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기고] 진짜 고수 임업인은 현장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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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태 한국전문임업인협회장

임업인들은 산에서 살아온 사람들이다. 봄이면 산에 조금이라도 더 좋은 나무를 심으려고 했고, 더운 여름이면 무성해진 풀을 베며 나무를 자식처럼 키웠다. 그렇게 한평생을 산에 바친 임업인들은 “재야의 고수 이야기도 들어봐야 한다”는 대통령님의 국무회의 말씀 이후, 깊은 혼란에 빠졌다.

최근 일부 환경운동가들의 주장과 언론 보도는 산림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온 수많은 임업인들을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소나무가 문제다”, “벌목은 파괴다”라는 단편적 언어가 과학처럼 받아들여지는 것 같아 더 깊은 상실감에 빠졌다. 이대로라면 산을 가꿔온 사람들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임업은 절대로 개발 행위가 아니다. 나무를 베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심고, 가꾸고, 수확하고, 다시 심는 순환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잘 관리된 숲은 산불과 산사태에 강하고, 생물다양성을 유지하는 생태적 기반이 된다. 또 숲에서 생산되는 목재, 버섯, 약초, 밤 등의 임산물은 수많은 임업인들과 산촌주민들의 생계 수단이며, 산림휴양, 산림치유, 산촌관광도 임업인들의 손에서 잘 가꾸어진 숲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임업인을 자연 파괴의 주범처럼 몰아가는 분위기 속에 있다. 산림을 활용하려면 수십 가지 인허가를 받아야 하고, 피해를 입어도 제대로 보상받지 못한다. 특히 산불이나 산사태로 피해를 입은 임업인들은 온전히 복구에 전념할 수 있어야 하는데 불필요한 논쟁으로 복구에 힘쓸 힘이 생기지 않는다.

산림정책은 선동이 아니라 과학과 상식에 기반해야 한다. 산불과 산사태의 근본원인은 기후위기와 극한 강우, 지형, 경사 등이며 복합적인 원인이 맞물려 발생한다. 임도를 정비하고, 숲을 건강하게 유지하고, 적절히 간벌하는 것은 이러한 기후위기 시대에 산불과 산사태를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이를 알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바로 임업인들이다.

지난 5일 국회 산불피해지원대책특별위원회가 주최하고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한 ‘산림경영 논쟁 대토론회’에서 우리는 분명히 밝혔다. “숲은 가꿔야 살아남고, 그 중심에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산은 비워두는 게 아니라, 건강하게 관리하고 돌봐야 살아남는다. 실제로 유럽, 북미, 일본 등 산림 선진국은 임업인을 핵심 파트너로 두고 산림을 과학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토론회에 참석했던 건축학과 교수님은 ‘세계는 탄소중립을 위해 목조건축에 힘을 쏟고 있다. 목재는 지속가능하게 생산할 수 있는 자원이다. 목재생산을 포기하면 우리나라는 탄소 후진국이 될 것이며,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줄 것이다.’라고 하였다. 정말로 우리가 갈 길이다.

지금은 산림정책에 대해 더욱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목재자급률을 높이며, 탄소흡수원으로서의 산림 기능을 제대로 살리려면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실용적 정책이 요구된다. 임업용 산지에서는 합법적인 임업 활동이 보장되어야 하며, 각종 규제는 현실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정부가 진정으로 산림을 국가의 자산으로 여기고자 한다면, 그 자산을 실질적으로 지켜온 사람들을 동등한 국민으로 인정해야 한다. 임업인들은 숲과 함께 살아온 이들이다. 이들의 생존권이 지켜져야 산림의 지속가능성도 함께 지켜질 수 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을 지키는 나라 그리고 산림강국 대한민국의 미래는 누구보다 현장을 아는 임업인들과 함께 만들어야 한다. 진짜 고수는 책상 위에 있지 않다. 진짜 고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장비를 들고 산을 오르는 현장에 있다. 대통령님께 과학과 상식, 생명과 생계를 지키는 정책으로 숲과 사람을 함께 지켜주시길 간곡히 요청드린다.

본 기사의 내용은 최상태 한국전문임업인협회장의 견해이며 중앙일보사의 공식 견해가 아님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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