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툭하면 "백화점 폭파" 허위글…"금융치료라도 하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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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광주 서구 한 백화점에서 경찰특공대 탐지견이 폭발물 탐색을 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30분께 '서구 롯데백화점'에 폭탄을 설치하겠다는 신고가 접수돼 동구에 위치한 롯데백화점과 서구 신세계백화점에 경찰특공대를 투입했다. 연합뉴스

연이은 폭파·테러 예고가 모두 허위인 것으로 드러나며 경찰이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을 검토하는 등 대응을 강화하기로 했다. 지난 3월 신설된 공중협박죄의 입증이 쉽지 않은 등 실효성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나자 유사 범죄를 막기 위한 취지다.

지난 8일 오후 10시 38분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상담센터에 ‘서울 소재 백화점 네 곳과 광주광역시 백화점 한 곳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내용의 팩스가 전송됐다. 인권위는 11일 오전 9시 35분쯤 팩스를 확인한 뒤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광주 동구 롯데백화점과 서구 신세계백화점에 경찰특공대와 폭발물 처리반 등을 투입해 2시간가량 수색했지만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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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오후 서울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해당 백화점 내부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협박글이 올라와 경찰특공대 등이 폭발물 수색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지난 5일 오후 12시 36분쯤에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신세계백화점 본점 1층에 폭발물을 설치했고, 오늘 3시에 폭파된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경찰은 백화점 이용객 4000여명을 대피시키고 경찰특공대 등 인력 242명을 투입해 1시간30분가량 수색했지만 역시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 조사 결과 해당 글의 작성자는 제주시에 거주하는 한 중학생이었고, 조사에서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 글을 올렸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같은 날 오후 11시쯤, 이 게시물을 다룬 한 유튜브 동영상에 “내일 신세계 폭파한다”고 댓글을 작성한 20대 남성 역시 경남 하동에서 경찰에 검거됐다. 해당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신세계백화점 스타필드 하남점과 용인 수지구 신세계 사우스시티점 등 전국 각지의 신세계백화점을 수색했으나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해당 남성을 공중협박 혐의로 조사 중이다.

지난 10일 오후 1시 45분쯤에는 올림픽공원 내 한국체육산업개발 측으로 “KSPO돔(올림픽체조경기장)에 폭발물을 설치했다. 오후 4시43분부터 8시10분까지 폭파시킨다”는 팩스가 접수됐다. 한국체육산업개발 측은 팩스를 확인한 즉시 경찰에 신고했고, K팝 아이돌 더보이즈의 공연을 보러 온 관객 2000명이 대피하는 등 소동이 벌어졌다. 경찰특공대 등 57명과 소방관 70여명이 약 1시간 동안 수색했지만 이번에도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고, 이날 오후 4시로 예정된 공연은 약 2시간가량 미뤄졌다.

해당 팩스는 지난 8일 일본 변호사 명의로 접수된 ‘백화점 폭파’ 예고 팩스와 동일한 번호로부터 수신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작년 2023년 8월부터 이어진 일본발 테러 협박 팩스 사건과 같은 사람의 소행으로 추정된다”며 “2년간 이메일 18건, 팩스 26건 정도가 접수됐다”고 했다. 이어 “일본 대사관, 인터폴 등과 공조해 신속히 처리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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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문제는 이들의 허위 협박에 수억원에 달하는 피해가 발생하고, 행정력 낭비도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는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매출액 등을 고려했을 때 지난 5일 폭발물 수색으로 인한 영업 손실이 최대 6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경찰은 “허위 게시글과 112 신고 등이 잇따라 발생해 경찰력 낭비로 인한 민생치안 공백 등이 우려되는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법·제도적 미비점은 없는지 살펴보고 개선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했고,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 역시 “필요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등 후속 조치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공중협박죄 시행됐지만 실효성 한계 

이런 허위 폭파·테러 예고글은 수년 전부터 계속돼 왔다. 하지만 대상을 특정할 수 없어 협박죄를 적용하기 어려웠고, 대부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로 처벌해 왔다. 지난 3월 18일부터 공중협박죄가 시행되면서 협박 대상이 특정되지 않아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게 됐지만, 검거된 48명 중 약 9%에 해당하는 4명만 구속되고, 11명은 검찰에 송치조차 되지 않는 등 여전히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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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오후 서울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해당 백화점 내부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협박글이 올라와 이용객들이 대피해 있다. 뉴스1

이에 전문가들은 형법으로 강력한 처벌이 어려운 만큼 배상 책임을 크게 물어 경각심을 줄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황태정 경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사회에 해를 끼칠 실질적인 위험이 있을 때는 공중협박죄의 적용이 가능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까지 모두 강하게 형사처벌하는 건 옳은 방향은 아니다”라며 “행정력의 낭비, 재산적 손해 등 허위 신고가 발생시킨 피해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게 합리적이고, 민사소송이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허위로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신고를 형법상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나 공중협박죄로 처벌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며 “손해배상 청구로 재산에 큰 손실이 있을 수 있다는 걸 대중들이 알게 되면 경각심을 일으켜 관련 범죄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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