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업비 증액에 멈춘 GTX-C노선...“돌파구 없인 착공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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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분석]

지난해 1월 25일 의정부시청에서 열린 GTX-C 착공식. 연합뉴스
경기도 양주시 덕정에서 수원·상록수역을 잇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노선의 착공식은 지난해 1월 윤석열 전 대통령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의정부시에서 열렸다. 하지만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실제 공사는 시작도 못 하고 있다.
가장 먼저 부분개통해 순항 중인 A노선(운정~서울역, 수서~동탄)은 물론 자금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대부분 해결돼 하반기에 착공을 앞둔 B노선(인천대입구~마석)과는 대조적인 상황이다.
이유는 돈 때문이다. 정확히는 ‘총사업비 증액’을 두고 민자사업자인 현대건설 컨소시엄(이하 현대건설)과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간의 협의가 거의 진척이 없는 탓이다.
C 노선은 덕정에서 수원·상록수역을 잇는 총 86.5㎞ 구간으로 국토부와 현대건설이 맺은 실시협약(2023년 8월)에 따르면 총사업비는 4조 6000억원이다. 민자사업자가 5년간 건설한 뒤 소유권은 정부에 넘기고, 40년 동안 운영해 투자비를 회수하는 수익형 민간투자사업(BTO) 방식이다.
총사업비 증액을 둘러싼 논란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2021년과 2022년에 각종 건설자재비가 폭등하면서 불거졌다. 공사 관련 물가가 급등한 걸 고려해 기재부가 특례를 적용, 총사업비를 2000억원가량 올려달라는 게 현대건설과 국토부 요구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실시협약에서 자재비 폭등 등 물가상승분이 제대로 반영이 안됐기 때문에 이대로는 도저히 공사를 진행할 수 없다는 판단”이라며 “현 상황이라면 컨소시엄 유지도 쉽지 않다”고 밝혔다.

실시협약에 명기된 총사업비는 시행사와 시공사가 공사 계약을 할 때 쓸 수 있는 한도다. 공사비가 크게 올랐지만, 총사업비가 그대로라면 현실적인 단가에 계약할 수 없다는 게 건설업계 얘기다. 시공사는 수주하는 즉시 상당한 적자가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국토부도 이 같은 상황을 인정한다. 그래서 실시협약 내 조항으로 총사업비 증액이 가능한지에 대해 감사원에 사전컨설팅까지 신청했지만,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지난 5월 반려됐다.
실시협약에 따르면 총사업비 변경은 건설 기간에 공사비 등의 변동이 소비자물가지수변동분을 크게 웃돌거나 밑도는 경우에 가능하다. 하지만 C 노선은 아직 착공 전이라 적용이 안 된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국토부도 난감한 입장이다. GTX 사업이 수도권 최대 관심사인 데다 신속 추진이 현 정부의 대선공약이기 때문이다. 김철기 국토부 광역급행철도건설과장은 “현재 업계 추산으로 전체 공사비 대비 6000억~7000억원이 부족하다는 얘기도 나온다”며 “계약과 공사가 가능한 수준으로 조정이 안 되면 시공 계약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토부는 증액분을 재정으로 지원하는 게 아니라 민간사업자가 조달하며, 향후 운영 과정에서 운임정산 절차(연락운임)를 조정하면 상당 부분 회수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지난해 부분개통해 호평을 받고 있는 GTX-A 노선의 차량. 사진 국토교통부
하지만 기재부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이를 허용해 줄 근거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현대건설과 국토부가 적용을 요구하는 총사업비 조정 물가특례는 지난해 10월 발표된 민간투자 활성화 방안 중 하나로 2020년 말 이전이면서 실시협약 체결 전인 BTO를 대상으로 총 사업비 대비 최대 4.4% 이내에서 증액이 가능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C 노선은 이미 실시협약을 맺은 뒤라 원칙적으로 물가특례 적용 대상이 아니다. 기재부는 또 해당 실시협약이 자재비 급등 이후인 2023년 8월에 맺어진 부분도 문제 삼고 있다.
신대원 기획재정부 민간투자정책과장은 “실시협약 시기를 보면 물가 상승분이 다 고려됐을 때인데 이제 와서 예외적으로 총사업비를 증액해달라는 건 맞지 않고, 관련 규정도 없다”고 말했다. 예외를 인정할 경우 불거질 특혜 시비도 우려하는 분위기다.
이처럼 양측의 입장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으면서 C 노선 사업은 계속 멈춰 있다. 당초 2023년 하반기에 착공해 2028년에 개통한다는 계획도 현실적으로 어려워진 데다, 언제 착공이 가능할지도 불투명하다.
전문가들은 현 상황에서 두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택해야만 한다고 지적한다. 첫째는 GTX 신속 추진이 대선 공약인 만큼 대통령실이나 국무총리실이 나서서 사업 추진이 가능토록 상황을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장호 한국교통대 철도인프라공학 교수는 “공사비 급등 문제가 다른 민자사업에도 다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사업비 증액을 고려하는 게 필요하다”며 “총리실과 국토부, 기재부 등이 같이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혁 연세대 도시공학과 교수도 “C 노선 사업이 제대로 진행돼야 한다는 건 명확하다”며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공사비 상승은 예기치 못한 변수이기 때문에 당연히 반영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하나는 민자사업을 포기하고 재정사업으로 전환하는 방안이다. 앞서 경전철인 위례신사선도 건설비 증가분을 누가 부담할지를 놓고 논란을 겪다가 민간사업자인 GS건설이 사업을 포기하면서 재정사업으로 전환된 바 있다.
이승재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C 노선에만 예외를 두기보다 현재의 제도와 절차 안에서 최대한 방안을 모색하고, 필요하면 재정사업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기회에 GTX 사업과 주변 개발을 묶어서 사업성을 높이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현 교통대 교통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GTX 노선 주변의 역세권 개발과 같은 사업권을 부여해 총사업비 충당과 운영비 적자분을 보완할 수 있는 방안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C 노선 사업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으면 동두천, 평택, 아산 등으로 노선을 연장한다는 계획 역시 다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정부와 업계 모두 머리를 맞대고 적극적으로 해법을 찾아야만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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