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역적인가, 영웅인가…이스라엘 가자점령의 팔레스타인 공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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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라파 일대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민병대 인민군의 수장 야세르 아부 샤밥(31). 사진 페이스북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5일(현지시간) 공개적으로 “가자지구 완전 점령”을 천명한 가운데 그의 팔레스타인 공모자인 야세르 아부 샤밥(31)이 주목됐다. 네타냐후 총리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를 견제하기 위해 가자지구 동남부 라파 일대를 통제하는 아부 샤밥을 지원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라엘과 아부 샤밥의 관계는 2024년 말 그의 반하마스 민병대 ‘인민군’ 출범에서 시작된다. 아부 샤밥은 과거 2007년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장악하기 전까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산하 보안요원으로 일했던 경력을 바탕으로 이 민병대를 꾸렸다. 가자 남부에서 들어오는 유엔과 적십자 등 국제사회기구의 구호품 차량의 호송을 보호하는 위해서였다. 다만 이들이 무장한 자동소총(AK-47) 등이 이스라엘 무기로 추정되면서 이스라엘과의 협력설이 나왔고, 지난 6월 이스라엘 방위군이 이를 공식 인정했다. 다만 아부 샤밥은 반박성명을 내고 “우리는 이스라엘과 일하지 않는다. 무기는 지역 주민들을 통해 구했다"며 이스라엘과의 연계설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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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사이의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가자 지구 남부 라파 동부에서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협력한다는 이유로 하마스는 아부 샤밥을 ‘반역자’로 규정했다. 최근엔 반역죄, 적대세력 협력, 무장반란 등의 혐의로 기소하고, 10일 이내 자진 항복하지 않으면 궐석재판을 진행하겠다고 경고했다. 아부 샤밥이 과거 마약 밀매와 담배 밀수 등으로 2015년 투옥 중 탈옥해 소위 '도시 갱단'을 이끌며 식량과 구호품 트럭을 약탈한 혐의를 문제 삼기도 했다. 그의 암살 시도도 두 차례 있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하지만 아부 샤밥은 지난달 24일 월스트리트(WSJ) 기고문에서 “하마스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항복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자신을 ‘영웅’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목표는 하마스와 무관한 팔레스타인인을 전쟁의 불길로부터 분리하는 것”이라며 “우리 지역에서 가자지구의 미래를 본다”고 했다. 기고문에 따르면 민병대가 통제하는 라파 일대에서 하마스의 무력 개입이나 이스라엘의 공습이 거의 발생하지 않으며, 수천 명의 난민이 샤밥에게 피난을 요청하고 있다고 한다. 그의 민병대가 통제하는 2마일 규모의 구역에선 학교, 보건소, 행정 위원회 등 각종 시설이 설립됐고, 2000여명의 민간인이 거주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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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올라온아부 샤밥(왼쪽에서 2번째)의 기고문. 사진 WSJ 캡처

이처럼 아부 샤밥이 민간인을 무장 충돌로부터 보호했다는 자평 속에 라파 일대에서 점차 세력을 확대하자, 이스라엘은 이를 기회로 봤다. 아부 샤밥을 이스라엘과의 공모자로 공식 인정하면서다. 네타냐후 총리는 최근 하마스가 미국이 제안한 임시 휴전 방안을 거부하고 갈비뼈가 드러날 만큼 마른 인질 영상을 공개하며 가자지구의 식량 위기 책임을 이스라엘에 돌린 것에 격분해 가자지구 완전 점령을 구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하마스를 약화할 차세대 세력으로 아부 샤밥을 매력적인 카드로 본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역 공모자 활용 전략이) 1970~1980년대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의 ‘빌리지 리그 전략’과 유사하다”고 짚었다. 당시 이스라엘은 지역 부족장 및 친이스라엘 인사를 통해 팔레스타인 독립투쟁한 무장단체인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의 대중적 기반을 약화하려 했다. 다만 이 전략은 단기적 안정을 확보했지만, 장기적으로 팔레스타인 사회의 분열과 불안을 초래했던 점에서 비평을 받은 바 있다.

일각에선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완전 점령 구상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미 정치전문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미국 관리들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완전 점령 군사작전이 더 큰 유혈 사태나 중동 확전으로 번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5일 “이스라엘에 달린 일”이라며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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