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행인에 길 내준 강남 한복판 1층 건물, 세계 3대 디자인상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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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삼성역 네거리 인근에 있는 빗썸 나눔센터의 모습. 사진 윤준환 작가

서울 강남구 코엑스 앞 삼성역 사거리, 빽빽한 고층 빌딩 사이로 지난해 12월 지하 2층, 지상 1층 규모의 작은 건물 하나가 들어섰다. 대지 면적은 1322㎡인데 건물 면적은 243㎡로, 대지의 18%밖에 안 된다. 건물이 헐렁하게 들어선 덕에 나머지 땅은 행인들의 길이자 쉼터가 됐다.

건물 모양새도 튄다. 풍선이 건물을 감싸고 있다. 공사장에서 임시로 설치하는 비계 파이프 사이로 색색의 풍선이 마치 떠 있는 것처럼 디자인됐다. 건물은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이 사회공헌 커뮤니티 공간으로 만든 빗썸 나눔센터다. 다양한 기부활동과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공간이다. 세계 3대 디자인상으로 꼽히는 2025 레드닷 디자인 상(컨셉디자인 부분)을 최근 받았다. 시상식은 오는 10월 싱가포르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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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건물의 지하를 재활용해 행사장으로 쓸 수 있게 만들었다. 사진 윤준환 작가

건물 설계자는 박성기 서울과학기술대 건축학과 교수다. 박 교수는 “예산에 맞추기 위해 고안한 재활용 디자인”이라고 설명했다. 땅은 2023년부터 방치된 유휴지였다. 빗썸이 매입 후 연구개발(R&D) 센터 신축공사를 하기 위해 기존 건물의 상층부만 철거하고 공사를 중단한 상태였다. 이후 여름철에 큰비가 오면서 남겨둔 지하 공간에 물이 차면서 조치가 필요했다. 빗썸 측은 건축가를 수소문하다, 박 교수의 재활용 아이디어를 낙점했다. 박 교수는 미국 하버드대 건축대학원을 졸업하고 세계적인 건축가 장 누벨, 렘 콜하스의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2021년부터 서울과기대에서 재직하고 있다.

박 교수는 “본 프로젝트가 진행되기 전, 10억대 초반의 예산으로 땅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며 “기존 공간과 자재를 재활용해 성수동의 팝업스토어처럼 유연하게 쓸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을 만들기로 했다”고 말했다.

남겨진 건물 지하의 구조물과 기초는 약간의 구조보강만 한 뒤 그대로 살렸다. 통상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외관 공사의 경우 통유리 바깥으로 공사용 비계 파이프를 재활용해 둘렀다. 비계 파이프를 사서 자르고 페인트 칠하는데 든 비용은 4000만원이었다. 박 교수는 “비계 사이에 풍선을 장식해 마치 구름 속처럼, 빌딩 숲 사이 잠시나마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빗썸 나눔센터는 임시 건물이지만, 재활용 아이디어로 공간을 되살렸다는 점에서 레드닷 측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2029년 빗썸 R&D 센터 준공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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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도시건축디자인 혁신사업에 선정된 빗썸 R&D센의 모습. 나눔센터 자리에 2029년 들어선다. 사진 서울시

빗썸 나눔센터는 R&D센터 공사가 시작되기 전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R&D센터 설계도 박 교수가 맡았다. 이 센터의 경우 지난달 10일 서울시가 혁신적인 디자인의 민간 건축물을 발굴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도시건축디자인 혁신 사업에 선정됐다. 이 사업에 선정되면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는다. 2029년 완공 목표로, 22층 규모로 지어진다. 박 교수는 “층마다 녹색 테라스가 있고, 나눔센터처럼 부지의 상당 부분을 개방해 시민들이 보행통로로 쓸 수 있게 디자인해 공공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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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기 서울과학기술대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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