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음 가수들이 얼마나 아름다운 노래를 부를 수 있는지 보여줄 수 있는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베이스 바리톤 사무엘 윤)

세계적인 저음 가수 3명이 한자리에 모인다. 베이스 연광철(60), 베이스 바리톤 사무엘 윤(53), 바리톤 김기훈(33)이 오는 23일과 2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과 청주예술의전당 대공연장에서 ‘싱 로우 앤 소프트(Sing Low & Soft)’ 공연을 선보인다.

성악가 연광철과 사무엘 윤, 김기훈이 5일 서울 종로구 뮤지엄한미에서 열린 공연 '싱 로우 앤 소프트'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들은 "저음 가수가 얼마나 아름다운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지 보여줄 수 있는 자리"라고 전했다. 연합뉴스

공연에 앞서 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뮤지엄한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셋은 이번 공연이 ‘굉장히 새로운 도전’이라고 입을 모았다. 1990년 이탈리아 로마 월드컵 전야제의 ‘스리 테너’ 공연과 같은 고음 가수들의 합동 무대는 적지 않지만, 정상급 중·저음 성악가들이 한데 모인 공연은 드물기 때문이다.

이 공연은 1부에서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바그너의 ‘탄호이저’, 베르디의 ‘돈 카를로’와 같은 유명 아리아를 피아노 반주로 선보일 예정이다. 2부에선 저음 현악기인 첼로(10대), 베이스(2대) 및 피아노의 구성으로 편곡한 슈베르트, 브람스 등의 가곡을 셋이 부른다.

세계적인 베이스 연광철은 “저음 가수와 저음 악기가 함께하는 가곡에 대해 저도 굉장히 기대하고 있다”라며 “저음 가수라고 해서 낮은 성부만 부르는 것은 아니다. 저음 가수들이 부르는 고음의 매력을 기대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라고 전했다. 그는 1993년 파리 ‘플라시도 도밍고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했고 2018년 독일에서 정상급 성악가에게 수여하는 ‘궁정가수’ 칭호를 받았다.

연광철은 “‘피가로’의 각기 다른 노래를 세 명이 부르게 된다”라며 “같은 ‘피가로’도 바리톤이 부를 때와 베이스가 부를 때마다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성악가 김기훈과 연광철, 사무엘 윤이 5일 서울 종로구 뮤지엄한미에서 열린 공연 '싱 로우 앤 소프트'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저음 음색을 맡은 세계적인 공연가들의 합동 공연은 보기 드물다. 연합뉴스

2022년 ‘궁정가수’ 칭호를 받은 베이스 바리톤 사무엘 윤은 “이렇게 셋이 같이 공연한다는 건 생각도 못 했다”라며 “항상 해왔던 공연이 아닌, 도전적이고 새로운 것을 보여드리는 공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싱 로우 앤 소프트’라는 공연 제목에 맞게 악기도 저음으로 구성한 2부는 관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2021년 영국 공영방송 BBC 주최 ‘BBC 카디프 싱어 오브 더 월드’에서 한국 성악가 최초로 우승한 바리톤 김기훈은 “이번 공연은 클래식 분야에서 새로운 시도”라며 “기존 곡으로 다채로운 공연을 보여주는 좋은 기획을 통해 클래식 분야도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기훈은 “두 분의 거목과 같이 공연하기를 고대했는데, 성사돼서 영광”이라고 말했다. 연광철은 “사무엘 윤과 영어 표기 성이 ‘youn’으로 같아 유럽 현지에서 ‘youn’이라는 성이 한국에 많으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싱 로우 앤 소프트' 포스터. 사진 아트앤아티스트

그러면서 이들은 다른 아티스트와 한 자리에서 공연하는 데 대한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성악가는 2,3년 스케줄이 차 있는데 어렵사리 3년 후의 공연을 계획하더라도 국내에선 극장을 구할 수 없다”라는 것이다. 연광철은 “공연할 극장이 없는 시스템 문제가 해결됐으면 한다”라고 했다.

피아노 반주는 이탈리아 토리노 왕립극장에서 한국인 최초로 종신 오페라 코치(마에스트로 콜라보라토레)로 활동 중인 피아니스트 김정운이 맡는다. 현악 앙상블은 코리아쿱현악앙상블이 참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