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獨 방산기업 주가 18배 뛰자, CEO는 푸틴 '암살 표적' 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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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국면의 가장 두드러진 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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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민 파페르거 라인메탈 CEO가 지난달 1일 독일 비체(Weeze)에 새로 건설된 F-35 전투기 부품 공장을 방문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국면에서 논쟁적 인물로 자리 잡은 독일 방산기업 라인메탈의 아르민 파페르거 최고경영자(CEO)에 대해 외신이 내린 평가다. 유럽을 뒤흔든 러시아의 행보로 기업은 반등했지만 기업을 이끄는 수장은 순식간에 하이브리드 전쟁의 한복판에 섰다는 것이다.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는 5일 ‘러시아의 비밀 전쟁과 독일 CEO에 대한 암살 모의’ 기사에서 파페르거 CEO를 향한 신변 위협의 배경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유럽의 극적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파페르거 CEO를 향한 신변 위협은 지난해 4월 방화 사건으로 실체가 드러났다. 방화범들은 당시 독일의 헤르만스부르크에 위치한 파페르거 CEO 소유 자택에 불을 지르고 도주했다. 부재중이던 파페르거 CEO는 다행히 화를 면했다.

파페르거 CEO가 요주의 대상으로 떠오른 건 파페르거 체제 아래 라인메탈의 파죽지세와 관련이 있다. 방산을 주제로 한 파페르거와 라인메탈의 롤러코스터 같은 과거를 보면 ‘새로운 국면’의 본질을 읽을 수 있다는 게 블룸버그의 진단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파페르거 CEO가 품질 관리 엔지니어로 라인메탈에 입사한 시기는 1990년으로, 방산이 유럽에서 홀대 받던 때였다. 독일은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국방 예산을 대폭 삭감했고, 방산은 나치 시대의 오명을 그림자처럼 달고 다녔다. 이때만 해도 라인메탈은 방산보다 자동차 관련 사업에 집중하는 유럽의 흔한 기업이었다.

기회는 2011년 파페르거 CEO가 이사회에 합류한 다음해 찾아왔다. 이사회는 러시아 모스크바 동쪽에 대규모 육군 훈련장을 건설하는 데 1억2000만 유로(약 1776억원)를 들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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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뒤셀도르프에 위치한 라인메탈 본사. EPA=연합뉴스

2013년 그는 CEO로 승진했지만 러시아 사업은 난관을 만났다.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하자 라인메탈은 러시아의 조력자가 될 것이냐는 유럽 사회의 비난에 부딪혔다. 결국 라인메탈은 러시아 훈련장을 포기했고, 2014년 방산 부문에서 900만 유로(약 133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라인메탈이 반전을 모색할 수 있었던 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2022년 2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시대전환’을 선언하면서다. 독일이 1000억 유로(약 148조원) 규모의 새로운 국방예산을 편성하자 파페르거 CEO는 스페인의 탄약 제조업체 엑스팔을 인수하는 등 공격적 투자를 이어갔다.

그는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도 손을 뻗쳤다. 2024년 3월 라인메탈은 탄약, 군용 차량, 화약 및 대공무기를 생산할 4개 공장을 우크라이나에 세우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대미 안보 의존도를 줄이려는 유럽 재무장 정책도 라인메탈에게 호재다. 라인메탈 주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18배 이상 상승했고 시가총액은 약 810억 유로(약 119조 8000억원)로 유럽 방산기업 중 가장 높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2024년 98억 유로(약 14조 5000억원)를 기록한 연간 매출은 2027년까지 200억 유로(약 29조 6000억원)가 목표다.

라인메탈의 승승장구는 러시아 입장에선 정반대의 뜻일 수 있다. 자신들이 벌인 전쟁으로 새로운 국면을 탄 파페르거 CEO와 라인메탈은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실제 푸틴 정권은 공공연히 라인메탈을 공격 대상으로 지목해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이 2024년 10월 우크라이나 내 라인메탈 시설에 대해 “정당한 공격 목표”라고 발언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파페르거 CEO와 라인메탈이 러시아의 공적이 된 결정적인 계기는 라인메탈의 우크라이나 내 공장 설립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해당 발표 직후 미 정보기관은 러시아 총정찰국(GRU)이 대리인을 고용해 파페르거 암살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독일 측에 알렸다.

일각에선 러시아가 파페르거 CEO 암살을 통해 하이브리드 전쟁의 실제 공포를 각인시키려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군사적 대응까지 나아가지 않을 애매한 도발로 유럽 내 분열과 우크라이나 지원을 주저하게 만드는 것 아니냐는 의미다. 러시아로선 새로운 국면의 상징인 파페르거 CEO를 은밀히 제거하는 건 이 같은 목표 달성에 효과적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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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메탈이 포탄을 생산할 장소인 독일 운터뤼스 공장 내부. EPA=연합뉴스

지난해 7월 독일 라이프치히와 영국 버밍엄의 DHL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소포 발화 사건도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큰 사고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이 같은 도발이 계속된다면 정규전에 못지않은 공포감이 형성될 수 있다는 얘기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최근 “우리는 이미 러시아의 공격을 받고 있다”고 할 만큼 이미 유럽은 러시아의 하이브리드 전쟁을 체감하고 있다는 게 블룸버그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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