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사람 죽이고 "입대"…살인마로 돌변한 러시아 전쟁 영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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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시간) 러시아 카잔에서 사람들이 군인이 그려진 포스터 앞을 지나고 있다. EPA=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다가 돌아온 군인들로 인해 러시아가 두려움에 떨고 있다. 전쟁 영웅으로 칭송받는 이들이 이웃을 살해하는 살인마로 돌변하고 있어서다.
독일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은 최근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고향으로 돌아와 범죄를 저지르는 러시아 군인들을 집중 조명했다. 지난 5월 모스크바에서 약 250㎞ 떨어진 크라스니 마을에선 사서로 일하던 54세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범인은 휴가 중이던 군인으로 밝혀져 지역사회에 충격을 줬다.
러시아 독립매체 비요르스트카에 따르면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습 이후 군인들에 의해 사망하거나 중상을 입은 러시아인은 최소 754명에 이른다. 이 중 196건이 살인 사건으로 추정되는데, 실제 사망자 수는 더 많을 수 있다. 피해자 대부분이 범인의 가족이나 친구였으며, 가해자는 전과자인 경우가 많았다.
FAZ은 러시아 국영 언론은 군인들을 영웅이라고 부르며 이런 사건을 보도하지 않지만 지역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고 전했다. 군은 군인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거나 가짜 뉴스를 유포하는 행위에 형사 소송으로 맞서겠다며 위협했다.
중범죄 저지른 죄수부대, 전쟁 후 집으로

2023년 러시아 죄수부대 '스톰-Z' 부대원들이 지휘관의 처우에 항의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수감자로 이뤄진 '죄수부대'는 불안을 키우는 원인 중 하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6개월간 군 복무를 마친 이들을 사면해왔다. 지금까지 사면을 받은 범죄자가 몇 명인지 정확한 수치는 확인되지 않았다.
흉악 범죄를 저지른 이들도 처벌을 면할 수 있어 자진해서 군에 입대하려는 분위기다. 니콜라이 오골로비아크는 10대 청소년 4명을 살해한 혐의 등으로 20년 형을 선고받았는데, 군에 입대해 중상을 입고 사면됐다. 이후 마약 혐의로 또 10년 형을 선고받자 그는 군에 복귀하겠다고 밝혔다.
범죄를 저지르고 감옥 대신 군으로 도피하는 이들도 있다. 키릴 체플리긴은 전처와 그의 연인을 살해한 후 수감됐다가 감옥에서 입대 신청서를 냈다. 피해 여성의 어머니는 "(체플리긴이) 죄를 속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처벌을 피하려고 전쟁에 나가고 싶어한다"며 "그가 복수할까 봐 두렵다"고 말했다. 체플리긴이 사면된다면 다섯살 자녀의 양육권을 넘겨받을 수도 있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WP)는 "푸틴 대통령의 전시(戰時) 사회에서 가장 디스토피아적인 모습은 살인범과 강간범들이 전쟁에 나가 사면받고, 전쟁 후에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참전 용사들 귀환, 심각한 안보 위협 초래"

9일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서 러시아의 공습이 이어지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병사가 훈련 중 RPG-7 유탄 발사기를 사용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귀향 군인들의 범죄는 숫자로도 드러난다. 러시아 내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대범죄는 총 61만7301건 발생했는데, 2014년 이후 최고치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군 내부의 폭력적인 분위기가 범죄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크세니아 키릴로바 유럽정책분석센터 분석가는 "러시아 최전선은 지휘관들이 병사들에게 저지르는 범죄의 온상이 됐다"며 "문제는 그런 사람들이 전혀 처벌받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WP에 말했다.
군기 유지 명목으로 병사들을 구타하거나 철창이나 땅굴에 가두고 나무에 묶는 등 잔혹 행위가 만연하지만, 지휘관들은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는다. 많은 군인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지만 심리적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한다.
과거 1989년 소련 시절에도 아프가니스탄전에서 귀환한 참전 용사들의 범죄가 급증한 적이 있다. FAZ은 "권력자들은 수십만 명의 참전 용사들의 귀환이 심각한 안보 위협을 초래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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