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저학년 방과후 동선 관리, 학생부 작성…AI 속속 도입하는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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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디지털 교육 페스티벌에서 한 교사가 AI 교과서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복잡했던 초등학교 방과후활동 학생 동선을 관리하고,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작성에 도움을 받는 등 인공지능(AI) 기술이 교실로 속속 들어오고 있다. 하지만 AI 애플리케이션 구독료를 교사가 사비로 내는 등 예산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11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금천·구로·영등포구 소재 공립초를 관할하는 남부교육지원청에서 최근 AI 전문 업체와 손잡고 방과후학교에서 저학년의 출결 상태와 시간표, 동선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조대진 남부지원청 학생맞춤협력과장은 “지금까지는 교사들이 일일이 손으로 학생들이 어디로 가고 남는 교실이 어디 있는지 작성해야 했다”며 “방대한 데이터를 AI로 정리해 학생 이름만 입력하면 현재 위치가 어디고, 다음 수업이 어디인지 안내해 주는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남부지원청은 공립초 66교를 대상으로 희망 학교부터 1~2학년 저학년부터 순차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지난 3월부터 5개월 동안 관내 3개 초등학교에서 시범 운영한 결과 담임 교사의 하교지도 혼선, 실무 직원의 업무 부담, 학생이 교실을 잘못 찾는 문제 등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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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방과후 활동에 AI 기술을 적용한 '아이살핌e' 프로그램 도입 전후 차이점. 사진 서울시교육청 산하 남부교육지원청

교사가 학생부를 기록할 때 AI를 활용하더라도 큰 문제를 삼지 않는 분위기다. 교육부는 지난 7월 시도교육청에 ‘학교생활기록부 서술형 항목 작성 관련 유의사항 안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서는 “작성 과정에서 글을 다듬기(윤문) 위한 보조 수단으로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나, 이 경우에도 최종 책임은 교사에게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서술형으로 쓰는 학생부 항목은 교사에게 업무를 늘리는 요인이었다. 교사별 역량이나 학교에 따라 편차가 커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많았다. 이에 최근까지 AI 교과서 제작에 참여했던 출판사들은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와 출결 상태 데이터를 모아 학생부 기재에 참고할 수 있는 문구를 AI가 만들어 주는 기능을 개발해 교사들에게 적극 알렸다.

지난 7~8일 서울 강남구에서 서울시교육청 주최한 ‘2025 AI·디지털 러닝 페스티벌’에서도 AI가 교실에 들어온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행사에서 교사들은 AI를 활용한 수업 경험을 다른 교사들과 공유했다. 고등학교 2학년 수학 과목에서 읽고 싶은 책과 서평을 선정한 다음에 서평의 단어를 프로그램을 활용해 분석해 감정을 숫자로 나타내는 경험을 공유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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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 AI·디지털 러닝 페스티벌’. 서울의 한 고교 수학 교사가 만든 AI를 활용한 수업 내용 일부. 김민상 기자

“챗GPT 등 사비로 한 달에 10만원 사용”

중학교 역사 교과에서는 3D 모델링과 메타버스로 주요 인물과 유물을 가상현실에 구현한 다음에 방탈출 게임으로 스토리를 입히는 과정도 소개됐다. 국내 대기업의 AI 사업 담당 직원이 소개하는 강연에는 좌석 300여석이 모두 찰 만큼 교사들이 붐볐다. 한 중학교 교사는 “이미 교실에서는 AI가 없어서는 안 될 도구”라며 “수많은 데이터를 수집해 아이들에게 소개하고, 효과적으로 가르치기 위해서 챗봇과 클라우드 기반 분석 시스템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AI 도구를 빠르게 교실에 도입하기에는 예산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일 국회 본회의에서 AI 교과서 지위를 교육자료로 격하시키는 바람에 학생 1인당 월 5000원 정도 하는 구독료 지원 예산도 2학기부터 대거 삭감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수학 교사는 “한 달에 3만원 하는 챗 GPT 구독료에 구글 클라우드까지 사용하면 월 10만원 정도가 AI 도구 사용료로 들어간다”며 “1년에 50만원 정도 받는 교사 연구비로 쓰면 일부만 보전받는 셈”이라고 전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교사 중에 연구비를 받는 대상자는 1%를 넘지 못한다”며 “AI 도구가 필요한 교실에 교사들이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관련 예산이 증액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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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 AI·디지털 러닝 페스티벌’. 국내 대기업이 소개하는 AI 기술 강연에 300여석 규모 좌석이 모두 찼다. 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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