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우리말 바루기] 함박, 함바그스테이크, 햄버그스테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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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함박, ○○함박, △△함박…. 이 음식점들의 메뉴판에는 ‘토마토함박’ ‘크림함박’ ‘카레함박’ ‘치즈카레함박’ ‘함박스테이크’ 등 각종 ‘함박’이 즐비하다. 함박꽃나무의 꽃인 함박, 굵고 탐스럽게 내리는 눈을 가리키는 함박눈, 크고 환하게 웃는 웃음을 뜻하는 함박웃음 같은 말들이 있어서인지 그리 이질감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낯익음, 익숙함이 주는 정겨움을 갖게 한다.
그렇지만 음식점의 ‘함박’은 함박웃음의 ‘함박’과 관계없는 일본어에서 유래했다. 영어 ‘햄버그스테이크(hamburgsteak)’가 일본으로 건너가면서 ‘한바그(표준 한글 표기는 ‘한바구’)스테키’가 됐고, ‘한바그’로 줄어들었다. 이 말들은 우리나라로 오면서 ‘함바그스테이크’ ‘함바그’가 됐고, ‘함바그’는 다시 한국어처럼 ‘함박’으로 줄었다. 교과서, 신문, 방송, 각종 공문서엔 이 말들 대신 표준형인 ‘햄버그스테이크’가 쓰인다. 국어사전에도 ‘함박’ ‘함바그스테이크’는 없고 ‘햄버그스테이크’만 있다.
일본에서 ‘햄버그’를 ‘한바그’라고 한 건 일본어에 ‘ㅁ’ ‘ㅐ’ ‘ㅓ’ 소리가 없어서다. 가장 가까운 소리인 ‘ㄴ’과 ‘ㅏ’로 받아들여 ‘한바그’가 됐다. 햄버그스테이크는 더 올라가면 독일의 ‘함부르크(Hamburg)’와 연결된다. 이 지역 사람들이 만들어 먹던 음식이 ‘함부르크 스테이크’였는데, 19세기 독일인들이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함부르크 스테이크를 전파했다. 그리고 ‘함부르크’는 영어식으로 ‘햄버그’가 됐다. 흔히 ‘햄버그스테이크’의 ‘햄’이 ‘고기’인 줄 알지만, 고기와는 상관이 없다. ‘버그(부르크)’는 성채나 요새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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