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전설 대 전설…마지막까지 명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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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저(左), 커쇼(右)

메이저리그(MLB)는 지난 주말 ‘리빙 레전드’의 선발 맞대결로 떠들썩했다. 클레이턴 커쇼(37·LA 다저스)와 맥스 셔저(41·토론토 블루제이스). 21세기 두 명의 최고 투수가 지난 9일(한국시간) 미국 LA 다저스타디움에서 나란히 선발 등판했다.

둘의 맞대결 성사를 AP는 “명예의 전당 헌액 가능성이 큰 두 선수가 드디어 맞붙는다. 근래 보기 드문 빅 매치”라고 소개했다. 다저스 소식 전문인 다저블루는 “지난 2008년 신인이던 두 투수의 첫 대결 이후, 정확히 18년 만에 같은 장소에서 다시 맞붙는 모습을 보게 됐다”고 기대했다. 이 경기는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 승률 1위 다저스와 아메리칸리그(AL) 전체 승률 1위 토론토의 대결이라 ‘미리 보는 월드시리즈’로도 불렸다. 셔저는 “커쇼와 나 모두 오래 선수생활을 했기 때문에 이런 기회가 얼마나 소중한지 잘 알고 있다. 최고 투수와 상대하는 건 늘 꿈 같은 일”이라고 반겼다.

둘 다 전성기는 지났다. 그래도 명성에 걸맞은 명승부를 펼쳤다. 전성기 때의 강속구 대신, 노련한 투구로 타자들을 제압했다. 판정승을 거둔 쪽은 커쇼. 6이닝 동안 7피안타 1볼넷 4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고, 팀이 5-1로 이겨 시즌 6승(2패)이 됐다. 셔저도 6이닝 동안 공 98개를 던지며 6피안타 3볼넷 5탈삼진 2실점으로 역투했다. 다만 무키 베츠에게 던진 실투 하나가 2점 홈런으로 연결돼 아쉬움을 삼켰다. 시즌 2패(2승)다. MLB닷컴은 “아마도 이런 경기는 당분간 다시 볼 수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둘은 현역 투수 가운데 가장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전설’이다. 둘 다 2006년 MLB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지명받은 특급 유망주였고, 입단 2년 만인 2008년 초고속으로 빅리그에 데뷔했다. 리그 최고 투수에게 주는 사이영상도 세 차례씩 받았다. 다저스에서만 뛴 커쇼는 2011, 13, 14년에 NL 사이영상을 가져갔다. 셔저는 AL에서 한 번(2013년), NL에서 두 번(2016, 17년) 수상했다. 올스타전에도 커쇼가 11차례, 셔저가 8차례 출전했다.

‘탈삼진 머신’으로 불렸던 점도 공통적이다. 셔저가 2021년 먼저 통산 3000탈삼진 고지를 밟았고, 커쇼도 지난달 통산 탈삼진 3000개를 돌파했다. 셔저가 MLB 역대 19번째, 커쇼가 20번째였다. 현역 선수 중 3000탈삼진을 넘긴 투수는 둘 외에 저스틴 벌랜더(42·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있다. 이날 경기를 마친 뒤 탈삼진 기록은 셔저 3456개, 커쇼 3014개로 늘었다. 아직 현역인 이들이 벌써 명예의 전당 헌액 후보로 거론되는 이유다.

2010년대를 풍미한 둘은 최근 수년간 전만큼의 위력은 보여주진 못했다. 부상으로 올 시즌 출발도 늦었다. 그래도 커리어의 황혼기에 다시 만난 둘은 역투로 서로에 대한 존경심을 표했다. 둘은 경기 후 따로 만나 유니폼을 교환하며 ‘마지막일 지도 모를 맞대결’을 기념했다. 커쇼는 “셔저가 정말 잘 던졌다. 여전히 시속 155㎞에 가까운 강속구를 던지더라”라며 “베테랑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투구였다”고 박수를 보냈다. 셔저는 “커쇼는 멋진 투수다. 야구장 안팎에서 큰 존경을 받는 그와 대결할 수 있어 정말 기뻤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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