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제1 야당만 쏙 빼놓고 예방…정청래, 묻지마 '내편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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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을 예방하고 있다. 뉴스1

정청래 대표 체제 더불어민주당이 보수 진영과의 소통을 단절한 ‘반쪽 국회’를 향해 내달리고 있다. 정 대표는 5일 조국혁신당·진보당·사회민주당·기본소득당 등 범여(汎與) 진영의 야 4당을 차례로 예방해 “동지”“연합군” 등의 메시지를 쏟아냈지만, 제1야당이자 원내 교섭단체인 국민의힘과 이준석 대표가 이끄는 개혁신당에는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았다. 이날 오후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을 배제한 야 4당 원내대표와 간담회를 갖고 “강력한 입법연대로 민생개혁을 완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이날 ‘개혁 4당’으로 부른 비교섭단체 4곳의 의석수는 전체의 6.04%인 도합 18석이다. 정 대표는 친여 유튜버 김어준씨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107석을 가진 국민의힘에 대해 “석고대죄가 있어야 악수를 하는 거지, 그런 사람들을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비상계엄 내란 사태를 일으킨 데에 국민의힘은 연대 책임이 있지만 반성하지 않고 있다. 이런 사람들과 악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논리였다. 정당 해산 가능성을 묻는 진행자 말에는 “못할 게 없다. (내란 예비·음모 혐의로 해산한) 통합진보당 해산 사례로 비춰보면, 내란을 직접 일으킨 국민의힘은 10번 100번 정당 해산감”이라고 답했다. 이날 출연은 정 대표가 공식 취임 후 특정 매체와 가진 첫 인터뷰였다.

정 대표의 취임 4일 차는 우호 세력들만 상대로 인정하는 ‘내 편’ 행보로 채워졌다. 정 대표는 이날 민주당 출신인 우원식 국회의장·김민석 총리와의 상견례도 소화했다. 정 대표는 우 의장에게 “검찰·언론·사법 개혁, 내란세력 척결에 따른 여러 가지 입법을 국회에서 완성하려면 의장님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총리에게는 “이심김심(이재명의 마음=김민석의 마음)으로 잘하시리라 믿고, 저 또한 이심정심으로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헤아리겠다”고 다짐했고, 김 총리가 “이·정·김(이재명·정청래·김민석) 동심”이라고 화답했다.

정 대표는 이날 김씨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지난달 29일 국회 윤리특별위원회를 6명 동수로 구성해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의결한 걸 두고도 “이건 곤란하다. 그래서 어제(5일)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고 문제 삼았다. 김병기 원내대표가 대표 대행 시절 야당과 합의한 부분마저도 뒤집겠다고 밝힌 것이다. 원내 핵심관계자는 통화에서 “우 의장이 1년 2개월간 방치한 윤리특위를 시급히 구성해 달라고 요청해 교섭단체 간 동수로 협의했지만, 재배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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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김민석 국무총리가 5일 국회 당대표 회의실로 손을 잡고 들어서고 있다. 임현동 기자/ 20250805

이런 정 대표의 행보는 12·3 계엄 수사 기간과 범위를 최대한 확장하려는 당 차원 움직임에 힘을 더하고 있다. 정 대표는 이날도 김건희 특검 수사 기간에 대해 “1차에 한해 연장하는 거로 알고 있는데 그것도 부족하면 개정안을 내야 한다. 그럴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범죄수익 환수와 관련해 특검 종료 이후 별도의 추징 기구를 만들 가능성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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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오른쪽)가 5일 국회에서 현안 관련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재명 대통령 취임 직후 민주당이 주도해 처리한 특검법에 따르면 내란·채해병 특검은 올해 11월 초까지, 김건희 특검은 12월 초까지 수사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3대 특검에 최장 140~170일간의 수사 기간을 부여한 게 두 달 전인데, 정 대표 등은 1차 연장 시한이 되기도 전에 추가 연장을 기정사실로 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지난달 30일 의원 46명으로 출범한 당내 ‘3대 특검 종합 대응 특위’도 수사 기간 연장을 예고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 인사들의 처벌 범위를 넓히기 위한 방법 개발에도 골몰하고 있다. 특검 대응 특위 관계자는 5일 중앙일보에 “특검 수사 대상인 한덕수 전 총리·최상목 전 부총리 등이 앞서 국회 내란국조 청문회에서 했던 증언들을 위증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내란특검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위는 한 총리 등의 올 초 국회 증언과 최근 특검 진술이 달라졌다는 걸 문제 삼는다. 소급 적용 등 문제로 내란특검법 개정이 실효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차원에서 전 정권 인사들의 법사위 증언을 위증죄로 고발하겠다는 복안도 세우고 있다.

정 대표의 ‘국힘 패싱’에 국민의힘은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송언석 비대위원장이 (정 대표에게) 취임 축하 난과 메시지도 전달했는데, 전혀 대화 상대가 아니라고 언급해 굉장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정치 원로들에게서도 “여당 대표가 제1 야당과의 접촉 자체를 거부하는 건 유례가 없는 일이고 국민들의 정치 혐오를 부채질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민주당 주류는 “전한길씨의 ‘계몽령’ 타령에 박수치는 국민의힘이 자초한 상황”(수도권 재선)이라고 주장한다.

정 대표가 당분간 반쪽 국회 극복으로 선회할 가능성은 ‘0’에 가깝다. 8·2 전대에서 보수를 적대시하는 여권 강성 지지층 요구가 선명하게 확인된 데다 내년 지방선거 때까지 이들의 결집이 필요하다는 게 새 지도부의 판단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새 지도부는 어떻게든 지방선거까지 ‘내란 세력과의 대결’이라는 프레임을 유지하려고 할 것”이라며 “하지만 특검 장기화가 주는 피로감이 당과 이재명 정부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박수현 수석대변인과 임호선 수석사무부총장, 이해식 전략기획위원장, 임오경 민원정책실장 등 주요 당직 인선을 추가로 발표했다. 대변인은 권향엽·박지혜·문대림·부승찬 의원이 함께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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