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여성·60대 나가라더라"…세스코 고용승계 논란에 인천공항 시끌

본문

지난 5일 정오쯤 찾은 인천공항공사(공사) 로비. 천장 구조물 사이로 내리쬐는 햇볕을 피해 10여 명이 모여 앉아 있었다. 이들 뒤에는 마시다 남은 음료와 배달음식 용기 등이 여럿 쌓여 있었다. “10년 이상 일한 방역노동자 고용승계 책임져라” “8월 1일부터 실직자, 내 가정 가족은 다 죽는다”는 내용의 현수막도 보였다.

이들은 모두 공사가 지난 1일 방역 담당 업체를 세스코로 교체하면서 한순간에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로, 5일째 공사 건물 주변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60대 남성 A씨는 “새로 들어온 회사(세스코)가 60대 이상은 고용할 수 없다고 했다”며 “당장 일자리가 끊기면 생계를 이어갈 수 있을지부터가 불투명한데, 갑작스레 나가라고 해 어쩔 수 없이 버티고 있다”고 했다.

함께 조끼를 입고 땡볕 아래 돗자리를 깔고 앉아 농성하던 최모(35)씨는 “10월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식을 미룰까 하는 고민을 하고 있다. 파혼이 되지만 않길 바랄 뿐”이라고 했다. 그는 “집도 이미 마련했고, 혼수로 마련한 가전제품도 모두 들였는데, 갑자기 수입이 끊겨 모아둔 돈을 소진하며 생활하고 있다”며 “예비 신부가 대출금과 혼수 대금 납부를 위해 본업 외 아르바이트까지 하며 지쳐가고 있다. 너무 미안한 마음 뿐이다”고 덧붙였다.

17546086796963.jpg

한마음인천공항노조 방역지회 소속 노조원들이 인천공항공사 건물 앞 로비에서 농성 중이다. 이들은 ″집에 다녀오는 등 다양한 이유로 잠시 로비를 벗어났다가 임시 출입 자격이 일시정지되면서 밖에서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김창용 기자

고용승계 두고 노사 의견 차이 

이들이 농성에 나선 이유는 고용승계를 두고 공사 및 세스코와 의견 차이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세스코는 기존 23명의 직원에게 “전문 장비 운영을 위해 숙달된 회사 측 인력 투입이 필요하다”며 “기존 직원은 최대 12명까지만 고용하겠다”고 통보했다. 직원들은 “날벼락을 맞은 기분이었다”고 했다. 이명한 한마음인천공항노조위원장은 “기존 3년 단위로 업체가 바뀔 때마다 고용을 승계하는 형태로 일했는데, 갑자기 나가라고 해 직원들 생계가 다 끊기게 생겼다”고 했다.

이들은 세스코 측이 전 용역업체 측에 여성 직원들만 면접을 진행하고, 이들 중 일부를 채용하겠다고 한 점도 문제 삼았다. 전 용역업체 현장대리인은 노조 측에 “세스코 임원이 본사 팀장한테 연락해서 고용승계 관련해 8명 정도 면접을 보겠다며 리스트를 보내줬는데, 다 여성이다”라며 “자기네들(세스코)은 여자를 많이 안 뽑는다면서 여자는 최소로, 1~2명 정도로 가고 싶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17546086798979.jpg

한마음인천공항노조 방역지회 구성원들이 공사 로비에서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나가면 다시 못 들어올 상황이라 아무데도 못가고 여기서 지내고 있다″며 ″당장 편의점도 못 가게 해 속옷 등도 구매할 수가 없다″고 했다. 김창용 기자

세스코 측은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한 세스코 임원은 통화에서 “과업내용서에 근로자 고용승계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는 것은 맞으나, 전원을 고용해야 한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며 “장비나 회사가 가지고 있는 기술을 적절하게 적용하기 위한 최소 인력인 12명만 배치하고, 회사 정년을 넘긴 인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고용할 계획이다”고 했다.

이어 “여성을 배제하려 했다는 것 역시 사실과 다르다”며 “노조 측에 ‘여성들만 출입할 수 있는 공간들도 있고, 여성을 우대한다는 사회적 분위기도 있기 때문에 우선 채용하려 한다’는 취지로 제안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세스코 측은 또 “회사 취업규칙 상 정년을 넘긴 분들에게는 약 2000만원의 교육지원금을 지급하고, 정원 외의 인원들에게는 세스코 지사 등에 재배치하겠다는 계획도 전달한 상태”라고 했다.

인천공항공사 "최대한 승계 요청" 

노조 측은 공사에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세스코 과업내용서에 ‘고용승계가 불가피한 경우 공사 담당자와 합의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어서다. 하지만 공사 측은 별도의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게 노조 입장이다. 공사 관계자는 “최대한 기존 직원의 승계를 요청했다”며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했다.

인천공항은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 시행된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 정책 1호 사업장으로, 공사는 지난 2020년 소방대와 보안 분야 등 약 3000명을 직고용하고, 공항 운영과 시설·시스템 관리 분야 등 약 7000명은 별도법인인 자회사 소속 정규직으로 전환한 상징적인 기관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저임금 수준의 열악한 처우, 정규직과 다른 근무 형태 등으로 여전히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4,742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