 위협 등 휴전 압박을 받는 러시아도 미국의 제재에 대응해 브릭스 회원국 등과 무역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반미 독재 국가 중국이 승리하고 있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중국의 전략은 ‘트럼프가 마음대로 요리하도록 두는 것(Let Trump cook)’”이라며 “중국은 트럼프가 무역 전쟁으로 스스로를 파괴하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기명 칼럼을 통해 “무자비한 독재 국가인 중국이 승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하는 일은 전혀 기쁜 일이 아니지만 확실한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again, MAGA)' 모자를 착용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WP는 관련 증거로 중국은 상반기 5.3%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1.25%에 그친 미국을 크게 앞섰다는 점, 1차 관세 전쟁에서 휴전에 합의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 엔비디아의 첨단 반도체에 대한 대중국 수출 허용, 중국의 반대에 따른 대만 총통의 방미 차단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예산 삭감, 이민 제한은 오히려 미국을 약화시키고, 의도치 않게 최대 경쟁국을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지난달 미국의 소매 가격은 1월에 비해 이미 2.3% 상승했다”며 “문제는 (관세 유예 등으로) 관세 문제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고, 설문에 참여한 기업 80% 이상은 향후 6개월 내에 가격을 인상할 것을 예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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