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단독] "행정관 이름 적어라"…보고서에 李스타일 심었다
-
2회 연결
본문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2차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건 무슨 뜻이에요?”
지난달 말부터 이재명 대통령은 대통령실 행정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보고서 내용을 묻는 경우가 잦아졌다고 한다. 그 배경엔 보고서 양식 변화의 영향도 있다.
5일 대통령실 관계자들에 따르면,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실(총무비서관 김현지)은 지난달 말 전 직원에게 새 보고서 양식 공지를 보냈다. 기존엔 이 대통령에게 올라가는 보고서에 본문 외에 수석실 이름과 날짜 정도만 기재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새로 공지된 양식에는 담당 비서관과 작성한 행정관의 이름, 내선 번호를 보고서에 적게 했다. 대통령실 내부에선 이를 ‘보고서 실명제’라고 부른다.
‘보고서 실명제’는 이 대통령의 직접 지시에 따른 변화라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실의 보고서는 수석 이름으로 올라가지만, 작성은 대부분 실무 행정관들이 한다”며 “이 대통령이 보고서를 읽다가 궁금한 부분이 있으면 실장이나 수석이 아니라 행정관에게 물어봐야 빨리 해결되기 때문에 보고서에 행정관 이름과 연락처를 병기하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큰일보다 작은 일부터 잘해야 행정이 잘 돌아간다는 게 평소 생각이어서 실무진의 역할을 중요하게 본다”며 “‘보고서 실명제’는 실무진의 책임감을 강화하면서 그들의 자부심도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실무진과 소통을 강조해왔다. 실무진이 담당 사안에 관해선 가장 잘 안다는 이유다. 수석·보좌관회의는 수석급 인사들만 참석하는 게 보통이지만, 이 대통령은 지난 6월 23일 취임 후 처음으로 주재한 수보회의에 비서관과 행정관까지 참석하도록 했다. 최근 수보회의에는 60명 넘는 인원이 참석한 적도 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했다. 이 대통령이 즉석에서 비서관, 행정관에게 질의하는 일도 많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과거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역임할 당시에도 궁금한 내용이 있으면 실무를 담당하는 국·과장에게 전화를 걸어 직접 소통했었다. 경기지사 시절 이 대통령과 함께 일했던 인사는 “보통 지방자치단체 내부 보고서에는 담당 국·과장이 적혀 있다”며 “경기지사 때 이 대통령은 보고서를 읽다가 담당 과장을 불러 대면 보고를 받는 일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대통령실 보고서 양식을 바꾼 것도 그때 경험이 반영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실무 공무원들의 의견을 직접 듣고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경기 공무원들의 익명 게시판 ‘경기 와글와글’을 만들기도 했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