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중국의 개방은 민주화 아닌 통제의 진화일 뿐...40년 연구자의 관찰[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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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

마오 이후의 중국
프랑크 디쾨터 지음
고기탁 옮김
열린책들

“중국에 관한 한 우리는 우리가 무엇을 모르는지조차 모르고 있다.” 1985년 중국 유학부터 이제까지 40년 세월을 중국 연구에 천착한 저자의 고백이다. 중국 알기는 왜 어렵나. 모든 정보가 신뢰할 수 없거나 불완전, 또는 왜곡돼 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 결과 “중국 정부를 포함해 그 누구도 중국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 한다.

그래서 저자는 두 가지 연구 태도를 취한다. 하나는 추론보다는 사료에 기반을 둔다. 중국 곳곳의 기록보관소 문건과 미발표 회고록, 주요 인사의 비밀 일기를 정성스레 모았다. 다른 하나는 균형감이다. 기울어진 마음으로 중국 연구를 할 바엔 입 다물고 있는 게 낫다는 거다. 책을 관통하는 건 중국의 경제 개혁이 정치 개혁을 가져오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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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초 중구 남서부 충칭의 모습. 고층 건물이 즐비하다. [AFP=연합뉴스]

개혁개방 이후 중국은 성장을 거듭했고 미국 도움으로 이뤄진 WTO 가입으로 날개마저 달았다. 서방은 왜 중국을 도왔나. 경제 발전이 민주화를 견인할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 한데 저자는 어떤 중국 지도자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덩샤오핑에서 시진핑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하면 이런 그릇된 믿음은 어떻게 나왔나. 중국이 속인 것인가? 서방이 스스로를 속인 게 아닐까 싶다.

돈을 벌기 위해 공산 중국과 거래해야 하는 명분을 만든 결과가 아닌가. 그러다 중국 제품에 밀리게 된 현재를 맞게 되자 중국이 속였다고 중국 탓을 한다. 중국은 강한 사회주의 국가를 만들기 위해 그저 자본주의의 도구를 이용했을 뿐이라는 저자의 설명은 설득력 있다. 저자는 중국을 멀리서 본 유조선에 비유한다. 선장은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함교에 서 있지만, 갑판 아래 선원들은 침몰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물을 퍼낸다.

중국엔 애초 ‘원대한 계획’이나 ‘비밀 전략’은 없다. 막후에서 진행되는 끝없는 권력 투쟁과 예측불허의 수많은 사건과 결과, 그리고 갑작스러운 노선 변경만 있다. 그런데도 이 모든 게 더 나은 중국 역사를 만들 거라는 저자의 시각에선 오랜 중국 관찰자의 연륜이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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