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인 사면 고심한 李, 측근·선거법 위반 제외하고 다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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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의안 심의에 앞서 자료를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국무회의에서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에 대한 광복절 특별사면과 복권을 결정하며 꺼낸 발언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대통령실에선 “극심했던 분열과 갈등을 넘어서서 대화와 화해의 물꼬를 트는 대통합의 정치로 나가고자 하는, 크게 통합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란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의 설명만 공개됐다. 강 대변인은 “이번 조치가 대화와 화해를 통한 정치 복원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의미도 부여했다.

평소 중요 결정에 대해 직접 국민 앞에서 설명하던 이 대통령이 이처럼 육성을 드러내지 않는 것만 봐도 이번 결정의 고심이 얼마나 컸는지 짐작할 수 있다. 실제 대통령실 관계자 등에 따르면, 사면 논의 초반만 해도 이 대통령은 정치인을 대상에 포함할지를 놓고 고민했다고 한다. 역대 대통령 대부분이 취임 첫해엔 정치인 사면을 피한 까닭이다. 정치인 사면 역풍으로 취임 초기 국정동력이 떨어지는 것도 우려한 대목이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은 결국 정치인도 사면 명단에 넣기로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취임 첫해에 정치인 사면을 안 할 명확한 이유가 없고, 오히려 미루면 내년 지방선거나 그 이후 총선에 영향을 주려는 것이라고 오해를 살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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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단행되는 광복절 특별사면·복권 대상자에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와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포함됐다. 11일 정부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조 전 대표 등이 포함된 83만 6687명 광복절 특별사면안을 재가했다. 사진 왼쪽부터 조국 전 대표, 조 전대표 부인 정경심씨, 윤미향, 최강욱 전 의원. 뉴스1

대통령실은 정치인 사면의 컨셉을 ‘국민 통합’으로 잡고 명단을 준비했다고 한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통합의 원칙을 대통령실이 정할 수 없다보니 각 당으로부터 추천 대상을 받아 크게 조정하지 않고 사면 대상에 포함시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지난 4일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에게 텔레그램으로 보낸 사면 요청 명단이 언론에 노출되기도 했다. 송 위원장이 보낸 메시지에 적혀 있던 홍문종·정찬민·심학봉 전 의원은 모두 최종 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강 대변인은 “(사면 명단엔) 야측에 해당하는 정치인들이 훨씬 더 많다”고 했다.

조 전 대표는 조국혁신당과 시민단체, 종교계가 강력히 대통령실에 요구했다고 한다. 여권 강성 지지층 내부의 광범위한 요구라는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을 만나 조 전 대표 사면을 직접 요청했다. 다른 친문계 인사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민주당에는 사면 요청 명단을 달라고 정식으로 요청하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 대한 사면은 민주당 개별 의원들의 요구가 있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이 대통령은 정치인 사면을 하기로 결정했지만 측근은 명단에서 빼도록 지시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했다. 이번 사면 명단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빠졌다. 또 공직선거법 위반 대상자도 없었다. 선거법 위반 대상자까지 넣으면 너무 많아지는 문제도 있고, 향후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조 전 대표를 빼면 향후 선거에 영향을 미칠 인물은 정치인 사면 명단에서 최소화했다고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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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8·15 광복절 특별 사면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첫 특별사면이기도 한 광복절 특사 명단에는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부부,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윤미향 전 의원,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 정찬민 전 국민의힘 의원, 홍문종 전 새누리당 의원, 심학봉 전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등이 포함됐다. 뉴스1

이 대통령은 국민통합이라는 차원에서 경제인 사면도 전향적으로 하는 쪽으로 결정했다. 대통령실은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인 단체의 요청을 받은 명단은 대부분 최종 사면 명단에 넣었다고 한다.

대통령실이 ‘국민 통합’을 내세웠지만, 조 전 대표와 윤미향 전 의원 등에 대한 사면 비판 여론은 이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리얼미터·에너지경제신문의 지난 4~8일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 지지율은 56.5%를 기록했다. 전주보다 6.8%포인트 하락한 취임 후 최저치였다. 리얼미터는 “주식 양도세 논란과 민주당 이춘석 의원의 주식 차명거래 의혹, 조국·윤미향 사면 논란까지 겹치면서 지지율 하락세가 심화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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