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강릉 병원서 허리시술 환자 집단 이상증상, 1명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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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강원 강릉 시내 한 의원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급박한 사정으로 병원 휴업을 알려드립니다. 8월 1일부터 3개월 이상’이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이 의원이 휴원하게 된 건 허리 통증 완화 시술을 받은 환자 여러 명이 이상 증상을 보여 보건당국이 역학조사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의사 1명과 간호조무사, 물리치료사, 방사선사 등 총 7명이 근무한다. 인근 상점 주인은 “갑자기 문을 닫는 바람에 모르고 왔다가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강원도에 따르면 이 의원에서 허리 통증 완화 시술을 받은 뒤 이상 증상을 보여 강릉에 있는 A종합병원을 찾은 환자는 현재까지 8명이다. 이들은 지난 6~7월 해당 의원에서 통증 완화 신경 차단술 등 허리 시술을 받은 후 극심한 통증, 두통, 의식 저하,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났다고 한다.
이상 증상을 보인 환자 8명 가운데 60대 남성 1명은 지난달 27일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이어 2명은 중환자실, 3명은 일반병실에 입원 중이다. 다행히 2명은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 환자 연령대는 60~80대로 남성 3명, 여성 5명이다. 보건당국은 60대 남성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조사 중이다.
이번 역학조사는 환자들이 입원한 A종합병원 의료진의 신고로 시작됐다. 최근 이 병원에 극심한 통증과 의식 저하 등의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잇따라 방문했는데 검사를 해보니 대부분 혈액이나 뇌척수액에서 황색포도알균(MSSA)이 발견됐다.
황색포도알균은 법정 감염병에 해당하지는 않아 보건당국에 곧바로 신고할 의무는 없다. 하지만 의료진이 비슷한 증상의 환자들이 갑자기 늘어난 것을 이상하게 여겨 지난달 28일 강릉시보건소에 신고했다. 강원도감염병관리지원단과 강릉시, 질병관리청 등은 역학조사단을 구성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강원도 보건환경연구원 검사 결과 해당 의원 종사자에게서 3건, 시술장 등에서 13건의 황색포도알균이 검출됐다. 연구원은 질병관리청에 유전자 분석을 의뢰했고, 질병청은 의원에서 나온 균과 환자에게서 나온 균의 유전자형이 동일한지를 분석하고 있다. 보건당국은 추가감염 방지를 위해 시술 중단을 권고했다.
보건당국은 최근 2주 이내(7월 18일~7월 31일) 동일 시술을 받은 대상자 269명을 확인하고 있다. 현재까지 추가로 20명이 통증 등 이상 증상을 호소했고, 이 중 3명은 병원에 입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보건당국은 역학조사 대상을 6월 1일부터 동일 시술을 받은 환자로 확대한다.
보건당국은 시술 준비 과정에서 감염 관리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세균 집단감염이 일어났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 중이다. 아직 역학조사를 통한 구체적인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환자들의 혈액이나 뇌척수액에서 검출된 황색포도알균이 증상을 일으킨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황색포도알균은 건강한 사람의 피부나 콧속에도 존재하는 흔한 균이다. 하지만 체내에 침투할 경우 패혈증, 뇌수막염 등 중증 감염병을 일으킬 수 있어 치명적이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시술을 위한) 준비과정에서 주사액 등이 오염돼, 해당 주사를 맞은 환자들에게서 감염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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