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더위 먹은 밥상물가…시금치 78.4%, 열무 57.1% 상추 30%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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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폭염에 ‘밥상물가’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7월 시금치 가격은 6월보다 78.4% 올랐고, 열무와 배추 가격은 각각 57.1%, 30%씩 올랐다. 빵·커피 등 가공식품 가격 오름세도 이어지고 있어 국민들이 체감하는 물가 고통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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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폭염·폭우 영향으로 농산물 가격이 많이 오르면서 소비자물가가 두 달째 2%대 상승세를 이어갔다. 특히 전달과 비교하면 시금치(78.4%), 배추(25.0%), 상추(30.0%) 등 채소류 물가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사진은 5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시금치. 연합뉴스

5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2.1% 올랐다. 6월(2.2%)보다 상승률이 0.1%포인트 줄었다. 지표로만 보면 물가 상승세가 둔화됐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소비자들의 체감이 품목들을 모아 산출하는 생활물가지수는 전년보다 2.5% 올랐다. 6월(2.5%)과 오름폭이 같다. 특히 농축수산물 물가는 전년보다 2.1% 오르면서 6월(1.5%)보다 오름폭이 커졌다. 그나마 한국이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 평균 가격이 배럴당 69.2달러로 지난해 7월 가격(83.9달러)보다 하락하는 등 석유류 가격이 하락한 게 물가상승률을 다소나마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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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기자

특히 폭염 영향이 본격화되며 채소류 등의 가격 상승이 매섭다. 6월과 비교하면 소비자물가는 0.2% 올랐는데, 채소, 과일, 수산물 등을 모은 신선식품지수는 전월보다 2% 상승했다. 신선채소 항목이 전월보다 4.5% 오르며 오름폭이 가장 컸고, 신선과실도 전월보다 1.8% 올랐다. 수산물들이 포함된 신선어개 항목은 고등어 금어기 등이 해제되며 전월보다 0.7% 하락했다. 다만 전년과 비교하면 7.6%가 오르며 2023년 2월(8.1%) 이후 2년5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품목별로는 더위에 취약한 시금치가 전월 대비 78.4% 오르며 가격이 가장 많이 올랐다. 열무(57.1%), 상추(30%), 배추(25%) 등의 오름폭이 컸다. 과일류도 포도(28.8%), 수박(12.2%) 등을 중심으로 가격이 올랐다. 박병선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폭염 폭우 영향으로 출하가 안 좋은 상황에서 수요가 큰 폭으로 늘면서 수박 가격이 많이 올랐다”라며 “채소ㆍ과실 물가가 작년에도 높았기 때문에 전년동월비로는 상승 폭이 크지 않지만 전월비로는 상승 폭이 크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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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기자

8월에도 신선식품의 가격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4일 기준 배추 1포기 평균 소매가격은 6222원으로 전월보다 70.98% 올랐다. 시금치(78.95%), 토마토(69.71%) 등의 오름세도 가파르다. 수박 가격은 4일 기준 개당 3만2746원으로 전월보다 31.3% 올랐다. 한은은 “8월 물가는 집중호우, 폭염 등 여파로 농축산물 가격이 높은 상승세를 나타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가공식품과 외식 등 개인서비스 물가도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가공식품 물가는 출고가 인상 영향 등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1% 올랐다. 6월(4.6%)보다 오름폭이 둔화됐지만, 이마저도 대형마트들의 할인행사 등의 영향이 반영됐다. 외식 등을 포함된 개인서비스 물가는 전년보다 3.1% 올랐다. 이중 외식 물가는 3.2% 올라 전달(3.1%)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외식 물가를 구성하는 39개 품목 중 1개 품목(피자)를 제외한 38개 품목의 물가가 상승하는 등 전반적이 가격이 오름세다.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는 한 번 가격이 오르면 좀처럼 내려가지 않아 ‘끈적한 물가 상승’을 불러오는 대표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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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기자

지난달 21일 신청을 시작한 소비쿠폰 영향도 반영되기 시작했다. 국산 소고기 가격은 전년보다 4.9% 뛰며 전달(3.3%)보다 가격 오름폭이 커졌다. 소고기는 재난지원금 등이 풀릴 때마다 수요 증가로 가격이 뛰는 대표 품목이다. 다만 정부는 최근 도축이 줄면서 소고기는 가격이 이미 상승하고 있던 품목인 데다, 소비 쿠폰 지급 일시 등을 고려하면 영향은 미미하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소비쿠폰이 물가에 주는 충격을 줄이기 위해 소고기 방출량을 30% 늘린 상황이다.

정부도 이날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고 물가 대책을 논의했다. 정부는 배추의 정부 가용물량 방출 규모를 일 평균 50~150t에서 200~300t으로 늘리고, 수박 등의 가격이 크게 오른 품목은 정부 할인지원을 계속하기로 했다. 이형일 기획재정부 1차관은 “기상악화로 인한 농축수산물 가격ㆍ수급 변동성이 최소화되도록 품목별 관리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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